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슨 박사는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꿈 연구가이며, 하버드의대의 명예교수이자 BIMDC(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의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꿈꾸는 뇌》와 《프로이트가 꾸지 못한 13가지 꿈》 등의 많은 책에서 프로이트와 융이 내놓은 꿈에 대한 분석을 비과학적이라고 일축한다.
“수세기에 걸쳐서,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꿈은 주관적인 경험으로 여겨졌으며, 그 의미도 마치 수수께끼처럼 생각되었다. 그래서 특별한 방식으로 해독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꿈을 바라보면 꿈의 의미를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현대과학의 객관적인 꿈 연구와 신경생리학의 힘을 빌린다면 더 이상 꿈을 해석하기 위해 예언자나 심리분석가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된다.”
앨런 홉슨 박사는 《꿈꾸는 뇌(The Dreaming Brain)》에서 위와 같이 말한다. 이 책은 홉슨 박사의 많은 저서 가운데 하나며, 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다양한 뇌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홉슨 박사는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꿈 연구가이며, 하버드의대의 명예교수이자 BIMDC(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의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꿈꾸는 뇌》와 《프로이트가 꾸지 못한 13가지 꿈(13 Dreams Freud Never Had)》 등에서 프로이트와 융이 내놓은 꿈에 대한 분석을 비과학적이라고 일축한다. 그는 꿈은 뇌가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과제를 수행하는 중에 생기는 부산물일 뿐이라고 말한다.
“저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반대합니다. 대부분의 꿈은 모호하지도 않고 검열을 거치지도 않습니다. 그보다는 뜻이 분명하고 편집되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꿈은 의미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뭔가를 숨기지도 않으며, 꿈꾸는 이가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는 매우 대립적인 주제를 다룹니다.
나의 입장은 융이 제시한 꿈의 개념에 공명합니다. 꿈이 분명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이 그렇고, 꿈에서 드러나는 부분과 잠재된 내용이 있다는 가설을 버렸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홉슨 박사는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들이 내놓은 꿈에 대한 연구보다 더 과학적인 방법을 도입하여 ‘REM 수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썼다.
“꿈의 형식은 수면 중에 일어나는 뇌의 활동과 관련이 있다. 수면 중에 뇌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면 뇌 스스로 감각·운동 정보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합한다.”
이런 이론도 내놓았다. “뇌가 자동으로 생성한 감각·운동 신호는 꿈의 줄거리를 위한 추진력이자 방향키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는 또한 꿈꾸는 이의 개인적인 과거사나 태도, 기대에 따라 재조합된다. 그렇게 해서 결국 꿈꾸는 이만의 줄거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홉슨 박사는 《꿈꾸는 삶(Dream Life)》을 통해 뇌가 활성화되는 ‘REM 수면’ 시에 가장 강렬해지는 꿈은 프로이트 식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꿈은 즐길 수 있고, 뇌 연구의 대상이 되는 환희로운 심리 상태이며, 자신의 의식을 들여다보게 해준다는 것이다.
Brain World(이하 브레인) 어떻게 꿈 연구에 몰입하게 되었나?
앨런 홉슨(이하 홉슨) 정신과 의사로서 나는 1960년대에 배운 정신의학 이론과 치료법에 기분이 언짢았다. 환자들의 주요 정신질환을 치료하는데 있어 프로이트의 이론은 정확하지도 않을 뿐더러 효과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 그 이론이 잘못된 것이라고 확신했다.
때마침 정신의학에 생물학을 접목하려는 시류가 있었지만, 그 역시도 내게는 매력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NIH(National Institute of Health, 국립보건연구소)로 갔고, 거기서 수면실험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정상적인 꿈 상태를 연구하는 것이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데 흥미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무릎을 쳤다.
이를테면 꿈에서는 내가 어떤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그렇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기억을 잃어버리게 되고, 자신이 꿈을 꾸며내는 것이다. 그래서 이 연구가 결국 나의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뇌는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브레인 그래서 배운 것은 무엇인가?
홉슨 대부분의 꿈이 만들어지는 REM 수면 단계에서, 뇌는 활동을 하지만 이를테면 오프라인 상태다. 더 이상 신체 외부에서 입력되는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입력-출력’ 회로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외부세계를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뇌는 여전히 활동한다.
이는 마치 깨어있지만 깨어있지 않은 상태와도 같다. 이는 사람들이 미쳤을 때 일어나는 현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정신질환자는 외부세계와의 연결을 잃는데, 신경조절물질 시스템 내에서 균형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현상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다. 뇌는 그만의 방식으로 현실을 구성하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이 아닌 것도 현실처럼 재구성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인지작용을 할 때 매우 유용하지만 너무 과다하게 작동되면 갖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나는 내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사람은 스스로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럴 때 우리는 그 대화가 외부세계에서 온 게 아니라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외부에서 온 것처럼 인식한다면, 큰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꿈에서는 자신이 깨어있다고 착각한다.
이보다 더 현실과 같은 신기루가 어디 있겠는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뇌는 전적으로 그릇된 인식기능을 가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뇌의 기능은 본질적으로 흥미롭다.
브레인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미친 것인가?
홉슨 우리는 누구나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마약을 복용하지 않지만 언젠가 약물을 복용할 수도 있으며, 누구나 유전적인 문제를 포함하여 신경조절물질에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은 미치면 당장 큰 곤란을 겪을 것이라고 여기지만, 나와 일하는 동료 학자들은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오류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몇몇 뛰어난 심리학자들은 미친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한다고 말한다. 물론 미친 사람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한다. 그 ‘있는 그대로’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서 그렇지만 말이다.
