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정신문화의 정수 담은 ‘명상’, 탈스트레스에서 역량계발까지"
스티브 잡스의 정신세계에 영향을 준 불교와 명상
▲ 스티브 잡스 결혼식 당일 주례를 선 고분 선사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 ‘단순함과 명료함, 파괴와 혁신’의 대명사인 그의 사고체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격렬함과 방황을 동시에 가졌던 20대 시절 만난 동양의 사상과 명상이었다. 20대 시절 동양의 사상에 궁금증을 느끼며, 인도로 ‘영적 여행’을 떠났고 불교와 명상을 접하며 정신세계에 빠져들었다.
특히 잡스는 스스로의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완성에 이를 수 있다는 불교사상에 매료되었고, 이후 창조적이면서도 획기적인 삶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도여행에서 돌아온 잡스는 삭발을 했다. 인도 여행 후 잡스는 명상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 했고, 당시 그가 머물던 샌프란시스코는 일본의 ZEN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던 시기였다.
60~70년대 히피 운동이 만연했던 격랑의 시대, 잡스 뿐 아니라 많은 히피들이 일본 선불교에 빠져들었다. 일본의 스피리츄얼 파워가 미국인들의 삶을 감싸 안았던 시대였다. 스티브 잡스는 히피 생활을 하던 1975년 `선(禪)` 수행자인 고분 오토가와 선사와 만났고 열정적으로 빠져들었다. 당시 일본에서 선불교 수행과정을 밟고자 했던 잡스에게 고분 선사가 "구도의 길과 사업은 본질적으로 같으니, 일본에 가는 대신 미래를 바꿀 큰일을 하라"고 말해 애플 창업을 결심하게 했다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였다.
언제나 단순한 검정색 옷을 즐겨 입었고, 영적인 것을 갈망했으며 창조적 에너지로 넘쳤던 스티 잡스. 그가 만든 아이팟, 아이폰을 비롯한 모든 제품에 녹아있는 단순함과 직관적 디자인의 원천에는 선불교 명상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자리하고 있다. 1991년 3월 신랑 스티브와 신부 로렌 파월이 혼인서약 당시 주례가 선불교 선사인 일본인 오토가와 고분 선사였으며, 2002년 선사가 사망할 때까지 그를 영적 스승으로 모셨다.
실리콘밸리 ‘위즈덤 2.0’ 핵심화두 역시 ‘명상’
실리콘밸리의 퇴근시간을 없앴다고 알려진 유명 컨퍼런스인 ‘위즈덤 2.0’의 핵심 화두 역시 ‘명상’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공간 중 하나인 이곳에 거꾸로 하던 일을 멈추고, 내면을 성찰하도록 돕는 콘퍼런스가 최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혁신 기업의 리더들, 명상 지도자, 저명 신경과학자 등이 연사로 참여해 창의와 혁신, 몰입과 명상에 대해 강연을 펼쳤으며, 수많은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감정 지능EQ을 비롯해 리더십, 자신감, 업무능력 향상 등을 경험했다.
스티브 잡스의 생애에서 보듯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이베이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기업이 즐비한 미국 서부에 자리한 실리콘밸리에서의 명상 열풍을 일시적인 것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지금 실리콘밸리를 주름잡는 많은 기업가들이 10~20대 젊음을 보냈던 시절은 인도 요가, 일본의 선불교 등 동양의 사상과 철학, 수행이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1960년대 히피들의 여행은 인도의 아쉬람이 최종 목적지였고, 비틀즈가 1968년 초월명상의 개발자인 마하리시 마헤시를 만나러 인도를 방문한 것이 인도의 정신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증대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미국 명상인구 급증, 탈스트레스산업 전 세계 부각
과거 60~70년대가 동양의 철학과 사상에 매료된 시기였다만, 지금의 명상에 대한 관심은 21세기 물질문명에 따른 피로감, 물질과 정신의 균형된 삶의 질 향상 그리고 디지털과 감성이 결합된 역량계발 등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 유니콘 기업이 된 미국의 대표적인 명상앱 Calm
뉴욕에 등장한 ‘명상 버스’가 해외 뉴스로 오르내리고, 최근 3년간 출시된 명상 애플리케이션만 2천 개가 넘으며 모바일 명상 앱 선두주자 중 하나인 캄(Calm)은 10억 달러 가치를 달성하면서 최근 유니콘 기업으로 부상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명상하는 미국인 수는 2017년 기준 전체 인구의 14.2%로, 5년 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45~64세 사이의 중·장년층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 내 명상 열풍은 정보통신기술, IT와 만나면서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빗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등 자연이 만들어내는 오디오와 영상을 보는 명상 앱부터 종류도 다양하다. 명상 앱 이용자들은 "보통 운동 시작 전에 명상하는데, 정신적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는 준비 단계"라고 말한다.
