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남자와 여자의 뇌가 달라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특히 공포와 불안, 성행동 등을 결정짓는 '편도체(amygdala)'의 변화가 이러한 차이를 더 뚜렷하게 만드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박준택)은 지난 30일 자기공명연구부 조경구, 김형준 박사 연구팀이 자기공명영상(MRI)을 활용한 뇌 연구를 통해 인간 뇌 '편도체 중심핵(central nucleus of amygdala:CeA)'의 노화에 따른 변화가 남성과 여성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원과 경희대, 서울아산병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결과는 뇌 영상 분야 권위지인 '뉴로이미지(NeuroImage)' 5월 1일 자 표지논문으로 실리기도 했다.
공동연구팀은 피실험자 121명의 뇌를 MRI로 촬영해 연구한 결과, 편도체 중심핵 부분이 여성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급격하게 줄어드는 반면, 남성의 경우 거의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편도체 중심핵 부분은 내분비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불안 등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불안장애 유병률이 높은 반면, 폐경기 이후에는 유병률이 감소하는 것이 편도체 중심핵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기존 연구결과에서는 여성은 50세 폐경기를 전후하여 여성 호르몬이 급격히 줄어들지만 남성 호르몬의 변화는 적다는 것을 이유로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유병율이 감소한 것으로만 추정해왔다.
또한 연구팀은 남성의 뇌 편도체 피질핵(cortical nucleus of amygdala:CoA)이 여성보다 남성이 더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뇌 편도체 피질핵의 크기 차이로 인해 남성이 성적인 의미를 담은 시각 자극(에로틱한 그림 등)이나 성행동 등에서 여성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 조경구 자기공명연구부장은 "여성이 폐경기 이후 불안감을 적게 느끼는 것은 호르몬 변화와 함께 중심핵의 크기 변화가 영향을 미친다는 추론이 가능해졌다"며 "MRI를 이용한 편도체 분석법은 향후 임상적 데이터가 축적되면 편도체와 관련된 신경정신질환의 보조 진단도구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글. 강천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