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리포트] ‘팝콘 브레인’을 풍자한 영화 <돈 룩 업>

검색만 하고 사색은 하지 않는 시대의 딜레마

브레인 93호
2022년 07월 07일 (목)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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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돈 룩 업>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의 존재를 발견한 천문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생과 교수. 임박한 재앙을 인류에 경고하기 위해 백악관과 언론사를 찾아가지만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세상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래서요?”

지난해 개봉한 영화 <돈 룩 업 Don't Look Up>은 지구와 혜성 충돌이라는 위기 속에서 현대 정보사회와 여론 형성 과정을 풍자하며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블록버스터급의 재난 영화인가 싶지만 실제 이 영화의 장르는 블랙코미디다. 너무나도 많은 정보 속에 재미와 쾌락만 좇으며 정작 중요하고 집중해야 할 것을 놓치고 있지 않은지 질문하게 하는 영화다.
 

▲ 영화의 두 주인공, 케이트와 민디 교수 ⓒ돈 룩 업


미시간주립대학교 천문학 박사 수료생인 케이트 디비아스키는 우주 관측 연구 중 우연히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다. 지도교수인 랜달 민디 박사와 동료들은 파티를 열고 케이트의 새로운 혜성 발견을 축하한다. 그런데 케이트가 발견한 혜성이 6개월 14일 뒤 지구와 충돌하여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할 정도의 큰 혜성이라는 계산 결과가 나오자 경악한다. 민디 교수와 연구원 케이트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이 사실을 알리고, NASA 지구방위합동본부의 수장 테디 오글소프 박사는 이를 백악관에 보고한다.

민디 교수와 케이트, 그리고 오글소프는 급히 백악관으로 불려 가지만 몇 시간 동안이나 밖에서 대기하라는 말만 듣고 하염없이 기다린다. 마침내 이들은 대통령과 참모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게 되나 놀랍게도 대통령은 곧 있을 선거와 대법관 지명 문제에만 정신이 팔려 6개월 뒤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민디 교수의 말은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혜성을 발견한 사람이 하버드나 프린스턴 같은 명문대가 아닌 미시간주립대학이라는 말에 ‘우리 과학자’들이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말한다.

민디와 케이트는 자기들이라도 나서서 혜성의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뉴욕 헤럴드라는 방송사에 이 사실을 제보한다. 이들은 뉴욕 헤럴드 편집장의 권유로아침 생방송 토크쇼에 출연하지만 토크쇼 시청률이 날씨나 교통상황보다 낮게 나오자 이들의 경고는 또 묻혀버린다.

실망한 케이트는 자신의 SNS에 관련 내용을 올리는데, 각종 음모론자들이 몰리면서 댓글 싸움이 펼쳐지고 결국 민디와 케이트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FBI에 체포되고 만다.


정보를 판별하는 감각의 혼란

<돈 룩 업>은 지구 멸망이라는 절대적으로 심각한 상황이 닥쳤음에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정치, 언론, 사회 시스템에 대해 다소 과장된 방식으로 풍자한다. 히로시마 원자폭탄보다 10억 배 강력한 혜성 충돌이 6개월 뒤에 일어난다는데 사람들은 왜 무신경할까? 6개월 뒤 세상이 멸망할 거라는 민디 교수의 말에 대통령은 이렇게 응수한다. 

“매년 종말 관련해서 하는 회의가 몇 번일 것 같아요? 경제 붕괴, 핵 누출, 배기가스의 대기 파괴, AI의 반란, 가뭄, 기아, 역병, 인구 증가, 오존층의 구멍 등 별게 다 있어요.” 

대통령이 혜성 충돌도 결국 수많은 정보 중 하나라고 치부해버린 것처럼 대중도 수많은 지구 멸망 시나리오 중 하나로 받아들인 것이다.
 

▲ 케이트와 민디는 아침 생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지구 멸망에 대해 말한다. ⓒ돈 룩 업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을 통해 알 수 있던 정보들이 이제 검색창에 몇 글자만 입력하면 나온다. 1분 동안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영상 시간은 500시간이 넘는다고 한다. 하루에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다 보려면 6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조회수는 곧 돈으로 환산되기에 수많은 정보 중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내용이 점점 자극적인 것이 되기 쉽다. 정보 자체의 중요성과 가치보다 시청률, 구독자 수, 조회수를 기준으로 정보를 선택하는 게 현실이다. 

<돈 룩 업>에서 6개월 뒤 지구가 멸망할 거라고 함에도 언론은 지금 당장 시청률을 올려줄 인기 가수의 연애 소식을 내보내고, 대중은 이에 열광한다.

현실도 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어느새 교양 지식을 전달하는 프로그램도 EBS <지식채널>처럼 10분 내외로 짧아졌고, 강연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처럼 짧아졌다. 

2시간 분량의 영화를 ‘10분’ 만에 정리한 영상들이 유튜브에 수두룩하지만, 그마저도 영상 재생속도를 1.5배로 설정해놓고 보기 일쑤다. 광고사들도 5초 후 바로 ‘광고 건너뛰기’를 누르려는 구독자들의 손가락을 멈추기 위해 5초 안에 시선을 확 잡아끄는 강렬한 광고 영상을 만든다.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정보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기기는 이제 우리 삶에 밀착되어 떼려야 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양의 정보가 가장 빠른 속도로 전달되는 시대에 우리 생활도 이에 맞춰 변화할 수밖에 없다. 

말로 하는 대화보다 문자 채팅을 더 편하게 여겨 짜장면도 전화 대신 배달앱으로 주문한다. 뉴스 기사는 심층보도 기사보다 몇 개의 이미지로 정리한 카드 뉴스나 이미지로 대체되었고, 심지어 카톡 메시지도 텍스트보다 이모티콘으로 자신과 생각과 감정을 대신 표현한다. 사진과 영상이 글을 대신하고, 서사를 쌓고 원인과 근거를 제시한 후 결론을 내는 미괄식은 온라인 시대에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 교수는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의 멀티태스킹과 자극에 익숙해지면서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정보에만 반응하는 현대인의 뇌를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 표현했다. 팝콘 브레인은 스마트폰 같은 각종 디지털기기가 급속히 대중에게 보급되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확산된 현상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SNS를 수시로 확인하거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스마트폰을 하는 것이 더 좋다면 주의를 요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기기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기보다 단편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익숙해지기 쉽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정신의학과 개리 스몰Gary Small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의 생리학적, 신경학적 영향에 대해 “현재 디지털 기술의 폭발은 우리 삶의 방식뿐 아니라 우리의 뇌도 상당한 수준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 TV 채널의 증가로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쉽게 많은 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인지 확인하기는 점점 더 어렵다. 검색만 하고 사색은 하지 않는 시대. 올바른 뇌활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글. 전은애 수석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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