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성북동비둘기의 2016년 신작 '오델로 - Oh THe yELLOw'가 14일(화)부터 30일(목)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유시어터에서 앵콜공연에 들어간다.
'오델로 - Oh THe yELLOw'는 영국의 세계적인 문호인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델로'를 해체, 재구성한 작품이다. 고유의 미학과 번뜩이는 상상력으로 작품마다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켜 온 연출가 김현탁(48) 극단 성북동비둘기 대표가 특유의 감각적이고 도발적인 시선으로 '오델로'를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인종차별 문제를 폭로한다.
▲ '오델로 - Oh THe yELLOw' 공연 장면.
파격 또는 전위'라는 수사가 늘 따라다니는 연출가 김현탁과 그가 이끄는 극단 성북동비둘기는 '하녀들' '잠자는 변신의 카프카' '자전거 Bye Cycle' '열녀춘향' '메데아 온 미디어' '세일즈맨의 죽음' '갈매기' 등 국내외 고전명작을 파격적인 시선과 날카로운 감각으로 재구성한 무대들을 선보여 화제를 모아왔다.
이번 작품은 그가 '햄릿' - 햄릿의 어린 시절 충격적 기억의 트라우마로 재해석한 '햄릿의 탄생'(2009)과 용산 참사의 농성장을 통해 바라 본 한국의 근현대사를 그린 '망루의 햄릿'(2015) 이후 두 번째로 선보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대중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오델로'를 어떤 미학적인 아이디어로 해석해낼지 기대를 모은다.
이 공연의 영문 제목 'Oh The Yellow' 그 자체로 색깔이자 특정 집단의 지시어이자 상징이다. 또한, 우리가 바라보는 외국인 오델로를 가리키는 말인 동시에, 단지 그 외양 때문에 그를 무시하고 조롱하고 선동하고 파멸시키는 우리 자신을 가리키는 탄식이기도 하다. 이미 한국 사회는 다양한 인종이 우리의 일부를 이루어가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국을 단일민족국가로 치부하고 그들의 존재를 예외적인 것으로 셈하고, 울타리 바깥으로 밀어낸다. 경계하고 배척하는 태도가 우리도 모르게 몸에 배여 드러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개 백인을 향해서는 정반대로 호의적이고 때로는 비굴하기까지 하다. '오델로 - Oh THe yELLOw'는 기이하게 뒤틀려 나타나는 다른 유색 인종을 향한 뿌리 깊은 차별에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을 던지며, 다문화 · 다인종시대의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한다.
▲ '오델로 - Oh THe yELLOw' 포스터.
'오델로 - Oh THe yELLOw'는 감각의 소통을 통해 원작의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가장 동시대적인 것으로서 오늘의 관객을 만나고자 한다. 원작 '오델로'의 비극은 질투에 눈이 멀어버린 그의 연약함으로부터 비롯되기 이전에, 무어인인 오델로를 혐오한 이아고의 시기에서 비롯되었다. 오델로가 흑인이었다는 사실이 감각의 측면에서는 가장 결정적이다. 가령, 끝내주게 예쁘고 늘씬한 여자를 대동하고 나타난 베트남 노동자를 떠올려보라. 나도 모르는 사이 그를 향해 보내게 되는 의혹과 불쾌의 시선이, 지금 여기에서 오델로의 비극을 낳는 씨앗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감각적인 측면을 좀 더 극대화하기 위하여 오델로 배역은 실제 흑인의 외국인 배우가 맡는다. 그의 피부색과 더불어, 능숙하지 못해 어눌한 한국어와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그의 자국어는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생경하게, 의미보다는 감각 자체로서 전달시킬 것이다. 그리하여 극이 진행될수록 느껴지는 크고작은 혐오감이 쉼없이 우리의 감각을 건드릴 때, 관객의 시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덧 유색인종을 대하는 백인들의 차별적 시선과 일치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때 관객은 머리로 따라간 연극이 아닌 몸으로 따라간 연극의 끝에서, ‘나는 누구인가, Oh The Yellow는 누구인가, 이 시대에 비극은 어디에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흑인이 한 명도 없다. 그래서 흑인을 사회자로 세웠고 그 사회자 흑인은 축하무대를 꾸민 동양인 어린이들을 조롱했으며 시상자 로 동양인과 흑인을 세웠다.”
최악의 인종차별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현재 우리들(옐로우)의 위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오델로 – Oh The Yellow'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형식을 빌려와 흑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돌아본다. 공연은 원작을 담을 수 있으면서 인종차별이 숨어 있는 영화 들, 백인의 역할을 흑인이 대신할 수 있는 영화 등 다양한 영화의 장면들이 흑백역사의 고리로 연결된다. 이것은 오랜 역사를 품은 흑백 담론을 바라 보게 한다.
"그런데 왜 그들의 흑백담론을 우리가 이야기 해야 하는가!" 이것이 공연의 중요한 열쇠이다. 공연하는 우리는 흑인도, 백인도 아닌 황인종(oh the yellow)이다. 저들이 그렇게 이미 진이 다 빠질 정도로 하고 또 했던 이야기를 왜 하필 우리가 지금에 와서 또 해야 하는가? 그것은 우리에겐 시작이기 때문이다. '오델로 – Oh The Yellow'는 그 역사의 시작에 대한 우려와 경고이다.
이번 '오델로 - Oh THe yELLOw' 앙코르공연은 일반적인 한국연극의 틀을 벗어난 ‘파격과 전위의 상징’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김현탁 연출과 1999년 개관 이후 정통연극의 길을 걸어온 유시어터의 배우 유인촌씨가 손을 잡은 첫 번째 작품으로 연극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델로 - Oh THe yELLOw' 는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미소나눔티켓 등 예매사이트를 통해 예매 가능하다. 가격은 일반 30,000원, 청소년 및 대학생 18,000원이다. 공연문의는 마케팅컴퍼니 아침 (Tel 02- 515- 1217)
글. 정유철 기자 npns@naver.com 사진. 극단성북동비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