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을 갓 졸업한 Y씨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공포스럽다. 늘 말을 더듬고, 근육 경련이 일어나 웃음조차 제대로 지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항상 불안하고, 뒷머리 우측에 편두통이 심해 한 때는 심리 치료를 받은 적도 있었다. Y씨가 원래부터 이런 소심한 성격이었던 것은 아니다. 어릴 때는 학교에서 반장을 도맡아 할 정도로 활발한 성격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학교 축제 때, 여장 남자로 출연하여 공연을 하던 중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순간적인 큰 두려움을 느낀 이후로 이런 증상이 생겼다고 한다.
감정을 녹음하는 편도
인간 뇌에서 ‘편도(아미그달라 Amygdala)’라는 부분은 감정 기억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위이다. 얼굴에 점이 있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 적이 있는 사람은 얼굴에 점이 있는 사람만 보면 왠지 마음이 불편하고, 노래를 부르다 망신을 당한 사람은 다시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를 주저한다. Y씨의 경우를 포함한 이러한 경우가 과거의 좋지않은 기억이 현재 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정서와 관련이 깊은 편도는 대뇌 피질의 역할로 여겨졌던 학습과 기억 등 인지 기능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최근 뇌 연구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부를 재미있게 했을 때와 지루하게 했을 때의 학습 효과가 다른 것은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이처럼 정서가 개입될 때 실질적인 학습이 일어난다고 한다.
편도는 위협에 대해 적절한 공포를 느끼게 함으로써 인간을 보호해 주는 역할도 한다. 편도체가 파괴된 원숭이는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천적을 보고도 피하지 않는다. 뱀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거나, 뱀이 위험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는 두려움이라는 정서가 이미 편도에 저장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뱀을 보면 두려움을 느끼고 바로 도망가게 된다. 편도의 즉각적인 반응 덕분에 대뇌가 판단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충격적인 사건에 의해 생긴 불필요한 부정적 감정은 우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 마치 고장난 라디오가 계속 같은 것을 재생하듯 과거의 기억이 끈질기게 평생을 따라다니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비교적 편도의 감각이 살아있다. 엄마에게 심하게 야단을 맞고도 다음 순간 활짝 웃으며 엄마에게 달려드는 아이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감정’이란 기억을 눈 깜박할 사이 망각의 터널 속으로 흘려 보낼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편도의 ‘녹음’ 기능과 ‘지움’ 기능이 잘 작동하던 때이다.
각 문항에 어떤 답이 나왔는가? ‘그렇다’고 답한 문항이 많을수록 당신의 편도는 건강한 상태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는 답이 나왔다면 다음에 소개하는 방법을 통해 편도의 감각을 회복시켜보자.
편도의 감각 깨우기
편도의 감각을 깨우기 위해 먼저 자신의 현재 편도 상태를 느끼고, 쌓인 감정 기억을 정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뇌의 감각을 찾기 위해 상상력과 에너지를 활용해보자. 상상은 아주 강력한 뇌운동이다. 포도를 상상하는 것 만으로 입 안에 침이 고이 듯, 뇌는 상상을 사실로 인식하고 반응한다. 편도의 위치가 정확히 어디인지 몰라도 상관없다. 상상을 통해 그 부위가 자동으로 작동하게 된다.
1. 편도 느끼기
① 손에서 기 에너지를 느껴본다. 가슴 앞 10cm쯤 되는 곳에 양손을 모으고, 손과 손 사이에 집중한다. 눈을 감고, 아주 서서히 양 손 사이의 간격을 떼면서 손과 손 사이의 느낌에 집중한다. 어떤 느낌이 느껴지면, 양 손 사이를 벌렸다 오무렸다 하는 것을 반복한다. 열감 또는 전류감, 뭉클뭉클한 느낌 등 기 에너지의 느낌을 느낄 수 있다.
② 양 손 사이에 느낌이 있으면, 양 손을 그대로 자신의 뇌 옆으로 가져가 다시 벌렸다 좁혔다 한다. 양손과 뇌에서 기 에너지가 느껴질 것이다. 단, 5분 이상 하지 않는다.
③ 편도의 위치를 본인의 뇌에서 상상하고 느껴본다. 그림을 참조해도 좋다.
이제 편도를 정화하기 위한 준비가 되었다. 편도 정화에 들어 가기 전에 뇌에 대해 먼저 사랑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2. 편도 정화하기
① 달걀 모양에 촘촘한 망을 가진 한 쌍의 편도를 상상한다. 그 망에는 어릴 때부터 쌓인 수많은 감정들이 걸려 있고, 어떤 감정은 썩어가며 악취를 풍기기도 한다.
② 그 편도를 상상으로 살짝 꺼내, 흐르는 맑은 시냇물에 헹구는 장면을 마음 속으로 그려본다. 어떤 감정의 찌꺼기는 너무 오랫동안 편도에 들러붙어 잘 씻어지지 않는다. 그러한 감정은 더욱 정성을 들여서 오랫동안 씻어 내도록 한다. 마치 거름망에 붙어 있는 찌꺼기를 씻어내듯 말이다.
③ 충분히 씻어 준 뒤에는, 숲 속 나무들이 뿜어내는 맑고 신선한 기운으로 뇌를 에어샤워하는 것을 상상한다. 맑고 부드러운 기운이 편도의 세포 하나하나를 꽃망울을 터뜨리듯 환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만들어 준다.
앞서 소개한 예화의 주인공인 Y씨는 위의 편도 정화 과정을 꾸준히 행하고 있고, 지금은 사람들 앞에서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을 상당히 회복하였다고 한다.
내 인생 최악의 경험은 내가 강해지는 계기
저명한 미국의 인지 신경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그의 저서 〈데카르트의 오류〉에서 인간의 감정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성적으로 모든 판단이 다 이루어져도 선택의 순간에는 감정의 힘, 즉 편도가 작동을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편도가 손상된 환자는 이성적인 인지 능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적절한 선택을 하지 못함으로써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한다.
최첨단 과학이 발달한 지금, 인류는 순간의 선택으로 온 지구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고, 또는 평화롭게 할 수도 있는 상황 속에 서 있다. 인간의 지혜로운 결정 능력이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내 인생 최악의 경험이 내가 더욱 강해지는 계기가 되었다”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장애를 극복했을 때 그것은 인생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충격적 경험에 의한 부정적인 기억을 극복하고 윈윈(win-win)의 선택을 할 수 있는 편도의 감각이 깨어난다면, 좀 더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편도에 입력된 최초의 정보는 순수한 사랑이기에…
글 | 정호진 hojin@powerbrain.co.kr
도움말 | 김병철 (뇌호흡 전문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