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막론하고 상대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담은 ‘절’. 종교예법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본디 절은 ‘예(禮)’를 갖추는 수단이었다. 몸을 낮춰 바닥에 엎드리는 절은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겸손한 자세로 예의를 갖추는데 필요한 때 하게 된다. 본디 절은 ‘제 얼’의 준말로 자기를 낮추어 겸손한 마음으로 얼을 찾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런 절은 종교를 떠나 자신을 낮춤으로서 마음의 평화와 해탈을 얻고자 하는 구도자들이 몸과 마음을 단련하기 위해 선택한 오랜 수행법이기도 하다.
절 하는 마음의 출발점은 지극한 사랑과 겸손
절하는 마음의 출발점은 겸손이다. 이 겸손한 마음에서 타인에 대한 사랑이 시작된다. 지금은 입적하신 근현대 한국을 대표하는 율사로 추앙받는 일타스님은 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절은 나를 없애는 공부입니다. 육체와 정신으로 구성된 나는 끊임없이 변하다가 사라져버리는 무상하고 허망하기 짝이 없는 존재입니다. 이 무상한 나를 대단한 것인 양 내세우고 있으면 고통만 따를 뿐 멋있고 자유로운 삶이나 공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말 잘 살고자 하는 사람은 아상(我相)부터없애야 합니다. 만약 나를 높이는 아상을 버리고 절을 하여 하심(下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진실로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음을 내게 되고, 참된 봉사를 하면 저절로 편안해지며, 내 마음이 편안해지면 나를 대하는 모든 마음도 편안해 질 수 있습니다.”
절을 하면 저절로 단전호흡이 된다
절의 이런 정신적인 효과 이외에도 육체적인 건강증진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몸을 움직여 절을 하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현대인들은 생각이 많고 지나치게 머리를 많이 쓰다보니 뜨거운 기운이 머리로 몰려 머리가 아프고, 뜨겁고, 침이 마른다. 즉, 우리 몸의 건강의 원리인 수승화강(신장의 수기운은 머리로 올라가 머리를 시원하게, 심장의 화기운은 단전으로 내려가 단전을 따듯하게 해준다는 원리)이 되지 않아 일어나는 현상들을 바로 잡아 주려면 단전과 하체를 강화시켜서 머리에 몰려있는 기운을 아래로 내려 주어야 한다.
절을 하는 것은 강한 하체운동이기 때문에 절을 하다 보면 머리로 몰려있던 기운이 아랫배와 다리로 내려 간다. 자연히 머리는 맑아지고 아랫배는 따뜻해진다. 엎드리면서 숨을 내쉬고, 일어서면서 아랫배 단전에 힘을 주고 숨을 들이마시게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단전호흡이 된다. 또 절을 하게 되면 삐뚤어진 자세가 교정되고, 직접적인 자극이 가는 허리, 무릎 등의 부위가 튼튼해진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인 이강천교수(63)는 절수련 예찬론자이다. “면역력이 약해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절수련을 하고 나서 건강해졌습니다. 절수련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집중력 향상과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탁월하지요.”라며 절수련의 장점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이야기한다.
집중력강화에도 효과
좌우의 골반 높이가 다르거나 어깨의 높이가 다른 사람들은 절을 하여 몸의 좌우 균형을 맞춰줄 수 있다. 눈을 감은 채로 절 수련을 하다가 눈을 떠보면 자신이 시작했던 방향에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몸의 좌우균형을 맞춰지면서 방향이 틀어지지 않게 된다. 또한 절을 하면서 유산소 운동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반적인 유산소 운동인 걷기나 자전거 타기보다 전신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간대비 가장 효율적인 운동이다.
절하기 전후에 뇌에 나타난 변화를 뇌영상촬영장비를 통해 살펴본 결과, 절을 하기 전과 비교해 절을 하고 난 후 이성적인 행동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활성화 되었고, 집중력 또한 크게 향상이 되었다. 절을 하고 난 후 집중력은 다른 운동을 했을 때 보다 6%나 더 향상이 되었는데, 이는 긴장과 감정을 조절하는 뇌영역의 활동에 영향을 미쳐 마음을 안정시키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절수련을 통해서 집중력이 좋아졌다는 김재상(동래중학교 3년)군은 “절을 하면 처음에는 땀이 많이 나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뿌듯하고 성취감이 느껴집니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게 되고, 집중력이 많이 좋아진 것을 느낍니다”라고 말한다.
학생들을 지도할 때 절수련을 활용한다는 BR뇌교육의 박현덕선생님(금정지점)은 “학생들이 뇌교육을 통해 동기부여를 받고,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게 되지만, 현실 속에서 이루어 내는 부분은 의지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절수련은 이런 학생들에게 현실 속에서 이루어내는 힘을 주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집중력이 좋아지는데 일조를 합니다”라며 특히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느끼거나 성적 때문에 초조 한 학생들에게 절수련을 권한다.
이제 종교를 넘어 수행의 방법으로
보통 절이라고 하면 동양의 종교를 떠올리지만 이제는 절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종교인들도 많이 있다. SBS스페셜 ‘0.2평의 기적’에 절하는 신부님으로 출연한 경산성당의 정홍규 신부는 “절을 한지 4년 정도 되었는데 하루 30~40분씩 방이나 산, 학교 운동장 같은 자연공간에서 절을 많이 합니다. 누구나 높은 곳만 보려하고 아래를 보려하지 않는 세상에서 절은 몸과 마음이 낮은 곳으로 향하게 합니다. 절의 가장 큰 의미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며 절을 하는 이유를 밝혔다.
20년 넘게 신앙생활을 한 울산의 한 교회 집사인 박경수(55)씨에게 절은 기도의 다른 형태이다. 박경수씨는 “저는 수련의 한 방법으로 절을 합니다. 저에게 절은 하나님과 만나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종교적인 형식에 얽매이는 것보다 진정으로 내 안에 있는 영과 혼을 느끼고 그 영혼이 성장하여 그분과 하나되는 것을 더 기뻐하지 않으실까요? 절은 영혼을 성장시키는 좋은 방법입니다”라고 말한다.
절을 해 보자. 절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내면에 몰입하는 것이다. 한 동작, 한 동작 마음을 싣다보면 자연스럽게 집중이 된다. 절을 할 때 어떤 말을 반복해서 암송하는 것도 집중력을 키우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좋은 방법이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와 같은 축복의 말을 반복하다 보면 절의 효과가 더욱 커진다.
글. 브레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