<뉴욕타임스>에도 소개된 구글의 사내 명상프로그램인 ‘내면검색 프로그램(Search Inside Yourself)’은 7주, 20시간 프로그램으로 구글 직원들의 감성 지능과 자신감, 업무 능력 향상을 이끌어내며 개발자인 차드 멍 탄을 세계적인 유명 인사로 만들었다.
혁신적이고 숨 가쁘게 빠른 디지털 시대와는 반대로 느리고 내면의 성찰을 통해 영감과 통찰을 얻는 명상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은 멘탈 케어의 열쇠가 밖이 아닌 내면에 있음을 반증한다.
삼성, LG, SK 등 대기업 명상 도입, K명상 조명한 국제포럼도 개최
삼성, LG, SK 등 국내 대기업에서도 연수원 및 힐링센터 개원, 직원 건강관리 등 기업경영 차원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천억원을 투자해 경북 영덕에 명상 연수원을 열어 다양한 힐링프로그램을 삼성 임직원에게 제공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도 경북 문경의 한 폐교 부지를 활용한 힐링센터를 열었다.
국내에서의 명상 관련 포럼과 세미나도 자주 개최된다. 지난 2018년, 서울에서 열린 ‘Brain Education International Forum(뇌교육 국제포럼)’은 ‘21세기 멘탈산업’ 주제로 한국式 명상을 체험한 해외 10여개국 관계자들이 참석해 주목을 받기고 했다.
▲ '뇌교육 국제포럼'에서의 K-명상 대표기업 단월드 사례발표
당시 초청 연사로 나선 국내 명상 1위 기업인 단월드 김순중 운영실장은 “단월드의 명상법은 불교명상에 기반한 서구의 마인드풀니스나 일본의 ZEN(선禪)과는 달리, 한민족 선도의 전통수련원리를 과학적으로 체계화한 명상 수련법이다.
특히, 다양한 연령대에서 현대인들의 건강, 행복, 성공, 완성 등 다양한 니즈로 찾아오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토탈 솔루션”임을 강조해 참석한 해외 관계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1985년 서울 신사동에 한 개 센터로 시작한 단월드는 현재 전 세계로 한국의 전통문화와 수련법을 전하는 글로벌 건강문화기업으로 성장했다.
초월명상, 마음챙김명상 등 서구에서의 동양의 타명상에 대한 연구 대중화와 달리, 한국式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1990년 한국인체과학연구원(현 한국뇌과학연구원) 설립을 계기로 본격화 되었다. 2017년 대한명상의학회가 출범하고, 2018년 KAIST 명상과학연구소가 개소되는 등 최근 들어 국내 의학계, 과학계의 동양 명상 연구 발걸음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신라의 화랑, 고구려의 조의선인 등 우리 선조들은 옛 부터 몸과 마음, '심신(心身)'을 함께 단련했던 생활문화를 가진 나라였다. 특히, 한민족 선도는 반만년의 정신문화의 원형을 담고 있다. 매년 선도명상 국민강좌와 축제를 개최해오고 있는 선도문화연구원이 지난 7월 26일 ‘지구촌 코로나 시대, K명상(선도명상)의 효과와 가치‘ 주제의 선도문화 국민강좌 유튜브 생중계에 700여명이 참여하는 등 시민들의 관심도 뜨겁다.
인간 뇌의 창조성이 만들어낸 과학기술을 통한 인류 문명의 발전은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지만, 보이는 것을 향한 인류의 열망이 가속화될수록 보이지 않는 가치에 새롭게 눈을 뜨게 만든다.
바야흐로 명상이 심신안정 및 스트레스관리 차원을 넘어,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IT기업을 중심으로 정서지능 향상, 리더십 증진, 창의성 계발 등 인간 고유역량을 깨우는 새로운 인적자원 계발법으로 확산되는 시점이다.
글. 브레인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