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학교 3기 최장현 군 "여행, 그 길 위에서 진짜 나와의 대화를 시작합니다"

[인터뷰] '꽃보다 벤자민' 한일 프로젝트 마무리한 최장현 군(벤자민인성영재학교 3기)

한국과 일본 청소년 30여 명이 "우리는 한국인, 일본인이기 이전에 지구시민"이라고 외치며 양국의 국토를 20일간 걸었던 '꽃보다 벤자민' 프로젝트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5월 9일 한국의 동해에서 시작해 19일 일본 나고야, 그리고 28일 도쿄 도착으로 대장정이 끝이 났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획자 중 한 사람이자, 한국 리더였던 최장현 군(17, 벤자민인성영재학교 3기)을 지난 2일 인터뷰했다. 

▲ '꽃보다 벤자민' 한일 프로젝트 마무리한 최장현 군(벤자민인성영재학교 3기)

ㅡ'꽃보다 벤자민' 프로젝트를 끝낸 소감이 궁금하다. 
 
"개운하다. 실제로 걸은 것은 20일이지만 그 앞에 준비한 것부터 시작하면 벤자민학교 입학 이후 줄곧 집중해온 프로젝트였다. 다른 것은 안 하고 이것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젝트는 끝났는데 앞으로 자료 정리나 발표, 그리고 오늘 이런 인터뷰 등등 마무리할 것들이 많아서 아직 조금 피곤하지만, 그래도 시원하다."

ㅡ한일 양국 청소년들이 함께한, 벤자민학교 첫 국제프로젝트이자 지구시민 프로젝트였다. 

"의사소통이 어려웠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정말 별것 아닌 거로도 엄청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다. 일본어를 더 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답답함도 있긴 했지만, 말이 안 통해도 표정,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했다.

일본에도 벤자민학교가 생기면서(2016년 4월 개교) 이번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다행이었다. 3기로 입학한 덕분이다.

▲ '꽃보다 벤자민' 한일 프로젝트. 30여 명의 한국과 일본 청소년들은 '지구시민'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두 나라를 걸었다.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구시민' 프로젝트였다. 우리는 물론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지구시민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려고 보니 지구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분명히 알아야겠더라.

내가 생각하는 지구시민이란, '나보다 옆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지구라고 말하면 너무 커서 막연해하는데, 정말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부터 배려하는 것이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장현 군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프로젝트 준비 과정에서 두 번 보았다. 그리고 장현 군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꽃보다 벤자민'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실시간 활동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 이야기를 굳이 하는 것은, 볼 때마다 장현 군의 머리 색깔이 달랐기 때문이다. 갈색, 초록, 주황, 핑크, 보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날 장현 군은 민트색 머리를 하고 있었다. 1년 과정의 대안학교인 벤자민학교이 주는 자유로움을 두발에서부터 한껏 만끽하고 있었다. 

▲ '꽃보다 벤자민' 한일 프로젝트 한국팀 학생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경기남부학습관 3기 학생들이 주축이 되었다. 장현 군은 화려한 머리색깔 덕분에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한일 프로젝트 때 장현 군은 보라색 머리를 하고 있었다.

ㅡ볼 때마다 머리 색깔이 바뀐다. 주변 반응이 궁금하다. 

"평소에 드러내거나 자기표현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조금씩 표현하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머리 색깔을 바꾸고 있다. 처음에는 주변 시선이 신경 쓰이기도 했는데 이제는 온전히 자기만족이다. 아버지께서는 핑크색 머리를 했을 때 '아이스크림 같다'고 하셨고 보라색 머리는 '양배추'라고 하셨다.

부모님은 내가 뭘 하든 간섭이나 잔소리를 안 하신다. 어릴 때부터 '알아서 잘하겠지' 하고 믿고 기다려주시는 편이다."

벤자민학교 입학을 권한 것도 장현 군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장현 군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혼자 30~40분 거리의 미술학원에 다니게 했다. 휴대폰도 없이 다니면서 어린 나이라 엉뚱한 정류장에 내리기 일쑤였지만, 스스로 학원을 찾아가게 했다고 한다.

커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장현 군이 중학교 때 시험 성적이 평균 30점이 나와도 "다음에 잘하면 되지", 성적이 잘 나와도 "잘했네"라고만 했다. 성적이 잘 나오든, 못 나오든 차별 없이 대해주었다. 매일 게임을 해도 알아서 하겠거니 지켜봐 주시는 부모님이었다. 

▲ '꽃보다 벤자민' 한일 프로젝트 마무리한 최장현 군(벤자민인성영재학교 3기)

ㅡ벤자민학교 입학하기 전과 후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초등학교 때는 의욕이 넘쳤다. 뭐든 해보려고 했다. 그러다가 중학교 입학하면서 내 안으로 파고드는 3년을 보냈다. 중학교 때는 하나에 집중하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동안 한 가지만 생각했다. 참 많은 고민들을 했다. 

그러다가 벤자민학교에 입학해서는 중학교 다닐 때 3년 동안 했던 그 많은 고민들을 발산하고 있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생각이 많았다. 그리고 고민만 하다가 기회를 놓치기도 했고, 기회가 와도 안 움직였다. 

그런데 했을 때 알게 되는 게 있다는 것을, 하지 않고서 아무리 고민해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배울 점이 있다. 내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내 몫인 거니까. 벤자민학교에서 긍정적으로 변했다."

ㅡ무기력했던 시간이 지금 벤자민학교 생활에 도움이 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 중학교 3년이 나에게는 무척 중요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움직이는데, 성장하게 된 데에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무기력한 자녀들을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나는 그 '무기력한 시간'이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안으로 파고들었던 만큼 밖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주변에서 잔소리하고 다그치면 생각에서 빠져나오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 부모님께서 기다려주실 필요가 있다. 나는 그런 점에서 참 감사하다."

벤자민학교 1년의 시간 중 장현 군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8개월여. 장현 군은 '여행'을 주제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벤자민학교 친구들을 모아 떠나는, 일명 '인생의 도약점, 인도명상여행'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떠난 한 달간의 배낭여행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장현 군은 부모님 없이 인솔자 선생님, 또래들과 인도를 여행하며 매일 사진 찍고 일기를 썼다고 한다. 장현 군은 당시를 돌이켜 "내가 뭘 하고 살지, 어떤 사람이 될지 많이 생각하고 답을 찾은 여행"이라고 말했다. 

▲ 최장현 군의 오른손목에 새하얀 시계 자국이 20일 간의 한일 프로젝트 훈장처럼 남았다.

ㅡ'여행'과 '명상'을 조합한 것이 인상적이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여행을 가서 낯선 환경에서 지내다 보면 주변 사람, 그 환경과 소통이 안 되니까 자연스럽게 내 안으로, 나 자신과 소통을 하게 되더라. 어릴 적 인도, 그리고 최근 한일 프로젝트까지 하면서 낯선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재미, 자신감도 생겼다.

이렇게 여행을 통해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그 경험들을 바탕 삼아 내 생각과 감정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또 그 과정을 통해 사람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강연을 하고 싶다. 

요즘 사람들은 생각할 시간이 없다. 너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보니 그만큼 쉽게 사라진다. 그런데 몸으로 직접 부딪혀서 얻은 경험, 정보는 언제 어디서든 꺼내 쓸 수 있는 진짜 내 것이 된다. 진짜 내 이야기를 전해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 


글/사진.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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