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는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다

우리 뇌는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다

그들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꿈꿨다-2

브레인 36호
2012년 10월 30일 (화)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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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는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의 인지과학 연구들은 우리 뇌가 생각처럼 완벽하고 스마트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과학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디살보는 《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에서 걸핏하면 실수하고 웬만하면 안주하려고 하는 뇌의 빈틈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다.

그는 우리 뇌가 손실을 피하고 위험을 줄이고 피해를 방지하려는 방식으로 진화해오다 보니 장점도 많지만 약점도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우리 뇌는 다수의 의견에 약하다. 자신의 의견이 있어도 웬만하면 다수의 의견을 따르고 싶어한다.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이 남학생 열네 명에게 컴퓨터 화면에 나온 여성의 얼굴사진 180장의 평점을 매기는 실험을 했다.

남학생들은 처음에는 자기 주관대로 평점을 매겼으나 또래 학생들의 평점을 보고 난 후에는 그들의 의견에 영향을 받았다. 두 번째 평점을 매길 때 남학생들의 뇌 영상을 촬영한 결과, 또래 학생들의 평가와 같은 패턴을 보였다. 말하자면 또래 집단의 피드백이 남학생들의 평가 기준을 진짜로 바꿔놓은 것이다. 


이처럼 우리 뇌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의견이 자신과 다를 때, 더 효율적이고 훌륭한 결과를 얻으려면 자신의 의견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좋으면 나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유연성이 모든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데도 우리 뇌는 다수가 가는 방향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자신이 직접 확인한 정보도 다른 사람의 한마디에 거짓으로 치부하기도 하며, 잘못된 목표에 엉뚱한 노력을 쏟아 부으면서 시간을 탕진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불완전하며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나태하고, 이왕이면 쉬운 길을 가려고 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합리화한다. 데이비드 디살보는 이러한 뇌의 맹점을 극복하고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어떤 보상이 주어질 때 잠깐 멈추고 그것이 좋은 보상인지 나쁜 보상인지 생각해보거나, 옆 사람의 의견을 따라가고 싶을 때 몇 초만 멈춰 서서 자기 스스로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식으로.


물론 자기 자신의 성취욕구에만 집중하는 것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리처드 브로디의 의견을 참고하길 바란다.


“처음에는 이기적으로 보이는 개인의 성취욕구들도 결국에는 다른 사람이나 이 세상에 기여하고 봉사하고 싶은 욕구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자신의 욕구를 부정하고 오직 이타적인 욕구에만 초점을 맞추면 오히려 이타적인 일에 쏟을 에너지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훌륭하고 선한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 자신이 좋아서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희생정신으로만 지탱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새겨들을 말이다.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꿈꾸다

철학자 강신주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최종 목표는 ‘강신주가 되는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는 공과대학에 입학했다가 철학으로 방향을 튼 것은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니라 다만 앞에 놓인 것을 하나하나 선택하다 보니 그리 되었다고 하면서 자신의 최종 목표는 강신주가 되는 것, 강신주적인 삶을 사는 것, 강신주적인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전히 모르겠다고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삶에 직면하라고. 잡다한 것 좀 치우고, 정직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에 집중하라고.

대학 시절 두 분의 교수님은 안타깝게도 학문적 성취를 미처 꽃 피우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셨다. 한국 민속학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셨던 김태곤 교수님은 십여 년 전 시베리아 답사를 가셨다가 기관지에 병을 얻어 돌아가셨다.

김기혁 교수님은 지난해 봄, 지병으로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학기까지 강단에 서셨다고 들었다. 돌아보면 대학 시절 두 분에게서 내가 느낀 아우라는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삶,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애쓴 사람만이 내뿜는 내면의 빛이 아니었을까. 

글·전채연 ccyy74@naver.com | 일러스트레이션·양명진 artym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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