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대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최근 더욱 교묘한 수법으로 우리 역사를 잠식하고 있다. 올해는 고구려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지만, 정작 중국 내 고구려 유적지는 중국의 일방적인 억지 논리 아래 중화 민족의 역사로 전락하고 있다.
여기서 더욱 경계할 것은 그들의 역사 침략이 고구려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한민족의 시원 국가 고조선과 그 선대인 환웅천왕의 배달국시대, 환인천제의 환국시대까지 자국의 역사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찬란한 우리 역사의 뿌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에 김영식 청파현대서예연구원 원장은 국학원 제132회 국민강좌에서 ‘한국 상고사의 위대한 유물 흑피옥’을 주제로 한민족의 고대사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 대한출판문화협회(서울 종로구 사간동)에서 열린 이날 강좌에는 15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 김영식 청파현대서예연구원 원장이 옥 유물 중 하나인 옥규(玉圭)를 보여주며 고조선 신화가 역사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효선 기자]
이날 김 원장은 ‘고대 한민족의 이동’, ‘고조선 신화를 실존 역사시대로’, ‘흑피옥과 요하문명’, ‘동북공정의 실체’, ‘현시대 우리의 역사적 사명 등 테마별로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특히 홍산 문명 유물은 고조선과 배달국 시대의 유물, 흑피옥 문명 유물은 환국과 마고 시대의 유물이라고 지적했다.
“제가 오늘 주제로 삼은 것은 유물이다. 바로 흑피옥이라는 것이다. 왜 이 유물에 목을 거느냐. 지금 우리 학자들이 고조선을 인정 안 하고 있는 것은 실증사학에 의해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그 실재를 증명할 수 있는 이 유물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김 원장은 “홍산문명 유물과 흑피옥 유물이 출토되고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만주, 요서지역, 랴오둥반도 일대)은 예로부터 동이족(대황, 구환, 구이 등으로 불리던 고대 한국인)의 주 활동 영역이었다”며 “이곳에서 출토되고 있는 많은 유물은 환인족과 곰족으로 대변되는 북방 수렵족과 남방 농경족, 즉 예족과 맥족이 융합되어 가는 과정이 신화가 아닌 사실의 역사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고조선이 신화가 아닌 실존 역사시대임을 증명하는 옥규 [자료제공=국학원]
홍산문명옥기는 1980년대 중반 중국 내몽고 자치구 적봉시 일대에서 출토된 엄청난 양의 옥(玉) 조각상들을 말한다. 1990년대 출토된 흑피옥은 홍산문명옥기보다 선대의 옥 조각상들이다. 그는 고조선 신화가 역사임을 증명하는 유물로 옥 유물 중 하나인 옥규(玉圭)를 들었다. 옥규는 고조선과 배달국, 환국이 존재했던 요하 상류지역에서 출토된 실존 유물이다. 김 원장은 “옥규에 새겨진 글자(令 出其不用 保衛兵荒, 령 출기불용 보위병황) 중 가장 중요한 글자는 ‘황(荒)’”이라며 “이는 동이(東夷)와 북적(北狄)이라 칭하는 고대 한민족이 살던 ‘한반도와 요하 일대의 대황지구’를 지칭한다”고 했다. 여기서 대황지역은 천손민족이 사는 하늘나라, 즉 환인 천제가 다스리던 대흥안령산맥을 중심으로 한 동서남북지역을 말한다.
흑피옥은 경도 3~4도의 연옥이 아니라 경도 6~7도 경옥이다. 흑피옥의 토템사상은 인간과 자연은 하나라는 천부사상을 담고 있다. 흑피옥 유물에는 풍이족인 환인족과 새족인 조이족이 융합되어가는 과정을 나타낸 조각상, 태호복희와 여와의 합체 옥 조각상, 염제 신농 조각상, 치우천왕을 상징하는 C 형룡, 흑피옥 천부경 등 다양한 형태가 있었다.
▲ 흑피옥 유물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염제 신농 조각상, 흑피옥 천부경, 흑피옥 표면에 나타난 문자, 치우천왕을 상징하는 C 형룡 [자료제공=국학원]
특히 흑피옥 조각상에 양각된 문자는 갑골문(BC.1600년)보다 최소 1000년 이상 더 오래된 문자로 밝혀졌다. 이 문자에는 우주 천부의 원리, 자연과 인간·종족 간의 충돌과 융합, 천지자연 숭배의 원시 신앙 등이 담겨 있다. 천손민족이던 지배계급층이 사용하던 문자로 추정 연구하고 있다.
김 원장은 “중국은 갑골문이 가장 오래된 문자라고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그 이전에 이미 문자를 쓰고 있었다”며 “흑피옥에 나타난 문자가 정확하게 밝혀지는 날 우리나라의 위상은 물론이거니와 인류문명의 시원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은 문화전쟁 시대이다. 우리는 실감할 수 없겠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등록 현장은 세계 각국이 자국의 문화유산을 등록시키기 위한 치열한 전쟁터"라며 "제가 이러한 일련의 유물들을 확보하고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자 함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 정신을 되찾기 위함이다.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 민족은 살아왔던 드넓은 땅과 웅혼한 역사, 위대한 조상들까지 모두 빼앗긴 '얼'빠진 나라가 되는 것이다. 외세에 의해 단절되고 숨겨졌던 한민족의 고대사를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고 이 시대의 역사적 사명을 강조했다.
다음 제133회 국민강좌는 오는 8월 12일 저녁 7시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다. 이동수 성균관 청년유도회 중앙회장이 ‘인간완성의 철학 홍익사상’을 주제로 시민들과 만난다. 국민강좌는 국학원이 주최하고 서울국학원이 주관한다.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글, 사진. 이효선 기자 sunnim03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