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뇌에는 우주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겨울방학 중 청소년들은 부족한 실력을 키우거나 진학에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또는 남다른 체험을 위해 다양한 캠프에 참여한다. 그러나 내게 없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신 안에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캠프가 열렸다.
▲ 지난 2월 22일 열린 벤자민인성영재캠프에는 서울, 인천, 대구 등 각지에서 21명 학생이 참여했다. (사진=벤자민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는 22일 충남 천안의 국학원 강당에서 제7차 인성영재캠프를 개최했다. 인성영재캠프는 자유학년제 대안고등학교인 벤자민학교의 1년 동안 학습하는 체험형 인성영재 교육과정을 압축해서 경험하는 캠프이다. 인성영재로서 갖춰야할 5가지 덕목인 창조력, 책임감, 포용력, 집중력, 인내력을 다양한 게임과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험했다.
캠프 트레이너인 피경민 씨는 전 과정을 거쳐 학생들에게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마음껏 의견을 발표하도록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10대 청소년의 뇌를 이해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알아갔다. 뇌 속 시냅스가 우주와 닮은 것처럼 자신 안에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체험과 도전이 갖는 의미도 깨달았다. 자신의 몸과 감정을 관리하는 자기조절력을 키우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각자 한 손만 사용해 마시멜로우 탑을 쌓는 팀 게임에서는 머리를 맞대고 설계도를 그리고, 서로 ‘도와줘! 고마워!’하고 주고 받으면 친밀해졌다.
▲ 각자 한 손으로 마시멜로우 탑을 쌓으며 '도와줘!, 고마워!'하며 포용력을 체험하는 학생들. (사진=벤자민학교)
인성영재캠프의 독특한 과정인 세숫대야 연단시간, 참가자들은 누구 한 사람 자신의 몫을 회피하면 전체가 물세례를 피할 수 없는 과정을 함께 극복해나갔다. 아이들은 전체를 보고 자신이 해야 할 몫을 끝까지 해냈다. 또한 함께하는 친구를 배려하며 내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키웠다. 아이들은 힘든 고비에서 옆의 친구 손을 꼭 잡고 무언으로 “우리 끝까지 해보자”며 서로 응원했다.
이때 가슴 뭉클한 감동적인 장면이 나왔다. 팀에서 가장 어린 강성민(17세, 대구) 군은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는 누나, 다리를 다친 형들의 사정을 알아차리고 말없이 중심에 발을 대어 도왔다. 아이들은 서로에 대한 감사함으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캠프는 아이들이 자신 안에 이미 인성영재의 덕목이 자리하고 있음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피경민 트레이너는 “여러분은 그동안 책임감과 포용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을 뿐, 이미 여러분 안에 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분 안에 이미 밝은 인성의 빛이 있다. 인성은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택하면 이루어진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선택하라”
벤자민학교의 전문가 멘토인 안남숙 화가는 이날 특강에서 불우한 환경에서 꿈을 찾은 자신의 청소년기 경험을 밝혔다. 안남숙 화가는 “긍정과 꿈을 선택했을 때 길은 열린다. 선택하면 이루어진다. 선택이 타인에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얻은 것이어야 한다. 평균수명 60세 시대의 기존 교육을 100세 시대 아이들에게 계속 받게 할 것인가?”라며 참관한 학부모들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인천광역시 검단에서 온 정라경(18) 양은 올해 3기생으로 벤자민학교에 입학한다고 했다. “재작년에 ‘벤자민고등학교가 기존의 대안고등학교와 다르다.’는 언론기사를 보고 학교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부모님께 갑작스럽게 대안학교 가겠다고 하지 못해 1년을 기다렸다. 반대하는 아빠를 설득하기 위해 이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왜 이 학교를 선택했는지,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싶은지를 PPT에 담아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결국 승낙해 주셨다.”고 했다. 라경 양은 “전에는 꿈은 꿈일 뿐 현실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년 간 내 꿈에 도전하면서 마음먹으면 할 수 있고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은 팀 게임을 하면서 소통과 배려심을 깨웠다. (사진=벤자민학교)
경기북부 일산에서 온 서훈(18) 학생은 “오늘 캠프에서 내 또래 아이들의 따뜻한 모습에 감동했다. 작년에 명문고에 진학했는데 학교에서 워낙 경쟁이 심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많이 보았다. 전 과목이 1등급이어도 한 문제만 틀려도 등수가 한참 내려갔다. 잠 한 시간을 더 잤다고 자책하고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숨이 막혔다. 나 스스로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진로를 잘 모르겠더라.”고 그동안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서 군은 아버지와 여러 대안학교를 놓고 고민하다가 벤자민학교를 선택했다고 했다. “먼저 여행을 많이 하고 자전거로 국토종주도 하는 도전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 또 학교에서 이동진 청년모험가 멘토를 만나고 싶다. 나 자신에게 묻고 답을 찾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라고 했다.
김채윤(18) 양은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해서 초등학교 4학년부터 학원을 많이 다녔다. 중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부모님과의 관계, 친구 관계에 한꺼번에 문제가 닥쳤다. 공부에 대한 의욕마저 없어졌다. 부모님이 최소한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한다고 해서 수업시간에 잠만 자고 의미 없이 학교를 다녔다. 오늘 캠프에서 벤자민학교 학생들이 변화한 동영상과 당당한 모습으로 진행하는 2기 선배들이 모습이 정말 멋있다. 벤자민학교에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부터 하고 싶다. 아주 작은 습관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겠다. 내 스스로 계획해서 이뤄낸 것이 없었는데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해서 이뤄내면 결국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찾을 것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부모님을 이해하고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편지에 적는 학생들.(사진=벤자민학교)
글. 강현주 기자 heonjukk@naver.com/ 사진 벤자민인성영재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