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30~50대 부부로 구성된 열아홉 커플이 지난 11일 충북 영동군 송호청소년수련원에 모였다. 결혼한 지 10년차 된 부부, 15년, 20년 된 부부 등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한 가지, 서로 소통하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다.
오랜 세월 동고동락을 해 온 부부. 그러나 직장 일과 가사, 육아 등 각자 삶이 바쁘다 보니까 어느 때부터 대화가 적어졌다. 서로 다툴 때는 심한 말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소통 부족, 대화 단절, 언어폭력 등 대한민국의 부부들이 흔히 겪고 있는 문제를 그들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뭔가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다. 국민인성교육기관인 국학원 산하 행복가정인성교육원이 진행하는 행복가정 캠프는 이런 부부를 위한 부부 인성학교다.
▲ 지난 11일 국학원 산하 행복가정인성교육원이 주최하는 행복가정 캠프가 충북 영동군 송호청소년수련원에서 열렸다.
행복가정인성교육원 권영주 원장은 “서로 마음이 닫혀버린 냉랭한 가정 속에서는 아이들의 인성이 거칠어진다. 가정의 분위기가 따듯해야 아이들이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고 긍정적이고 조화로운 인성을 갖게 된다. 밝고 따듯한 분위기를 만들려면 먼저 부모부터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 장민수 씨. 40대 평범한 가장인 그는 최근 들어 아내와 아이들과 많이 부딪혔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아이들한테 나오는 말은 “아빠 싫어, 짜증만 내”였다. 결혼한 지 12년 된 아내와도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나도 잘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될지 누구한테 물어보고 싶었다. 아내와 대화할 때도 나도 모르게 다른 이야기하고 한 귀로 흘렸다. 아마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을 거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정말 알고 싶었다.”
경남 창원에서 온 이창렬 씨, 그는 캠프 오는 당일에도 아내와 말다툼을 했다. 부부 사이는 가정의 행복 온도를 표현한다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는 부부 상황극을 보면서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서로가 보는 관점이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20대 부부와 작은 차이에도 매번 부딪치는 40대 부부의 상황극 이었다. 기업대상 교육으로 유명한 HSP컨설팅 유답의 명 강사들이 초청되어 부부 상황극을 연출했다.
“상황극을 보면서 딱 내 모습이구나 하고 느꼈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만 하면 내 할 일은 다 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가 바랐던 건 그게 아니었다. 여기 와서 집사람의 눈빛을 바라보면서 거의 1년 치의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까지 우리 가정의 온도가 영하 10도 차가웠다면, 이제 70도, 80도로 따듯하게 높이고 싶다.”
얼어버린 가정의 온도, 부부의 온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권영주 원장은 어색하지만 서로 손 잡기, 눈 마주보기, 손으로 상대방을 어루만지면서 사랑을 전하는 러브 핸즈(Love Hands) 등을 자주 해보라고 말했다. 부부는 서로의 눈을 진지하게 바라보면서 말이 아닌 눈빛으로 대화를 했다. 그리고 함께 살면서 힘들었던 일, 서로를 힘들게 했던 일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다.
▲ 행복가정 캠프에서는 서로 칭찬해주기, 눈 마주보기, 상황극, 러브핸즈 등이 진행됐다.
강미경 씨는 “오늘 처음으로 그렇게 서로를 바라봤다. 남편의 눈을 바라보면서 감사하고 눈물이 났다. 그리고 남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것도 처음 봤다. 우리 부부가 가슴으로 원했던 게 이거였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가정의 온도를 따듯하게 만드는 행복 가정 실천법
서로 닫힌 부부의 마음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진정한 대화가 필요하다. 행복한 가정 대화법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 내가 먼저 들어주기, 두 번째 따듯하게 말하기, 세 번째 화날 때 존댓말 하기. 특히 화가 날 때는 숨을 크게 내쉬는 게 중요하다.
이날 캠프를 통해 전수아 씨는 자신이 남편한테 하는 대화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내 얘기를 끝까지 눈을 마주치면서 들어달라고 하니까 남편이 ‘나는 당신이 손만 까딱해도 무슨 말 하는지 알 것 같아. 안 듣는 것 같지만 다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 순간에 감정이 확 올라오면서 조목조목 가르치려고 하니까 남편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그 때 내가 그의 말을 무시하고 정리해주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상대방의 얘기를 끝까지 귀담아 들어주지 못했던 건 나였다.”
행복가정 캠프는 각각 다른 주제로 5차례 진행한다. 1차수에서는 부부가 서로 통하기, 2차수에서는 가족과 하나되는 가족캠프, 3차수는 철학 있는 부모 되기, 4차수는 신나는 가정 만들기, 5차수는 그동안의 변화를 발표하고 격려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매 차수마다 프로그램에서 체험한 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이번 캠프의 과제는 가정의 온도를 따듯하게 하는 액션 6가지 이상 실천하기, 배우자나 자녀의 상태를 알 수 있도록 서로 대화하기, 가족의 건강을 위한 명상법 실천하기이다.
▲ 부부의 인성회복을 위한 행복가정 캠프에는 30~50대 부부로 구성된 열아홉 가정이 참가했다.
6개월 동안 이들은 미션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행복 가정은 오늘 배운 것을 얼마나 생활 속에서 잘 실천하느냐에 달렸다. 이들의 건강한 가족 문화가 점점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