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정신의 핵심만 취하자

웰빙 정신의 핵심만 취하자

뇌가 행복한 생활 이야기

뇌2003년12월호
2010년 12월 08일 (수)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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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건강은 현대인의 화두다. 일과 성공을 향해 바쁘게 내달리던 삶의 양식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조화로운 삶으로 전환되면서 ‘웰빙’이 문화코드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웰빙의 본질을 무시한 채 요가와 스파를 즐기며 명품을 두른 이들이 웰빙족으로 왜곡돼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치스러운 소비문화를 지향하는 명품족이 아니라 여유롭고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진정한 웰빙 라이프스타일을 알아본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 일과 성공을 향해 바쁘게 내달리던 현대인들이 최근 들어 ‘웰빙 스타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웰빙well-being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 ‘안녕’, ‘복지’ 등을 뜻하지만, 최근에는 물질적 가치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몸의 건강과 정신적인 여유를 중시하는 태도와 라이프스타일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신체, 지성, 인성의 조화로운 건강을 통해서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웰빙족은 균형잡힌 영양, 적절한 운동과 여가활동, 잘 벌고 잘 쓰는 법,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법 등에 관심이 많다. 이러한 현상은 애초에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미국 뉴요커들에 의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명상 센터나 퓨전 레스토랑 등이 서구 생활을 직접 경험했거나 발빠르게 수입한 계층에 의해 들여온 트렌드의 하나인 것도 이 때문이다. 기원이야 어찌되었건, 비교적 물질적,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현대인들에게 외적인 삶과 내적인 삶의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욕구는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웰빙족, 명품족과는 다르다

웰빙족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겉으로 보기에는 상류층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명품으로 치장하고 겉치레를 중시하는 사람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그들은 삶의 질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패션에서도 이왕이면 고급을 추구하지만 브랜드가 드러나는 것보다는 내적인 질을 더 중시한다.

때문에 일중독에 빠져 패스트푸드로 허기를 달래는 성공지향적인 직장인의 모습과도 사뭇 다르다. 야근 수당을 바라거나 상사의 눈에 들기 위해 휴일 근무를 자청하는 일은 결코 없다. 매일 저녁 이어지는 술자리 모임은 가급적 피하고, 퇴근 후 곧바로 피트니스 센터 등으로 달려가 운동이나 명상으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에 더 가치를 둔다. 운동 또한 땀만 뻘뻘 흘리는 육체적 운동에 그치지 않고, 단학, 요가 등 정신 수양과 명상 수련을 더불어 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한다.

식생활에서 추구하는 것도 사치보다는 자연주의에 가깝다.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자르는 대신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음식을 즐긴다는 식이다. 유기농 야채와 곡식으로 만들어진 신선한 건강식을 섭취하기 위해 돈을 좀 더 들이는 건 이들에게 전혀 아까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사무실 주변에서 유기농 식재료만을 사용하는 레스토랑을 정해 놓고 다니며 방목된 닭과 유정란만 사서 먹는 깐깐함을 고집하기도 한다.

특히 웰빙족들의 문화 코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스파와 아로마테라피.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로즈마리 향을 맡는다거나 숙면을 돕기 위해 욕조에 라벤더 오일을 푸는 것은 이들의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오후에는 아로마테라피 요법을 곁들인 스파와 마사지, 스킨 케어를 받고, 명상 음악을 들으면서 커피 대신 솔내음 가득한 차를 마신다.

주말에는 적극적으로 문화행사를 즐기는 것은 물론 다양한 레포츠, 가족과 함께 하는 근교 여행을 시도한다. 신문 하단에 빽빽하게 실린 패키지 투어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이들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휴가를 꿈꾼다. 친한 친구 몇 명과 동남아로 스파 여행을 간다거나, 유럽의 낡은 농가를 빌려 목가적인 생활을 즐기고 돌아오는 것, 아무도 없는 섬에서 홀로 지내거나, 지리산 끝자락에서 단식과 명상으로 일상을 비우는 것 등등. 늘 자연에 가까운 생활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이들에게는 특별한 휴가를 위해 몇 달 치 월급을 몽땅 털어 넣는 것도 아깝지 않은 일이다.

본질 왜곡한 웰빙 비즈니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 불고 있는 웰빙 스타일은 최고급, 명품 스타일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웰빙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잡지가 창간된 데 이어, 레저, 뷰티, 요가, 명상, 헬스 케어 관련 업체들도 웰빙 마케팅에 본격 돌입해 최고급 상품을 판매한다. 호텔이나 음식점 등에서도 웰빙 패키지, 웰빙 푸드가 소개되고 있는데,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 

허브와 머드, 해초 등이 가미된 스파와 호텔에서 내놓은 유기농 식사, 피트니스, 마사지 등이 포함된 웰빙 패키지는 코스에 따라 20만~80만원이 드는 고가의 서비스다. 요가, 명상과 더불어 웰빙의 매력적인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는 스파는 몸과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에스테틱(피부관리)을 접목하여 3시간 여의 비용이 30~40만원 대. 결코 싸지 않지만 예약이 밀려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을 중심으로 유기농 음식점이 유행인데, 유기농을 표방한 카페나 레스토랑의 가격은 보통 레스토랑보다 비싼 편이다. 하지만 불황 속에서도 웰빙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일반 제품에 비해 보통 서너 배 비싼 유기농 제품은 가족의 건강을 중시하는 주부들이 늘면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유기농 이유식 또한 이유식 시장의 25%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웰빙 뷰티 제품은 화장품 시장을 평정할 태세다. 친자연 재료로 만든 아로마, 마사지 제품 등은 보통 화장품의 몇 배 이상 비싸지만 웰빙 마케팅을 내세우면 오히려 비싼 것이 각광을 받는다. 

이처럼 웰빙스타일이 ‘건강하고 조화롭게 살기’라는 원래 의미와는 달리, 무조건 따라해야 하는 고급 라이프스타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우아하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웰빙족은 확대될 것이지만, 정작 웰빙 스타일은 보통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하기 쉽지 않은 고급 상품이 되는 셈이다.

웰빙의 근본으로 돌아가자

그러나 웰빙이 유행이라고 해서 무작정 요가와 스파, 마사지에 열을 올리는 것은 진정한 웰빙의 삶의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생명과 자연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기 위한 라이프스타일을 스스로 창조하는 사람이 진정한 웰빙족 아니겠나. 

성형수술과 무리한 다이어트로 꾸민 인위적인 미모보다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하고 탄력있는 몸매가 각광받고, 자연스러운 생머리, 투명 메이크업, 굽낮은 구두, 활동적인 복장 등 편안하고 기능적인 분위기를 추구하는 요즘의 추세는 분명 내면에서 우러나는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더욱 빛나는 것은 설령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의 그것과 다르더라도 스스로 선택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삶에 대한 당당함,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글│전채연
missingmuse@powerbr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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