브레인 그게 꿈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홉슨 나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서 뇌가 어떻게 하여 내면세계를 만들어내는지 밝히고 싶다. 나는 일흔 일곱 살인데, 그걸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마 천 살까지 살아야 할 것이다. 뇌 연구는 뇌가 만들어내는 내면세계를 이해하는 답을 찾는 과정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면세계에 대해 어떻게 연구할 수 있겠는가?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야 하고, 뇌의 해부학적 메커니즘도 알아야 하며, 수면과 꿈에 대한 연구도 병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뇌세포가 외부세계로부터 내면세계를 만드는 과정을 밝히는 것이다.
브레인 당신은 REM 수면 중에 임의로 가해지는 에너지 신호가 대뇌피질에 닿으면, 우리가 꿈을 꾸게 된다고 믿는 것 같다.
홉슨 내가 주장하는 이론은 REM 수면 중 꿈을 꾸는 건 가장 원초적 상태라는 것이다. 의식의 가장 원초적 상태 말이다. 꿈을 꿀 때도 깨어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의식이 있는 상태다. 이 두 상태는 서로 긴밀하게 협조한다.
꿈은 깨어있을 때 학습했던 것을 최대한 이용하며, 깨어있을 때는 꿈을 통해 학습한 것을 최대한 이용한다. 꿈은 의식의 적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무의식 역시 의식의 적이 아니다. 둘은 협력하여 서로를 고무한다.
브레인 꿈에 의미가 있다고 믿는가?
홉슨 나는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고 여긴다. 나는 꿈에 의미가 없다고 말한 적은 없다. 다만 꿈이 의미를 숨기지 않는다고 말할 뿐이다. 프로이트는 꿈을 정신병리학적으로 해석해야만 한다고 믿게 만들었지만, 그의 의견에 반대한다고 해서 내가 꿈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프로이트 식의 심리분석학자들은 과도한 공포에 질려서 말한다. 물론 꿈에는 의미가 있지만, 프로이트가 말하는 것처럼 꿈에 의미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브레인 예를 들어봐주면 좋겠다.
홉슨 내 꿈은 모든 걸 공공연하게 드러낸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의미가 있으며, 자기 인식의 도구로 매우 유용하다. 따라서 심리학적인 해석은 사양한다. 진실은 당신의 바로 앞에 있을 뿐이다.
내 꿈에 예쁜 여자가 나왔는데 셀로판지로 만든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내가 그 옷을 벗겼다. 이게 상징인가? 그 여자는 우리 어머니가 아니라 상상에만 존재하는 연인일 뿐이다. 나는 평생 ‘상상 속의 연인’을 찾고 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꿈은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브레인 꿈은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인가?
홉슨 정신과 의사로 40여 년 동안 연구하면서, 내가 전혀 모르는 것에 대해 꿈을 통해 배운 적은 없다. 꿈을 통해 ‘깜짝 선물’을 받은 적도 없다. 아마도 당신의 꿈에서는 당신이 모르는 것을 말해줄지도 모른다.
앞에서 말했던 ‘셀로판지로 만든 드레스를 입은 여자에 대한 꿈’은 분명히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뭔가 감추어진 의미가 있다고 할 때는, 어머니에 대해 내가 리비도적인 갈망이 있으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어서 꿈을 꾸었다고 해석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설명은 혼란스럽고, 우리 눈앞에 있는 빤한 진실을 굳이 외면하고 에둘러 가는 것이다. 우리는 성적으로 방탕한 생각을 한다. 그 점에서 프로이트의 공로는 인정해야겠지만, 프로이트 자신도 별로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브레인 그렇다면 프로이트 이론에 대한 비판이 정신분석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홉슨 정신분석 요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너무 부실하다는 것이다. 나도 정신분석 요법을 사용해봤는데 내가 믿어서 효과가 있었던 것이지, 과학적으로 타당하지는 않았다. 부드럽게 말하자면, 내가 선의로 심리학적 노력을 기울여도 그 효과는 대단하지 않을 것이다.
정신분석 치료 중인 심리치료사나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 물어본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주장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그런 식의 주장과 내가 뇌 연구를 통해 밝혀낸 것을 구별한다. 뇌에 대한 연구는 문화적으로 상대적인 현상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라 확실한 결과를 보여준다.
브레인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홉슨 1990년대 이후부터 신경세포, 신경전달물질, 미세전극(microelectrodes), 영상 촬영 등을 통해 뇌 연구 분야에 많은 성과를 얻었다. 실제로 활동하는 인간의 뇌에 대해 연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 촬영 기술을 사용하여 15년 동안 연구한 결과, 뇌에 다른 물질을 삽입하지 않고도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놀라운 쾌거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뇌 이미지의 해상도가 너무 낮다. 이것은 마치 타임스퀘어 위를 비행하면서,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공화당원인지 민주당원인지를 알아내는 일과도 같다.
나는 미래에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정상적인 수면 상태와 꿈꾸는 상태, 정신질환을 앓는 상태를 모두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뇌에 대한 비밀을 향해 최대한 멀리까지 나아가고 싶다.
글·에이미 클라인 Amy Klein | 번역·구승준 wcandy@empas.com
이 기사는 국제뇌교육협회(IBREA)가 발행하는 영문 계간지 <Brain World>와 기사 제휴를 통해 본지에 게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