수영선수 박태환의 브레인 파워분석

수영선수 박태환의 브레인 파워분석

브레인 포커스

브레인 4호
2012년 10월 04일 (목)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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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호주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400m를 제패하며 세계 수영계의 일각一角을 휘어잡은 수영선수 박태환. 남들보다 좋은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서구 선수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육체적 조건, 2004년에 국가대표에 선발될 당시에도 한국 기록을 하나도 갖지 못한 그가 3년도 채 안 되는 시점에 일약 세계수영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브레인》의 주요 섹션인 《브레인포커스》에서는 박태환 선수의 성공신화에 바탕이 된 브레인파워가 무엇인지 살펴봄으로써, 그의 성공비결을 짚어보고자 한다.


강력한 비전이 잠재된 두뇌능력을 일깨우다

지능지수IQ 하나로 두뇌능력을 평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전 세계 교육계에서 새로운 두뇌능력 평가지표로 각광받는 다중지능 이론은 인간의 두뇌능력을 8개 항목으로 나누어 평가하고 있다. 박태환 선수의 다중지능 평가는 어떠할까.

국내 다중지능 이론의 권위자인 서울대 문용린 교수팀이 개발한 MI 적성진로 진단검사에 의하면 의외로 그의 재능은 평범함을 약간 웃돌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검사결과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8개 항목의 점수를 평균 50점(편차 10)으로 환산한 ‘T점수’에서 박태환은 언어(56.47), 신체운동(56.44), 인간친화(51.48), 공간(51.32), 자기성찰(51.2), 자연친화(45.18), 음악(40.72), 논리수학(36.09)으로 나왔다. 언어와 신체운동 지능이 평균보다 높기는 하지만, 평균치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박태환 선수에게 특이한 점은 바로 신체운동 지능을 능력, 성취, 흥미의 상관관계로 나눈 지표인데, 성취는 80점 만점에 78, 흥미는 60, 능력은 46을 기록해 편차가 매우 크게 나왔다. 일반적으로 능력이 있거나 흥미가 있을 때 성취가 이뤄지는 법인데, 박태환 선수의 경우 거꾸로 나온 셈이다. 성취동기가 남달라 흥미와 능력을 압도했다. 강력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는 뚜렷한 반증인 셈.

무한한 인간의 두뇌능력을 개발하는 데에는 신체조건, 집중력, 지적수준, 친화력 등 수없이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뇌의 기능을 일깨우는 ‘강력한 비전’이 그 첫 번째다. 우리의 뇌는 목표가 뚜렷하고 클 때,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 깨어난다.

기존에 축적된 기억회로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경험이 만들어낸 시냅스들이 뇌기능을 더욱 잘 쓸 수 있도록 주변 신경세포들과의 연결을 시도한다.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일 때, 인간의 뇌회로는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을 시도하는 것이다. 6세 때부터 천식을 앓아 수영을 시작했다는 박태환은 다른 그 어떤 재능보다 목표를 지님으로써 두뇌를 개발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무기를 갖고 있는 셈이다.

끊임없는 훈련이 뇌기능을 점프시키다

박태환의 커다란 장점은 성실성이다. 초등학교 때는 훈련시간 2시간 내내 전력투구를 하자 부모님이 기록을 재는 후반 30분만 전력투구하라며 안쓰러워했을 정도였다.

뇌과학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뇌회로를 성장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반복’이다. 이는 세상살이에서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손꼽히는 끈기와 인내가 뇌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도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절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끈기 없이, 인내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의 뇌는 반복된 훈련을 거듭할수록 뇌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강화되고, 지루하리만큼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점프’가 일어난다. 그 순간이 바로 재능이 꽃피는 순간이고, 뇌회로적으로는 강력한 시냅스가 자리 잡는 시점이다. 재능을 탓하기 이전에, 자신의 노력과 인내를 되돌아보라는 교훈은 오늘날 뇌과학이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뇌를 즐겁게 하라, 이완된 집중이 뇌기능을 깨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수영 자유형 남자 400m 예선에 출전한 15세 소년 박태환이 스타트 블록 위에 섰다. 출발 버저 소리가 나면 튀어 나가려던 박태환의 다리는 사시나무 떨듯 흔들리고 있었다.

그만 중심을 잃은 박태환은 버저 소리를 듣기도 전에 풀로 떨어지고 말았다. 실격이었다. 박태환은 어려서부터 수줍음을 많이 타서 말도 제대로 못했고 상대방과 대화할 때도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변했다.

2007년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서의 박태환은 달라져 있었다. 경기 직전까지 커다란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모습에서 과거의 그를 기억하기는 힘들다. 이제 경기를 앞둔 유유자적한(?) 그의 모습은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과거의 한국 선수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여유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모습은 진짜 여유라기보다 여유를 적극적으로 찾으려는 그의 두뇌운영 능력으로 보아야 한다.

매번 큰 경기를 앞두고 미니홈피에 ‘이번 경기는 즐겨라’라는 문구를 띄우는 것도, 스스로의 뇌에게 계속해서 그러한 메시지를 줌으로써 뇌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완된 집중이 뇌기능 발현에 훨씬 좋음을, 이미 그는 많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이다. 박태환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글·장래혁
editor@brainmedia.co.kr 사진 제공·스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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