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위기 해소하는 '타임아웃'

부부싸움 위기 해소하는 '타임아웃'

닥터 브레인

뇌2004년3월호
2010년 12월 08일 (수)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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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3년차인 우리 부부는 사사건건 자주 싸웁니다. 둘 다 성격이 강해서 큰소리치고 심한 말도 많이 하는데, 제가 더욱 화가 나는 것은 남편이 싸우다 말고 갑자기 밖으로 나가버리는 행동 때문입니다. 아직 문제해결이 안 되었고 답답한 마음을 더 풀고 싶은데, 남편은 “아 됐어, 이제 그만해” 하며 꼭 밖으로 나가는 겁니다.

처음엔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돌아오더니, 그때마다 다시 싸움을 거니까 요즘은 아예 밤새 안 들어오고, 차안에서 잤다며 바로 출근해버립니다. 그런 남편이 걱정도 되고, 또한 아직 답답한 심정이 풀린 것도 아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싸우다 말고 밖으로 나가는 남편,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자는 갈등상황에 직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여자보다 더 심하게 신체에서 생리적 각성상태(Diffuse Physiological Arousal)가 일어납니다. 더 혈압이 오르고, 근육이 긴장하며 심박동도 증가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생리적 각성상태가 가라앉는데도 여자보다 훨씬 긴 시간을 요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여자가 더 속상해하며 화내는 것 같고, 남자는 뚱하니 아무렇지 않게 듣고만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사실 생리적으로는 남자가 더 흥분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진화론적으로 볼 때 아무래도 남자는 전쟁과 사냥을 했기 때문에 갈등상황에서 충분히 오버해서 흥분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리적 각성상태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능력이나 문제해결능력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흥분 상태에서는 긍정적,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뜻이죠. 이럴 때 대개 남자는 더 흥분하여 감정적으로 폭발을 하든지, 아니면 그렇게 되는 것이 스스로 두려워 감정적으로 완전히 후퇴하고 모른 척하려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남자들이 후자를 훨씬 더 많이 선택하는데, 그럴 경우 자신의 그런 태도가 여자를 더 화나게 만든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아는 남자는 차라리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여겨 밖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남자로서는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 최선의 선택인 셈이죠.

아내들은 “아 됐어, 이제 그만해”라는 말이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여겨 더욱 괘씸해 할 수도 있는데, 조금만 여유를 갖고 남편이 “지금은 너무 흥분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 우리 나중에 이야기 합시다”라고 휴전을 제안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일단 휴전을 하여 서로 한숨 돌리고, 산책을 하거나 물도 한 컵 마시고, 담배도 한 개비 피우며 기분 좋았던 때도 떠올리다 보면 남자의 생리적 각성상태도 서서히 풀릴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부부 사이의 대화가 다시 원만하게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치료 전문가들에 의하면 남편의 생리적 각성상태를 어떻게 빨리 진정시키느냐에 따라 결혼생활의 안정성과 행복감이 크게 좌우된다고 합니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서로 격앙될 때는 “우리 서로 조금 쉬었다가 다시 이야기하자”는 약속을 미리 정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서로 쉴 때까지 자극하지 않기로 약속하면, 남편이 싸우다가 밖으로 뛰쳐나가는 행동도 사라질 것입니다.

글| 김준기
정신과전문의.<한국결혼지능연구소> 부소장. 정신과클리닉 <마음과 마음> 원장. 저서로는 < 그가 내게서 떠나려 한다>등이 있으며, 현재 SBS모닝와이드에서 부부상담 코너를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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