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유엔기구수장 목숨 앗아간 '뇌졸중'

한국인 첫 유엔기구수장 목숨 앗아간 '뇌졸중'

김길원의 뇌건강 이야기 <1>

브레인 1호
2012년 04월 10일 (화)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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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한 허혈성 뇌졸중 증가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관리를 하지 않는 고혈압 환자가 많았던 시절에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이 많았던 것과 대조적으로 최근에는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의 비율이 전체 뇌졸중의 70~80%로 크게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0~2005년 사이 뇌혈관 질환 요양 급여비 분석자료를 보면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으로 지출된 요양 급여 실적이 2000년 2천121억 원에서 꾸준히 증가하여 2005년에는 4천 억원으로 5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뇌경색 청구 건수는 2000년 6만3천606건에서 2004년 12만290건, 2005년 3.4분기 현재 9만5천875건 등으로 급증, 뇌출혈보다 4배가량 많았다.

이에 대해 대한뇌혈관학회는 "뇌경색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고지혈증에 따른 동맥경화 환자가 많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학회 허승곤 회장은 "뇌출혈, 뇌경색 등의 뇌혈관 질환은 치사율과 후유증이 높은 질환임에도 조기 응급처치에만 초점이 맞춰져 발병 자체를 예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뇌졸중 발병으로 인한 사망률과 반신마비 등의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기진단을 통해 뇌졸중 발병 자체를 예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권고한다.

                                         
뇌졸중 후유증, 회복 가능한가

잘 알려진 것처럼 뇌조직은 일단 손상을 받으면 다시 재생되기 힘들지만, 초기에 부기가 가라앉고, 혈종이 흡수되고, 혈액순환이 나아지면서 손상된 부분이 일부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우리의 뇌는 일부 조직이 손상되면 주변의 정상 신경세포들이 네트워크를 새롭게 구축해 손상 부위의 기능을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다. 이런 ‘자연적인 회복’은 발병 후 3~6개월, 길게 보면 1년 동안 90%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적극적으로 재활치료를 하면 최대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후에도 신경기능이 아주 조금씩 천천히 회복되기는 하지만, 이때의 재활치료는 남아 있는 기능을 극대화하는 ‘기능적인 회복’에 주력하게 된다.


재활치료, 가능한 한 빨리 시작

예전에는 환자의 상태가 완전히 안정되어야 재활치료를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가능한 한 빨리 재활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추세다. 보통 환자의 혈압, 심박수, 호흡, 체온 등이 안정되고 48시간 동안 신경학적 증상이 악화되지 않으면 재활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다. 팔다리가 마비된 환자는 시간이 지나면 관절 마디가 굳어버리거나, 욕창이 생기기 때문에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일단 이런 후유증이 생기고 나면 회복이 더디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


운동기능은 일정 패턴을 따라 회복

뇌졸중 환자의 운동기능은 대부분 일정한 패턴에 따라 단계적으로 회복된다. 하지가 상지보다 먼저 회복되고, 몸에서 가까운 쪽에서 먼 쪽으로 회복이 진행된다. 언어 및 지각기능은 운동기능에 비해 더 느리게, 더 다양한 양상으로 회복되는데, 언어능력은 표현력보다는 이해력이 더 먼저, 더 많이 회복되는 경향이 있다.

초기의 재활치료는 심부정맥 혈전증, 관절구축, 욕창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목표다. 외부에서 관절 부위를 운동시켜주다가 근육의 힘이 돌아오기 시작하면 환자가 스스로 하는 운동을 조금씩 늘려간다.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이동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치료의 순서는 침대에서 뒤집기, 앉기, 앉은 자세 유지하기, 침대에서 의자차로 옮기기, 서기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재평가하고 치료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면서 음식 먹기, 머리 빗기, 세수하기 등의 일상생활 동작을 연습하는 작업치료도 병행하게 된다. 기타 훈련의 내용은 ‘사레 들리지 않게 음식 삼키기’부터 요리와 청소, 시장 보기, 운전하기 등 고난도의 일상생활 훈련까지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다.


뇌졸중 재활치료의 장애물

뇌졸중의 재활치료는 단순히 마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 자기관리 능력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최대한 회복시켜 환자의 사회적 복귀를 돕는 포괄적인 치료다. 그러나 이것이 공허한 이상처럼 들리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의 재활치료 여건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치료시설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입원 대기시간이 2~3개월 이상으로 길어 핵심적인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으며, 입원을 하더라도 건강보험료 삭감문제와 병상 부족 등의 이유로 입원 기한이 제한돼 환자가 수개월마다 병원을 떠돌아 다녀야 하는 형편이다.

국립재활원 재활의학과 김경미 과장은 "입원 치료시설 외에도 급성기를 넘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주간 재활센터, 지역사회 중심 재활센터와 같은 중장기 치료시설을 확충하고, 환자와 가족의 장기적인 정신적, 경제적 부담에 대한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글·김길원 (연합뉴스 의학·바이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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