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리듬, 낮잠

내 몸의 리듬, 낮잠

* Body & Brain

브레인 22호
2010년 12월 07일 (화)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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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당신에게 15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떠올려보자. 무엇을 할 것인가. 인터넷을 뒤지거나 TV 리모컨부터 찾기 십상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짧은 휴식 시간에도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생체 리듬을 무시하고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콜몬 박사에 따르면 이상적인 수면은 평균적으로 밤에 8~9시간 자고, 낮잠을 75분 동안 자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모두 낮잠을 너무나 자고 싶어 한다. 그래서 몰래 졸기 일쑤다. 마치 자는 것이 수치스러운 일인 듯 말이다.

낮잠과 수면의 권리는 깨끗한 공기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와 같은 기본적인 인권이다. 그러나 그 권리는 대부분 존중받지 못하며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사상가 퐁트넬은 ‘행복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완전히 행복해지고 싶다면 자신의 잠에 너그러워져보자.


낮잠과 생체시계

고대인은 낮잠을 장려했다. 꿈이 안정과 행복에 이르는 열쇠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위고, 프랭클린, 처칠 등 많은 위인들 또한 낮잠을 신봉했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낮잠이란 게으름과 태만의 징표가 되어버렸다.

현실과 대립되게도 인간의 생체리듬은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낮잠을 계획한다. 뇌파 측정 결과 인간은 오후에 잠에 빠지는 생물학적 성향이 있었다. 보스턴의 생체리듬연구소와 뮌헨의 막스프랑크 연구소의 실험 결과에 의하면, 인간이 낮잠을 청하는 시간은 밤의 수면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으로부터 12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하루 중 이 시간이 되면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미국의 연구가인 레먼 또한 작업 효율이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에 현저하게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시간이 바로 낮잠 자기에 좋은 시간인 것이다. 

또한 오후가 되면서 느끼는 피로감은 식후 소화 때문만은 아님이 밝혀졌다. 생각해보면 점심을 거른 사람도 이 시간이 되면 피로함을 느낀다. 또한 아침이나 저녁식사 후에는 식곤증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 생체시계상 낮잠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인간의 유전자 형질인 것이다.


낮잠과 뇌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그저 낮잠을 잠깐 잔 것만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계속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머릿속이 이런저런 일들로 뒤엉켜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것은 뇌가 잠시 휴식하고 싶어 한다는 징표다. 

낮잠을 자면 피로가 회복되고 두뇌회전이 놀랄 만큼 빨라진다. 낮잠 자는 동안 뇌가 회복된다는 사실은 뇌파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밤잠처럼 낮잠을 자는 사이에도 뇌파의 주기는 점차 느려져 베타에서 알파로, 세타에서 델타로 변한다.

낮잠은 기억과 대뇌 활동, 집중력과 행복감을 증진시킨다. 또한 낮잠은 스트레스를 치유한다. 스트레스 상태일 때 신체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비하는데 수면 중 코르티솔의 농도가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면, 성욕, 식욕은 모두 뇌의 시상하부에서 조절한다. 한 가지 영역의 균형이 깨지면 다른 두 가지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균형 잡힌 식사는 수면의 정상화를 돕고, 원활한 성생활은 식욕을 부른다. 특히 낮 섹스와 낮잠은 찰떡궁합으로, 이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탁월한 항 스트레스 효과가 있다.  


낮잠의 재발견

{ 낮잠과  성격 }

성격은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일까? 사실 넓은 안목으로 보면 우리의 생활 방식이나 수면 방식은 성격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수면을 취하는 방식에 따라 행동이나 무의식도 변할 수 있다. 프로이트가 재안한 정신분석에 따라 수면을 재분석해보면, 피로하다는 신호가 나타날 때마다 잠을 자거나 낮잠을 자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생리적 욕구를 생활에 접목시키면 사람의 행동이 몇 주 안에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공격적인 사람은 온화해지고, 무기력하고 피로했던 사람은 활기차게 변한다. 비관적인 사람은 낙관적으로 사고하고 의욕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낮잠은 사람을 상냥하게 한다.

