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을 살리는 교육' 뇌교육이 꿈꾸는 사회

'얼을 살리는 교육' 뇌교육이 꿈꾸는 사회



영장류에는 180여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인간은 전두엽의 크기가 대뇌신피질 전체의 32.8퍼센트나 되지만, 원숭이는 3퍼센트이고 침팬지도 11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뇌 전체의 32.8퍼센트나 되는 전두엽 대부분을 이른바 뇌의 소프트웨어라고 하는 '전전두엽'이 차지한다.

인간은 여기에서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며 계획을 세운다.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이성에게 관심을 가지기도 하며, 무언가를 하려는 의욕도 일으킨다. 이러한 인간 특유의 놀라운 정신활동을 일으키는 곳이 바로 뇌이다. 전전두엽은 18~21세가 되어야 성숙하게 된다. 우리는 주변에서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아무 계획 없이 빈둥대는 10대를 볼 때 혀를 끌끌 찬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일을 관리하고, 계획하고, 여러 대안을 평가하고,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하도록 하는 전전두엽이 아직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0대들은 몸은 다 컸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했기에 어른들은 10대들이 목표를 가지고 작은 것이라도 계획하고 실행하도록 격려해주어야 한다. 성공하건 실패하건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한 독립된 개체로서의 성장과 전전두엽의 성숙을 도와주어야 한다.

과거 20년 동안 밝혀진 뇌에 관한 지식은 지난 200년 동안에 이루어진 지식을 훨씬 능가한다. 뇌 연구학자의 70% 이상이 현재 생존하고 있을 정도로 뇌 연구는 최근에 들어와서 급속한 발전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뇌영상 기법은 학습과 교육에 관한 접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뇌기반 학습, 뇌기반 교수, 뇌맞춤 교정과정 개발 등 뇌와 학습을 연결하는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뇌연구촉진계획’을 마련하고 뇌신경생물, 뇌인지, 뇌신경계질환, 뇌신경정보 및 뇌공학, 뇌융합 등 5개 분야를 지원하고 있어 뇌에 관한 여러 국가의 관심이 매우 높고 적극적임을 알 수 있다. 2006년에는 국제뇌교육협회가 창립되어 뇌과학에 기반을 둔 교육으로 정신 건강과 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사례를 보고하고 있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독일에서도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2011년에는 유엔을 통해 엘살바도르와 라이베리아 등 국가의 공교육에도 도입되고 있다.

교육의 주체는 누구인가?

최근 학교폭력·진로문제·성적문제·비관·우울증·가정불화 등에 따른 자살 사건이 잇따르면서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사망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10만 명당 31.2명이라고 한다. 한 해 자살하는 사망자 수는 1만 5,566명, 1일 평균 42.6명이라고 하니 실로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올해 대한민국 ‘어린이·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는 100점 기준 69.29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3년째 같은 순위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봐도,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4명 가운데 1명은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학업 부담(36.3%), 진로 문제(18.6%), 가정불화(11%) 등을 들었다.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대한민국 교육인구는 730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 학부모까지 포함하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교육에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학교는 학교폭력, 사교육 문제 등으로 진통을 앓고 있다. 결국 교육으로부터 경제, 가정, 문화 문제가 일어나게 되어 있다. 답은 교육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인데 그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잘 보면 그 시스템의 중심에 학생이 있다.

교육의 본질은 엄밀히 말하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잠재된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우리 뇌 안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지식과 정보가 있다. 문제는 좋은 정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쓸 수 있는 지혜와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너무나 많은 정보로 뇌가 지쳐 있다.

정보를 판단하고 선택하는 기준이 없는 사람은 정보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노예와 다를 바 없고, 욕망과 이기심을 기준으로 정보처리를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나쁜’사람이 된다. 나쁜 사람이란 ‘나뿐인’ 사람이다.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실상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고 이기적인 사람이다. 나쁜 사람은 ‘좋은’사람, 즉 ‘조화로운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뇌교육의 목적이다.

한 사람의 인성과 사고 체계를 형성하는 데는 유전 정보에서부터 환경 정보까지 수없이 많은 정보들이 개입한다. 그런데 그 숱한 정보들 가운데 나를 움직이게 하는 정보, 내 머릿속에 항상 불이 들어와 있는 정보, 내 운명을 이끄는 핵심적인 정보가 있다. 이 핵심 정보가 바로 삶을 판가름하는 절대적인 선택의 기준이 된다. 그런데 이 핵심 정보는 인간의 본성에 뿌리 내린 나무와 같아서 누구나 다 비슷한 성질을 띤다. 그 나무를 얼마나 튼튼하게 잘 가꾸는지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본성의 나무라는 점에서는 모두 공통된 정보를 가진 것이다.

이렇듯 타고난 본성의 정보, 모든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 그것은 바로 ‘양심’이다. 양심이라는 체험 정보가 살아남으로써 인간은 비로소 두려움을 넘어 주체적으로 정보를 선택하고 창조하는 삶을 살 수 있다.

뇌교육은 ‘홍익인간’을 만드는 교육이다. 뇌교육에서 말하는 홍익인간은 ‘양심에 따라 정보처리를 하는 사람’이다. 양심을 기준으로 정보를 선택하고 활용할 때 학생 스스로가 인생의 주인이 되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그릴 수만 있다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해질 것이다.

글. 전은경 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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