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슴에 또 하나의 섬을 만들다

여행, 가슴에 또 하나의 섬을 만들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

브레인 25호
2011년 01월 12일 (수)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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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때때로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의 탈출을 꿈꾼다. 하지만 이내 문제에 봉착한다. “어디로 떠날까?” 만날 떠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떠날 기회가 주어지면 발걸음을 어디로 내딛어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도 우리가 안간힘을 쓰고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것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 




떠나면 더 잘 보여요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그 난관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즐거운 여행이 될 수도 있고 기억하기 싫은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이 행복하거나 불행한 것처럼, 여행은 삶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로그 ‘자연, 여행 그리고 삶’의 운영자인 ‘방랑자’ 이병헌 씨, 그에게도 여행은 삶이다.

충남 예산의 한 사과 과수원 옆에 있는 중학교에 근무하며 봄, 가을 사과꽃과 사과향을 맡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의 직업은 선생님. 선생님답게 그가 블로그에 올리는 정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러나 여행의 소회에서 느껴지는 연륜의 깊이와 향기는 때론 은은한 사과향기처럼 달콤하고 때론 시린 소매물도의 풍광처럼 숙연해지는 무게가 있다.

어릴 때부터 미지의 세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5년 전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국내여행으로 파워블로거가 된 그가 생각하는 국내여행의 매력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부를 속속들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잖아요. 떠나면 자기 자신이 더 잘 보여요. 국내여행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익숙한 풍광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죠.”


간 곳에 또 가도 느낌이 달라
그에게 여행은 또 다른 나와의 만남이고 자연과의 만남이다. “자연과의 만남을 통해 가슴속에 섬 하나를 만들어요. 그 섬은 제 마음의 안식처죠.”

봄에는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고 여름에는 짙은 녹색과 호수가 어우러지는 곳. 가을에는 철새들이 몰려와 그들의 잔치를 시작하고 겨울에는 철새들의 낙원으로 변하는 곳. 그가 자주 간다는 우포늪이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보면 같은 장소라도 그때그때 느낌이 다르다고.

그런 그가 추천하는 겨울 여행지는 경남 통영 남해 바다에 자리한 소매물도이다. 첫배를 타고 가면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데, 그 사이로 자연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표현해 낸 각종 바위들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숙연해진다고.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등대섬까지 걷고, 바닷물이 갈라지면 길을 따라서 등대섬에 오르는 묘미도 있다고 귀띔한다.

그는 지금도 이 땅 어디에선가 걷고 있을 것이다. 가슴에 또 하나의 섬을 만들며. 

글·정소현 nalda98@brainmedia.co.kr
사진·이병헌(방랑자 블로그 ‘자연, 여행 그리고 삶’ http://blog.naver.com/ichm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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