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권혁철

*함께 나누는 삶, 소셜 브레인

브레인 19호
2013년 01월 14일 (월)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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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하는 마음을 여는 비밀번호 "사랑해"

어려운 이들을 돕는 나눔 활동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기부 문화가 더욱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한 통의 전화로 1천원을 기부하는 ARS에서부터 인터넷 웹사이트에 댓글을 달 때 발생하는 포인트로 기부를 하는 제도에 이르기까지, 돈을 직접 건네지 않고도 기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부는 이제 유명 연예인이나 기업가뿐 아니라 일반인, 기초생활수급자까지 누구나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상의 행위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기부 문화가 널리 퍼지는 데에는 오랫동안 이 분야에 힘써온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큰 역할을 했다. 최근 《행복해지려 기부합니다》라는 책을 펴낸 사회복지사 권혁철 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꿈만큼은 가난하지 않은 소년소녀 가장들

권혁철 씨가 사회복지사로 일한 지 18년. 그동안 만난 후원자가 3천 명이 넘는다. 그는 어린이재단 서울 지역 본부장으로 소년소녀 가장, 결식아동, 한 부모 가정 아이들에게 후원자를 찾아 연결하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 후원 금액은 주로 학비, 생계비, 의료비 등으로 쓰인다. 후원자들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보람을 느끼며 기분 좋게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징검다리 구실을 해온 그는 사회복지사의 꿈을 품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책을 펴냈다고 말한다.

“사회복지사라고 하면 쪽방에서 혼자 사시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그 열악한 환경에 가슴 아파하며 눈물 흘리는 모습을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밖에도 활동 영역이 아주 넓습니다. 더 많은 후원자와 수혜자를 연결해주기 위한 경제적 뒷받침인 모금 개발 분야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따뜻한 가슴과 냉철한 이성을 두루 갖춰야 해요.

수혜자들이 경제적으로 가난하다고 해서 꿈까지 가난하지는 않습니다. 하루 세 끼 밥 먹는 것도 힘에 부친 생활이지만 하루하루 꿈을 꾸며 성실하게 노력하는 청소년이 많아요. 생계를 해결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꿈을 키워나가려는 의지가 강한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지 생계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욕구를 살피고 도울 수 있도록 시야를 넓히는 것이 우리의 몫입니다.”

4년 전 후원금 지원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꿈꾸는 아이들이 미래를 디자인한다’가 그 한 예다. 한 은행의 전 직원이 ‘일일호프’ 행사에서 낸 수익금 1억원을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쓰면 좋겠느냐는 문의를 해와 그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들이 꿈을 품을 수 있도록 큰 세상을 선물로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해외 문화 체험이다. 이를 계기로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아이,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고 싶어 하는 아이, 무용으로 대학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자기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고 해외여행에서 돌아왔다.



소액 기부, 지속적인 기부 문화 정착을 위하여


기부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다. ‘기부, 시작하기는 쉬워도 끊기는 어렵다.’ 한번 시작한 좋은 일은 웬만해선 멈출 수 없다는 것이다. 모금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일회성 기부보다는 장기적으로 기부하는 문화를 형성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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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기부 인구가 늘고 금액도 증가하는 추세지만 한 가지를 눈여겨봐야 해요. 일회성 기부가 아닌 정기적 기부가 기본적인 기부라는 의식이 있는가 하는 점이죠.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전화 한 통으로 하는 기부, 자신이 속한 회사에서 단체로 하는 급여 끝전 기부를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기부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엔 좀 부족한 면이 있어요.

기부의 기준이 문제인데, 저는 기부란 지속적으로 이어질 때 그 의미가 더 깊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정기적 기부 문화가 자리 잡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개인 기부자들의 소액 기부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발굴해야 하는데, 제가 생각해낸 것은 ‘우리 아이 이름으로 후원하세요’라는 후원 프로그램입니다. 부모가 자녀 이름으로 후원을 하고 그 의미를 아이에게 일러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성 교육이 되는 것이죠. 이는 아이가 자신의 꿈을 그릴 때 이웃과 사회를 생각하는 큰마음을 가지게 하리라 기대합니다.”



진정한 자립을 돕는 과정


기부하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알리지 않는 것을 겸손함의 미덕으로 여겨왔지만 이제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기부자가 할 일이 되어가고 있다. 한 재단에서는 기부자의 원칙으로 기부 행위를 주변에 알려줄 것을 당부한다. 이와 함께 권혁철 씨는 어려운 이들을 돕는 현장에서 중요하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진정한 자립의 의미를 묻는다. 

“보호 기관의 병석에 계신 할머니에게 사회복지사가 밥을 떠먹여 드리는 것이 그분을 돕는 일의 전부가 아니죠. 그분이 재활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밥을 드실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수혜자가 의지하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고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립은 경제적 의미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생활을 설계하고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갖추는 데에서 비롯되니까요. 소년소녀 가장, 기초생활수급자들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자립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도움 받는 이들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사회복지 현장에서 느끼는 보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요즘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유치원, 초등학교, 기업, 단체 등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모금 개발 전문 강사로 서는 것이다. 그는 의식을 변화시키는 데 교육이 중요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그는 꿈을 위한 주문을 외운다.

‘난 내 일을 사랑해’라고. 그는 일하면서 만난 어려운 이웃, 좋은 일을 하며 행복하다고 말하는 후원자,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즐겁게 일하는 것이 꿈을 실현하는 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그들에게 감사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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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보희 kakai@brainmedia.co.kr | 사진·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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