{ 낮잠과 불면증 }

도시에는 불면증과 수면장애가 만연해 있다. 뉴욕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에서는 두 명 중 한 명이 불면증으로 고생한다고 한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하루 10분 정도 낮잠을 자면 매우 효과적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면 누워서 눈을 감고 온몸의 긴장을 푸는 것도 좋다. 효과를 더욱 높이고 싶다면 걷기도 좋으니 하루 15분 이상 운동한다. 과식을 피하고 담배, 커피, 차와 같은 각성 효과가 있는 기호식품도 줄이는 것이 좋다.

{ 낮잠과 심장 }

매일 30분씩 낮잠을 자면 심장발작 확률이 30%쯤 낮아진다고 한다. 또 낮잠을 오래 잘수록 심근경색이 발생할 확률도 낮아진다.

{ 낮잠과 아이디어 }

수많은 창조력과 자기개발 방식 중에 낮잠은 가장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낮잠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낮잠을 자기 전에 수첩과 펜을 준비해 깨어나자마자 떠오른 아이디어나 꿈을 기록한다.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반드시 기록한다. 기록하는 중이나 시간이 흐른 뒤, 꿈속에서 얻은 메시지의 의미가 확연해지는 경우가 있다.


낮잠 잘 자는 법

{ 시간 이용법 }

많이 자면 잘수록 건강해진다는 주장은 잘못된 생각이다. 수면에서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 시간의 분배, 신체가 필요로 할 때 자는 것이다. 가능하면 매일 같은 시간에 낮잠을 자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신체가 그 시간에 휴식하는 것에 익숙해져 수면의 회복력이 증가한다.

{ 호흡법 }

호흡을 깊이 하면서 낮잠을 자면 보통의 낮잠보다 몸 상태가 훨씬 빨리 쾌적해진다. 가장 위쪽의 단추를 풀거나 넥타이를 느슨하게 하는 등 호흡에 장애가 될 만한 것들은 없애고, 공기가 잘 드나들 수 있도록 콧속을 깨끗하게 한다.

누워서 눈을 감고 호흡의 리듬을 늦추고 가능하면 코로 천천히 호흡한다. 들고 나는 숨에 각각 몇 초 정도의 간격을 둔다. 하루에 적어도 3~4회 심호흡을 한다.

{ 기상법 }

갑작스럽게 일어나지 않는다. 눈이 떠질 때까지 시간을 들인다. 그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잠이 들 때 필요한 시간과 비슷한 정도다. 잠드는 데 10분쯤 소요된다면 눈을 뜨는 데도 10분쯤 여유를 주는 것이 좋다.

눈이 떠졌다면 미소를 지어보자. 잠에서 깨어날 때 느끼는 첫 느낌이 그날의 컨디션을 좌우한다. 이제 몸을 움직이기 전에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내뱉는다. 한두 번 반복한 다음 천천히 눈을 뜬다.

몸을 사방으로 쭉쭉 뻗은 후 잠에서 깬 고양이처럼 몸을 좌우로 굴리고,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끝까지 뱉어낸다.

낮잠은 사람을 긍정적으로 만든다. 낮잠이 주는 만족감은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소통을 용이하게 한다. 낮잠은 건강을 증진할 뿐 아니라 생활의 질도 높여준다. 또한 시간을 절약해주고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럼에도 현대인은 낮잠에 인색하다. 인색할 수밖에 없다고 투덜거린다. 투덜거리는 사이, 나의 몸은 생체리듬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고달프다. 인간은 세계나 타인과 조화를 이루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두루 조화를 이루기 위해 내 안에 있는 수면 욕구에 순순히 응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낮잠 노하우
트위터 ‘낮잠방’(
http://twtkr.com/theojin/i-love-sleeping)에서 얻은 낮잠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잠이 잘 오는 아로마를 넣은 쿠션을 베고 자면 잠이 솔솔- 5분만 자도 5시간 잔 것 같은 효과~! @BRLeesy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의자에 기댄다. 전용 베개는 필수. 숲에 온  상상을 하면 잠이 스르르~! @wowfreesia
실컷 먹고 책 보기. 단, 방 안 온도가 매우 중요함. @pswin11
가장 효율적인 낮잠은 다빈치의 수면 습관. 하루에 1~2회 정도, 15분가량. @innovator_john

글·최유리 yuri2u@hanmail.net |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
도움 받은 책·《낮잠이 내 몸을 살린다》 브루노 콤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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