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그린 글, 꽃이 되어 마음을 홀리다

붓으로 그린 글, 꽃이 되어 마음을 홀리다

*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

브레인 24호
2011년 01월 17일 (월)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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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단군할아버지가 나라를 세우고,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것을 기념하는 달이다. 단군을 그저 신화 속에 가둬두는 세태가 속상하고, 영국의 역사학자 존 맨이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한 한글이 터부시되는 세태도 속상하던 차에 아련하고 절박한 느낌을 전하는 손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클릭 또 클릭…. 클릭하느라 길고 긴 밤 지새우는 줄도 몰랐다.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권영교 씨의 블로그 ‘붓으로 피어난 꽃’에는 붓으로 그려낸 문자가 꽃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홀린다. 약간 서툰 듯 간절함이 느껴지는 글씨에서는 은은한 먹 향이 퍼진다. 시나브로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런데 필명이 ‘먹튀’다.

먹튀는 본래 ‘먹고 튀다’라는 속어지만 권영교 씨는 ‘먹이 튀다’란 의미로 사용한다. 먹이 깊이 스며들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스며들어 여운을 줄 수 있는 손 글씨를 쓰고 싶은 그의 열정이 만든 필명이다.







지독한 악필의 디자이너였던 그는 이제 캘리그래퍼를 꿈꾸는 디자이너다. 직업의 특성상 디지털 폰트에 대한 한계와 새로운 것에 대한 목마름이 가시지 않던 차, 어느 날 캘리그래피로 디자인한 광고물을 보고 ‘찌르르~’ 전기가 통한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 뒤로 캘리그래피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무작정 캘리그래피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대구에서 서울로 유학 와 캘리그래피 세상에 입문하기까지, 모든 일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그러나 입문 초기 악필에 대한 자괴감으로 의기소침해진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연습만이 길이었다.

그는 거의 매일 붓으로 일기를 쓴다. 끊임없는 연습으로 자신의 악필을 극복해냈기에 그의 붓끝을 통해 나오는 캘리그래피에서는 간절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어쩌면 그가 가장 아끼는 글은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가 아닐까 싶다. 먹튀 캘리, 그에게 캘리그래피는 바람이다.

붓뿐 아니라 나무, 휴지, 돌 등 손에 쥘 수 있는 모든 것을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바람 같은 자유로움은 작가에게 형식과 도구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캘리그래퍼로서 이루고 싶은 꿈과 지역의 캘리그래피 정착, 그리고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꿈을 향해 정진하는 그를 응원한다.







글·정소현 nalda98@brainmedia.co.k
사진·권영교(먹튀 캘리 블로그 ‘붓으로 피어난 꽃’ http://blog.naver.com/totoro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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