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훈련으로서의 명상

두뇌 훈련으로서의 명상

[집중리포트] 두뇌 훈련, 웰니스의 흐름을 바꾸다

브레인 97호
2023년 03월 01일 (수)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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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조절력과 인지기능을 높이는 명상의 과학 ⓒ게티이미지


우리 뇌의 신경세포들은 시냅스라는 구조로 연결된다. 감정이 일어나거나 어떤 것을 기억할 때, 또는 회상하거나 학습할 때 뇌는 신경세포들의 네트워크 형태로 정보를 간직한다. 그렇다면 명상을 할 때 뇌는 어떻게 변화할까?

명상을 경험한 사람은 그 느낌을 알겠지만, 숲길을 걷거나 푸르른 나뭇잎을 바라보다가 자연과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순간에 자신의 뇌를 느껴보면 뇌가 고요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상시에 우리 뇌는 두서없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을 느끼는 등 여러 가지 작업을 수행한다. 그런데 명상을 할 때는 마치 뮤트 버튼을 누른 것처럼 머릿속이 조용해지고, 자신이 집중하는 그 한 가지가 증폭되면서 그것에 몰입하게 된다.

우리가 보통의 일상을 수행할 때를 ‘방황하는 마음의 상태’ 또는 ‘방랑하는 마음의 상태’라고 하는데, 이 같은 일반적인 상태에서 우리는 대체로 지나간 일에 대해 생각하거나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며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순간에 뇌를 fmri로 촬영해보면 뇌의 여러 부위가 산발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명상은 현재에 집중함으로써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뇌 훈련

그런데 숙련된 명상인들이 fMRI 장비 안에서 자신이 명상할 때와 명상하지 않을 때를 구분해 버튼을 누르게 함으로써 뇌의 상태를 촬영한 영상을 보면, 명상을 할 때는 뇌의 아주 작은 영역만 활성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뇌가 고요해진 것이다.

명상할 때 활성화된 곳은 의식으로 집중하는 부위이다. 이처럼 명상은 현재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과정이고, 뇌를 고요한 상태로 만들어 휴식과 정비를 유도한다. 이를 기초로 명상을 정의하면 명상은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과정을 통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뇌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fMRI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뇌의 활성 정도인데, 어떻게 이것이 심신의 건강과 연관된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우리 뇌는 신경을 통해 모든 장기와 연결되어 있고, 내분비 기관인 송과체나 뇌하수체에서 호르몬을 분비하면 그것이 혈류를 타고 우리 몸 전체로 퍼진다. 그리고 장에서 소화되는 여러 가지 대사체들이 다시 혈류를 타고 뇌로 움직이고, 또 혈액에 있는 면역세포들이 다양한 사이토카인을 분비해서 그것이 다시 장기와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뇌의 변화는 곧 몸의 변화이고, 몸의 변화는 곧 뇌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브레인트레이닝에서 뇌와 몸의 연결성을 강화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아주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우리 뇌와 몸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적합한 훈련을 통해 그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3주간의 명상 훈련으로 나타난 뇌의 변화

2020년 한국뇌과학연구원에서 명상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청소년 40명을 대상으로 절반의 실험군에 3주간 세 가지 종류의 동적 명상을 실행하게 했다. 긴 시간이 아닌 각 동작당 3분씩 총 9분이고, 이를 2세트 수행하도록 했다. 실험군은 하루에 18분씩 3주간 동적 명상을 하고, 대조군에서는 같은 시간 동안 휴식을 취했다. 3주 후 이들의 인지기능 중 작업기억을 측정하면서 뇌파도 함께 측정했다. 작업기억이라고 하는 것은, 예를 들어 ‘3+5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뇌에서 3과 5를 기억했다가 8이라고 답하는 짧은 기억을 말한다. 그런데 한 열흘 뒤에 그때 뭐라고 질문받았는지를 물어보면 기억이 잘 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별로 중요하지 않고 그 당시에만 필요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 3주 전과 후에 작업기억을 측정했을 때, 명상 훈련 전에는 실험군과 대조군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는데, 3주 후에는 명상 훈련 그룹에서 유의미하게 인지기능이 향상된 결과를 보였다. 뇌파 측정을 통해서는 배외측 전전두엽의 활성이 유의미하게 변화함을 알 수 있었다.

3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명상 훈련을 수행했을 때 인지기능이 향상되고 뇌의 활성이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같은 연구는 청소년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성인, 특히 치매를 걱정하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많이 수행된다.
 

뇌의 노화와 치매를 예방하는 명상의 두뇌 훈련 효과

60세 이상인 3,551명을 대상으로 명상 또는 명상적 요소가 있는 운동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전반적 인지, 단기기억, 언어 유창성, 작업기업 등이 공통적으로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다.

우리 뇌는 일반적으로 노화과정을 거치며 위축되어 작아지는데, 명상을 오랫동안 수행한 사람들의 뇌를 fMRI로 찍어보니 뇌 나이가 평균보다 7.5년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회색질 밀도도 증가해 있었다. 이 같은 연구결과들은 뇌의 노화를 늦추고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명상을 두뇌훈련법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3.5년 정도 명상을 수행한 사람들과 일반인의 뇌를 비교 측정한 연구에서는 명상을 한 사람의 전두엽에서 복내측 전전두엽 피질과 백색질의 두께가 증가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뇌에서는 전전두엽이 편도체를 잘 억제해 감정조절을 원활히 하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증, 치매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전전두엽의 기능이 약화된다. 전전두엽 피질의 두께가 증가했다는 것은 감정 조절능력이나 인지능력의 향상을 의미한다.

명상은 그간의 많은 연구를 통해 정서 조절능력 향상, 우울·불안·스트레스 감소, 긍정 정서·정서지능의 향상,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 개선 등의 효과를 확인해왔다. 두뇌 훈련으로서의 명상은 뇌과학과 맞물려 앞으로 더 깊은 연구가 이루어질 것이다.

글. 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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