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마신 미세먼지, 폐 넘어 뇌까지 간다

들이마신 미세먼지, 폐 넘어 뇌까지 간다

KIST, 극미량 미세먼지 체내 이동 경로 규명

매년 봄과 겨울, 계절적 요인을 포함한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고농도의 미세먼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세먼지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주로 대기 중의 농도와 사망률 또는 질병의 발생률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두어 왔다. 그러나 미세먼지에 노출된 후,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온 미세먼지가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껏 명확하게 답을 제시하기 어려웠다. 이는 체내로 유입된 미세먼지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분석 기술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미세먼지 노출 모사 실험에서도 기술적 한계로 인해 각 장기에 유입된 미세먼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 결과 실제 분포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지금까지는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축적될 것으로 예상되는 폐를 중심으로 대략적인 수준만 추정해왔다.
 

▲ 14C 표지 미세먼지를 이용한 동물 노출 실험 수행 및 각 장기별 분포 확인 [사진=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오상록) 특성분석·데이터센터 유병용·이관호 박사 연구팀은 이러한 분석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세먼지가 체내 각 장기에 얼마나 축적되는지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소동물에 실제 환경과 유사한 농도의 미세먼지를 노출시켰을 때, 체내 각 장기에 유입된 미세먼지를 극미량까지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방사성 탄소(¹⁴C)로 표지된 미세먼지를 직접 제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노출 실험을 수행했다. 여기에 극미량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구별하고 개수까지 측정할 수 있는 가속기 질량분석법(AMS, Accelerator Mass Spectrometry)을 결합해, 체내에 유입된 미세먼지를 나노그램(ng) 수준까지 정량화할 수 있는 분석 기술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확인이 어려웠던 미세먼지의 체내 이동 경로와 장기별 축적량을 정밀하게 수치로 제시할 수 있게 됐다.

방사선 탄소 표지 미세먼지의 동물 노출 실험 결과, 미세먼지는 폐에 국한되지 않고 간, 신장, 뇌 등 다양한 장기에도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대기질 ‘매우 나쁨’ 수준(PM10 약 150 μg/m³)에서 1시간 노출만으로도 일부 입자가 여러 장기에 확인됐으며 하루 3시간씩 7일간 반복 노출할 경우 장기별 분포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는 미세먼지가 노출 빈도와 시간에 따라 체내에 점진적으로 축적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기술은 향후 미세먼지 위해성 평가의 정밀도를 크게 높이고, 환경 기준 과 보건 정책 수립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존의 호흡기 중심 연구를 넘어 뇌, 간 등 전신 영향까지 고려한 건강 영향 평가가 가능해지면서, 임산부·노약자·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자 등 미세먼지 취약계층 보호 정책 수립에도 중요한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연구진은 이 분석 플랫폼을 미세플라스틱 등 다양한 환경 유해물질 평가로 확장해, 산업 및 환경 안전 관리 전반에 활용할 계획이다.
 

▲ 장기 및 순환계 내 미세 먼지의 분포: 장기간-저농도 노출과 단기간-고농도 노출 비교 [사진=KIST]

KIST 이관호 박사는 “이번 연구는 가속기 질량분석법을 활용해 미세먼지의 체내 유입량과 장기별 축적량을 정량적으로 제시한 첫 사례”라며 “실제 생활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도 미세먼지의 체내 분포량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배경훈)의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 대기환경복합대응연구사업으로 수행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최신 호에 게재됐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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