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명절 증후군이라는 기사가 질릴 때도 되었지만 매 순간, 매해 새로운 부부가 탄생하고, 새로운 사람의 새로운 명절 증후군이 탄생하고 있다. 매년 겪지만, 매번 쑤시고 힘든 명절 증후군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명절 증후군에 대해 신단수 한의원 홍지선 원장과의 인터뷰로 알아보았다.

▲ 신단수 한의원 홍지선 원장
왜 사람들은 한 자리에서 오래 앉아 명절 음식을 준비하거나 운전을 오래 하면 아플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 혹은 ‘일 많이 하기 때문’이다. 한 자리에서 같은 일만 계속하면 아픈 이유는 관절 때문인데, 관절은 원래 움직이라고 만들어진 것이다. 사람 관절 중 가장 큰 관절이 어깨, 허리, 고관절이다. 팔이나 다리 손가락 등에 있는 관절이 상하, 좌우 등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과 달리 여러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고 행동반경이 넓은 관절이다. 제일 큰 관절이다 보니 문제도 가장 많이 생긴다.
돌도 한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이끼나 이물질이 끼인다. 관절도 마찬가지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경직 되면서 본래의 기능을 못하고 굳어진다. 굳어지면 불편하니깐 안 쓰게 되고, 안 쓰니깐 기능이 약해진다. 그래서 관절은 계속 움직이고 써야 한다. 전을 부치거나 운전하거나 다른 일을 할 때도 운동을 하고, 계속 움직여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하루에 10시간씩 일하는데, 또 무슨 운동을 하란 말이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일할 때는 사용하던 관절만 계속해서 쓰게 된다. 그래서 직업병도 생기는 것이다. 운전을 오래 하면 다리는 쓰지만 상체를 쓰지 않기 때문에 어깨가 굳는다. 일과 운동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일하는 동안 안 쓰는 근육과 관절을 쓰기 위해 자세를 계속 바꾸는 것이 중요하고, 운동이 필요하다.
명절 즈음에 한시적으로 우울증이 생기거나 불면증이 생기는 예도 있는지?
많다. 그게 바로 명절 증후군이다. 증후군이라는 것은 하나의 양태다. 병이나 증상이 생기는 원인은 크게 내인(內因), 외인(外因), 불내외인(不內外因)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내인은 사람의 감정인 칠정(七情, 기쁨, 분노, 우울함, 생각, 슬픔, 두려움, 놀람 등)에 병의 원인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반대로 외인은 잠을 못 잤다거나 피곤하거나 너무 춥거나 덥다는 등 외적인 요인인 주변 요인이 병의 원인이 된다. 불내외인은 외인도 내인도 아닌 것으로 교통사고나 화상, 음식 등이 속한다.
명절 증후군을 병으로 보면 이 세 가지 원인 중 하나 혹은 둘 이상이 접목해 나타난다. 특히 스트레스 같은 내적 요인이 많긴 하다. 관계의 불편함이라든가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하는 것들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요즘 현대인들은 개인적인 부분이 많이 발달했다. 가족보다는 자신에게 집중이 되어 있고,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보니 관계의 부조화랄까, 잘 섞여서 해나가는 부분이 어색하고 낯설다. 소가족화로 나타나는 가족 관계의 부조화, 개인화 등 구조적인 부분도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명절 증후군에는 스트레칭을 많이 하라고 한다. 다른 방법은 없나?
스트레칭은 몸에 쌓인 피로 등을 푸는 방법이고, 정신적으로는 ‘에너지 전환’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우울해지거나 무기력해지면 잠을 많이 잔다. 하지만 잠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잠을 자는 동안은 문제 상황에서 도망칠 수는 있지만, 눈을 뜨면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육체적 피로는 풀 수 있겠지만, 정신적 피로는 잠시 도피하고 있는 것이다.
잠 대신 에너지 전환을 하도록 해보자. 슬픔과 기쁨은 동시에 있을 수 없고 행복과 불행이 동시에 있을 수 없듯이 다른 데서 푸는 것이다. 종교 생활이나 취미 생활, 다른 사람과 수다를 떠는 것도 괜찮다. 그래서 취미 생활도 없고, 종교도 없고 친구도 없는 사람은 몸 관리가 참 힘들다. 풀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깐. 10분이든 20분이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좋다. 요즘에는 사우나를 다 같이 가거나, 여행을 간다거나 하는 식으로 명절 증후군을 푸는 방식도 있다.

▲ 백회혈(百會穴)에 침 놓는 모습
그러고 보니 치료할 때, 호흡과 명상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일반인에게 생소한데 이유는 무엇인가?
치료할 때 하는 호흡은 자기 몸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환자 중에는 치료할 때 딴생각이 가득하거나 휴대폰을 계속 만지는 사람이 많다. 다른 때는 몰라도 침을 맞는 동안에는 호흡을 하며 자신의 몸과 아픈 부위에 집중해야 한다. 자기가 아픈 곳이 시원해진다, 아니면 머리가 시원해진다 등 머리에서 발끝까지 기운이 소통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몸에 집중하면 할수록 몸의 치유 능력이 더 빨라지고, 호흡이 안정되면서 편안해진다.
아까 이야기했던 ‘기운을 전환한다’는 것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 기운이 안 좋을 때는 안 좋은 에너지로 꽉 차 있는 것이고, 기분이 좋거나 사랑할 때는 사랑하는 에너지로 사람이 꽉 차 있다. 내가 어떤 에너지 상태이냐는 내가 만들어 주는 것이다. 우울하건 짜증이 나건 내가 에너지를 전환해 좋은 에너지 상태로 만들어야 내 몸을 관리하고 쓸 수 있다.
명절 증후군도 마찬가지다. 기분 나빠서 가고, 우울해져서 가고, 그러면 한도 끝도 없다. 생각을 ‘아, 부모님을 오랜만에 뵙는구나!’, ‘친척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게 놀아야지’하는 식으로 기운을 바꾸어야 근본적인 명절 증후군 퇴치에 도움 된다.
글, 사진.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
도움. 신단수 한의원 홍지선 원장 (http://www.shindans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