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작가는 런던 유학에서 이런 의문을 품고 살았다. 그 나이대 여성들이 한창 결혼을 할 때, 결혼 대신 작가는 안정된 직장과 환경을 버리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순수미술계에 입문하였다. 새로운 환경은 그 동안 자신을 대변해 온 것들-직업, 성별, 나이, 학벌-과 결별하게 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작가는 '자기 자신'과 온전히 마주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을 위한 '생각'이라고 믿어왔던 것에도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 작품명 : Murmur in London (2014-2015) ⓒ고애리.
자기소개를 할 때 우리는 늘 이렇게 한다. "저는 00회사 00부, 00살 000입니다." 회사에서 퇴직하면 나는 없는 걸까. 사회에서 보여지는 내가 아닌, 본래의 나를 소개하면 안 될까. 그런데 자신에 관해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삶에 떠밀려 정작 자신에 관해서는 생각해볼 기회가 없는 현대인.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진정한 '사고'가 결핍되어 있다. 작가는 이 결핍은 현대인의 내면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 시대상의 단면이라 생각했다. 작가는 이러한 성찰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고애리 작가다.
▲ 작품명 : Murmur in London (2014-2015) ⓒ고애리.
그는 오는 5월 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성북구 갤러리 맺음에서 2016 서울예술치유허브 (구, 성북예술창작센터) 갤러리 맺음 후원 공모 선정 전시회 '어떤 사람 - 나를 보는 시간'을 개최한다.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작가는 서울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연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런던 현대인 50명의 정체성 이야기를 담은 사진 등 시각예술 작업을 선보인다.
▲ 작품명 : Murmur in London (2014-2015) ⓒ고애리.
2014년 런던에서 시작한 시리즈 작업 'Murmur'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이지만, 일상에서 쉽게 잊혀져 가는 현대인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에서 출발하였다. 1년간 런던에서 만난 다양한 인종, 연령, 성별의 런더너 50명에게 각자 '나는 누구인가' 묻도록 하고, 그들이 내린 '정의(定義)'를 사진으로 담아냈다. Murmur in London (2014-2015) 작품 외에도 런던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소소한 삶을 담아낸 사진들도 함께 선보였다. 이번 전시 관람객에도 기회를 제공한다. 갤러리 안에 "나를 보는 시간 '생각의자'"을 마련했다.
▲ 작품명 : Murmur in London (2014-2015) ⓒ고애리.
작가 고애리는 작기 이전에는 다년간 콘텐츠 기획자로 일했다. 음악, 미술, 공연 등 전방위 문화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2013년.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영국 유학 길에 올랐다. 순수미술 석사 과정을 밟으며 런던에서 개인전을 한 번 열고,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 고애리 작가 전시포스터.
'Murmur' 시리즈를 통해 현대인의 정체성을 고찰해 보고자 하는 작가는 매년 한 도시를 선정, 그곳에서 살아가며 각 도시의 현대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이다.
전시 첫 날인 4일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오프닝 나잇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글. 정유철 기자 npns@naver.com 사진. 고애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