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만우절이 되면 이런저런 거짓말로 상대방에게 장난을 친다. 그런데 거짓말로 뇌조차 속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료 성분이 없는 가짝 약이라도, 약물을 투여받았다는 생각만으로 증상이 완화되는 현상을 ‘플라시보 효과’라고 한다. 최근 컬럼비아 대, 미시건大, 캘리포니아大 등 미국 굴지의 유명대학들은 공동연구를 진행하여 인간의 뇌에서 통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위가 플라시보(僞藥)에 대해서도 진통제의 경우와 동일한 반응을 나타낸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피험자들에게 전기충격과 열을 가한 뒤 흔히 사용되는 스킨로션을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통증완화용 연고제’라고 소개하면서 발라준 후, 그들의 뇌를 fMRI로 촬영하였다. 그 결과 뇌 내부 통증 인식부위의 활동량이 눈에 띄게 감소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를 주도한 컬럼비아大 토르 왜거 박사는 “환자가 자신에게 투여된 약물이 작용을 나타낼 것이라고 확신할 때 실제로 한층 향상된 약효가 발휘될 것임을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환자의 약물에 대한 믿음과 실제 약효 사이에 상당한 상관성이 있음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플라시보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뒤따라 온 것이 현실이다. 플라시보 효과란 환자의 편견이나 착각, 또는 기대치를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이다. 왜거 박사는 “피험자들을 전기충격과 열에 노출시키자 불안감에 관여하는 부위로 알려진 한 피질(orbitofrontal cortex) 부위의 활동량이 증가했으며, 이 때 플라시보를 투여하자 이 부위의 활동이 현격히 둔화됐다”며 “이것이야말로 플라시보가 통증완화에 모종의 작용을 나타낼 수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자료”라고 덧붙였다.
영국 정신의학연구소의 스티브 코헨 박사는 “통증을 느낄 때에도 당사자의 예상이나 기대감이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가령 불안감이 증가할수록 통증도 심해지는 것으로 느낀다는 것. 따라서 통증을 완화시켜줄 약물을 투여받았다고 생각할 때 불안감도 줄어든다는 논리이다.
코헨 박사는 또 “아직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플라시보에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이들의 경우 실제 약물이 투여되더라도 그리 눈에 띄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통증완화제의 개발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글. 뇌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