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정영신의 '장날'

각박한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정영신의 '장날'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 24~30일 '장날' 사진전 개최

사진가이며 소설가인 정영신은 지난 30년간 전국의 오일장 600여개를 죄다 돌아보며, 시골 장터사람들의 인정미 넘치는 삶을 흑백사진과 맛깔스런 글에 담아 왔다.

▲ 무주장 (1989) 디지털프린트 400x270cm.

그가 찍은 장날 사진을 모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라아트에서 24일일부터 30일까지  '장날' 사진전을 연다. 이번에 열리는 ‘장날’사진전은 80년대 초창기사진으로 사람 사는 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작가가 장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이 색깔을 덜어낸 흑백 질감과 합쳐지며, 사람 사는 정과 사라져가는 것들의 애잔함이 마치 마술처럼 되살아난다.

▲ 담양장 (1986) 디지털프린트 1640x1090cm.

 물건 파는 일보다는 사람 만나는 일이 즐거워 장에 나온다며 곰방대로 담배연기를 연신 뿜어내는 할머니, 장바구니 사이로 목을 내민 강아지의 정겨운 모습들이 사진 속에 살아 꿈틀거린다.

따가운 햇살에 양산을 받쳐 들고 앉은 모습은 정겨우면서도 눈물겹다. 자기 몸집보다 큰 봇짐을 머리에 얹고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들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고향의 풍경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마치 묵혀 잘 익은 장맛처럼 의미가 진해진다.

  그리움과 향수를 일으키는 이 사진들은 전자제품처럼 각박하게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을 반성하게 한다. 돈이 최고의 가치 기준인 오늘,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과 잃어버린 이웃에 대한 그리움, 기층 민중에 대한 애정을 돌아보게 하는 사진전이다.

  "장터에 가면 고향의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까지 느낄 수 있다"는 작가 정영신은 오일장이 마켓에 밀려나며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장날은 지역경제의 모세혈관 역할을  해내며, 그 지역만의 문화를 담아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대형마트에서 느낄 수 없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사계절을 만날 수 있는 곳 또한 장 마당이란다.

▲ 작가 정영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장에 가면 따뜻한 인정이 고향처럼 반긴다며  마트에서 주는 포인트 대신 사람의 손으로 건네주는 덤을 직접 체험해 보라고 권한다.

부군인 조문호 사진작가는 정영신의 사진을 이렇게 말한다.

"정영신의 장터사진은 다소 산만한 느낌은 들지만, 사진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장터의 난장스러움이 잘 묘사되어 오히려 정감이 간다. 대개가 화면을 단순화시키기 위해 장애물을 치우거나 지워 기록적 가치를 망가트리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짓은 절대 안 한다. 세월이 지나면 그런 하잘 것 없는 장애물도 역사적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배경을 택해 장꾼들을 연출시키는 기존의 사진들에 비해, 이처럼 소통하며 찾아 낸 상대방의 감정묘사나 장마당의 어지러운 분위기가 주는 잔잔한 울림이 훨씬 오래 간다. "

정영신은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5일장을 모두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가이며 소설가다. 그동안 개인전 《정영신의 시골 장터》, (2008, 정선아리랑제 설치전), 《정영신의 장터》(2012, 덕원갤러리), <장에가자>(2015, 아라아트), 프로젝트 <장에가자2>(2015.정선버스터미널 문화공간)​ 및 다수의 단체전을 개최했다.  저서로는 『시골 장터 이야기』(2002, 진선출판사). 『한국의 장터』(2012 눈빛아카이브), 『정영신의 전국 5일장 순례기』(2015.눈빛) 가 있다.

■전시정보

제목 : ‘장날’ 사진전

기간 : 2016년 8월24일- 8월30일 (개막식: 24일 오후6시)

장소 :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5층 (02-733-1981)

작품 : 디지털 프린트 110cm X 164cm 6점

디지털 프린트 40cm X 26,6cm 46점

사진집출간 : 눈빛사진가선29호 ‘장날’ (눈빛출판사) 12,000원


글. 정유철 기자 npns@naver.com   사진. 정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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