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열린 창, 안이 보이는 투명한 창을 보면 왠지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박현곤 작가의 개인전 'INSIDE'는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그의 작품 속 불 켜진 창 너머의 다양한 실내 장식과 실루엣은 그 공간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박현곤 작가의 이번 작업은 이와 같은 창(窓)이라는 프레임 속에 보이는 풍경에 관한 것이다.
▲ 실내풍경Ⅲ, 90×60×8cm, LED, 아크릴, 아크릴릭, 에폭시, 2016.
그는 불 켜진 창의 분위기를 담아내고자 다양한 문양의 아크릴 판을 겹치고 LED 효과를 함께 사용하였다. 이렇게 중첩된 공간의 이미지를 다룬 이번 작업은 궁극적으로 창 너머의 내부공간을 향한 동경, 욕구를 말한다.
외부인에게 오픈되지 않은 공간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에 충실하게 작가는 투명한 재료를 사용하여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공간을 설정한다. 그러나 그 공간이 중첩된다. 공간이 중첩되면서 들여다 보려던 창 너머 안쪽 공간은 명확히 들여다 볼 수도 없다. 이런 상황은 여러 가지 욕구로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자신의 내면과 맞닿은 듯하다.
▲ 실내풍경Ⅱ, 80×85×8cm(each), LED, 콘트롤라, 아크릴, 아크릴릭, 에폭시, 2016.
낯선 욕구로 인한 혼란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화면들은 서로 중첩되면서 회화적 환영(幻影)을 만들어 낸다.
작품 속 화분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작가는 자연에서 동떨어진 인공의 공간에서 생명과 자연을 품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소재로 선택했다. 화분은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속에 우리의 욕망에 의해 놓이게 된다. 이 경우 화분은 주체로 인식되지 않는다.
▲ 화분Ⅲ, 90×60×8cm, LED, 아크릴, 아크릴릭, 에폭시, 2016.
박현곤 작가는 일련의 작업에서 화분을 화면의 중앙에 등장시키고 조명을 활용하여 그 이미지 자체가 화려하게 부각되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작가는 '객체의 주체화'를 이끌어내어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의 사소한 욕구로 시선을 돌리고자 한다.
작가가 사용한 투명 아크릴은 폐쇄적이었던 공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치이자 재료이다. 투명 아크릴이 지닌 고유한 물성, 즉 투명하고 매끈하며 인공적이고 화학적인 면은 현대인의 감성을 그대로 대변하는 재료로 작가가 선택한 것이다. 작가는 또 LED 조명을 현대인에게 익숙한 네온사인이 주는 즉흥적이고 말초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로 사용하였다.
▲ 화분Ⅰ, 90×60×8cm, LED, 아크릴, 아크릴릭, 에폭시, 2016
박현곤 작가는 2000년 이후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물상(物像), 예를 들어 장식적인 문양 또는 사물에 깃든 현대인의 욕구를 찾아내어 표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작업 또한 그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작가의 작품에 제시된 창 너머의 공간은 관람자가 들여다보도록 설계한 공간이다. 객체로서 존재하는 소극적 공간이 아니라 관람자와 소통하는 적극적 공간이다. 즉 관람자의 들여다보는 행위 자체 또한 작업의 한 부분으로서 구성되며,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타인의 공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 욕구들이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되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 풍경Ⅴ, 90×60×8cm, LED, 아크릴, 아크릴릭, 에폭시, 2016.
박현곤 작가의 개인전 'INSIDE'전은 23일(수)부터 29일까지 서울종로구 삼청로 갤러리 도스에서 열린다.
박현곤 작가는 10여 차례 개인전을 열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경상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기획 박현곤 'INSIDE'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Gallery DOS (갤러리 도스)
■ 전시기간: 2016. 11. 23 (수) ~ 2016. 11. 29 (화)
글. 정유철 기자 npns@naver.com 사진. 갤러리 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