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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선생님이다. 이제 막 세상을 배워가고 있는 빛나는 존재들의 선생님, 어쩌면 일생 중에 가장 중요한 한 시기를 보내고 있을 이 아이들의 길을 한 명 한 명 이끌어 줘야하는 의무를 가진 그는 그래서 언제나 마음이 바쁘다. 교육이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므로. 공교육에 뇌의 신경메커니즘에 기반을 둔 두뇌개발프로그램,
뇌호흡을 도입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집중력과 창의력을 높이면서도 공부 스트레스로 지친 아이들의 몸과 뇌에 생기를 넣어주는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그를 만난 아이들이 달라졌다. 우리 교육의 척박한 현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숱한 문제들 속에서도 7년째 뇌기반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원하는 바를 이뤄갈 수 있도록 뇌력을 길러주고 있는 강완모(50) 교사를 만났다.
웃음, 자연스런 환각상태
인천의 용현초등학교 4학년 9반은 언제나 웃음바다다. 사소한 이야기에도 깔깔대며 웃는 아이들과 그 웃음 속에 깃든 평화와 행복이 바로 너희들의 본래 모습이라고 가르치는 선생님. 아무리 귀한 꿈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는 말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강완모 교사의 호탕한 웃음소리. 그 웃음소리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떠내려가게 할 만큼 힘차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짐을 새삼 느끼게 하는 이 순간. 아이들 또한 그의 웃음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에 그는 뇌호흡 프로그램 중에서도 한 가지를 아이들과 실천하는 중이다. 그것은 바로 ‘웃음 수업’. 사람이 웃으면 뇌에서 엔돌핀이라는 호르몬이 나와 뇌를 이완하고 기분을 좋게 해서 뇌의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즉 웃음은 ‘자연스러운 환각상태’를 만들고 그래서 그의 교실은 언제나 웃음바다여야 한다. 웃음이 웃음을 부르고, 또 웃음이 자꾸 웃음을 부른다나. 그래서 이 학급에는 심각한 일도, 안되는 일도 없다. 그렇게 한 번 웃고 나면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수업에 집중한다.
용현의 싸이 오빠, 강완모 선생님
그가 도입한 교육의 성과는 예상보다 대단했다. “우리 반 아이들은 다른 반 아이들과 일반적인 생각에서도 매우 큰 차이를 보입니다. 예를 들면 ‘죽음’에 대한 질문에서 40명의 아이들 중에 단 한명만이 ‘두렵다’고 했을 뿐, 나머지 아이들은 ‘죽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는 초연한 반응으로 선생님들을 놀라게 했지요. 얼마 전에 우리 반의 한 아이는 아빠가 돌아가신 것을 본 이후 우울증 증세에 매일 같이 울었는데, 뇌호흡프로그램을 적용한 인성교육 실시 후 이제는 돌아가신 아빠와의 좋은 기억들로 슬픔보단 행복한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고 말합니다.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 일이지요. 하지만 또 어린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뇌가 스스로 정보와 감정을 정화하는 것이지요. 뇌를 기반으로 한 교육의 중요성은 학습능력향상에도 있지만 이렇게 아이들이 스스로를 조절해 나가는 힘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라고 강교사는 설명한다.
사실 강교사는 유명인사다. 그만의 독특한 수업방식으로도 유명하지만 또 하나 그를 유명인사로 만든 사건은 이름하야 ‘가을운동회 챔피언 사건’. 용현초등학교를 뒤흔들었던 강완모 교사의 지난 가을운동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평소 뇌호흡 교육에 대해 함께 정보를 나누는 교사들의 모임에서 배운 가수 싸이의 ‘챔피언’ 댄스를 전교생 앞에서 췄다는 사실이다. 50세 나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전교를 열광의 도가니로 흔들어 놓은 이 사건으로 인해 그는 가을운동회 준비기간 내내 전교생에게 춤을 가르쳐주어야 했다고.
“아이들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1분이 1년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이 금방 호응할 줄 알았는데 다들 서서 웃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네요. 에라 모르겠다, 내가 즐거우면 아이들도 즐거워지겠지 싶은 맘에 온 몸을 던져 시범을 보였더니 나중에는 운동장이 댄스파티장이 되버렸지요.”
웃음 막대그래프
그의 반에 들어가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교실 뒤 벽에 가지런히 붙은 막대그래프들.
“처음 아이들에게 웃음수업을 시작했을 때만해도 어찌나 안 웃는지, 그래서 나름대로 웃음 유인작전을 펼쳤죠. 우리 반 아이들 하나하나 웃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웃음 그래프를 만들었죠.” 그렇게 만들어진 막대그래프들로 4학년 9반 교실 벽은 빈틈이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각각의 웃는 모습 밑에 이름과 함께 자신의 꿈과 목표가 적혀있고 그 아래에는 웃음 막대그래프가 웃음지수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프의 높이 평가방법은 이렇다. 매일 웃음시간마다 끊지 않고 20초 내내 웃는 사람한테만 스티커를 나누어 주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웃음초보자에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웃는 것 자체가 상당한 인내력을 요구하는 셈이다. “웃을 일도 아닌데 웃을 수 있고, 괴롭거나 힘들수록 더욱 웃어낼 수 있는 것은 자신을 이겨내고 믿어주는 힘이 없다면 불가능합니다. 자신을 믿어주는 경험은 뇌에 깊이 각인되어 아이들의 평생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스스로에게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를 결정하니까요”라고 말하며 번지는 그의 미소에서 기자는 챔피언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나이나 또는 사회적인 잣대를 넘어설 수 있는 신념과 애정,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챔피언 정신 아니겠는가.
글·사진│안정희 ajhee@powerbr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