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역, 두뇌정보산업을 이끈다

새로운 영역, 두뇌정보산업을 이끈다

대구광역시의 두뇌정보산업 전략회의

브레인 5호
2010년 12월 08일 (수)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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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국내 뇌 관련 전문가들이 대구에 모여들었다. 대구시 신기술산업본부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뇌과학의 산업화 가능성을 점검하는 ‘두뇌정보산업 전략회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대구의 ‘두뇌정보산업도시 계획’이 타당성 검토와 계획단계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과학기술의 흐름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성장하는 두뇌관련 산업

전 세계적으로 두뇌관련 산업의 성장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미국의 뇌기술산업 2007년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뇌기술산업의 매출은 1천250억 달러로 2005년과 비교해 10% 성장했고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7.5% 증가했다. 관련업체들의 주가는 3년간 53% 증가해 여타 산업에 비해 성장에 대한 기대 또한 높다.

현재의 두뇌관련 산업은 주로 두뇌질환 관련 산업과 기기산업 쪽에 집중되어 있지만 인공지능뿐 아니라 가전과 엔터테인먼트처럼 전혀 다른 영역의 기업들도 속속 두뇌 관련 기술을 발표하며 참여하는 추세다. 뇌파로 조정할 수 있는 게임기와 리모컨 등에서 보듯 요즘 뇌과학을 중심으로 컨버전스convergence, 즉 융합이 과학기술의 대세가 되고 있다. 미국과학재단NSF의 보고서에서도 밝혔듯 뇌과학과 인지과학은 정보기술, 생명기술, 나노기술과 함께 앞으로의 학문과 산업을 이끌 중심축이 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컴퓨터 키보드 하나에도 첨단기술의 융합과 뇌과학이 적용될 수 있다. 나노기술에 의해 저절로 깨끗해지는 자판, 근육에 적합한 손과 팔의 배치, 사용자의 습관을 저장해서 손가락의 압력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프로그램, 인지방식을 고려한 자판 등 다양한 기술과 두뇌의 작동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가고 운전자의 뇌파와 음성에 따라 조절되는 자동차, 환경과 생체리듬에 맞춰 변화하는 주거환경 등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 법한 것들이 이미 연구단계에서는 만들어지고 있다.

두뇌정보산업의 가능성을 찾다

대구시 신기술산업본부의 ‘두뇌정보산업 전략회의’는 이러한 과학기술의 경향에 맞춰 지역의 IT 인프라, 뇌공학, 뇌의약학 등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전략적으로 추진 가능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해 열렸다. 여러 차례에 걸쳐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의 석학들뿐 아니라 뇌영상 기술의 세계적인 선두주자인 조장희 가천의대 교수, 이수영 KAIST 뇌과학연구소장, 김경택 포스텍 뇌과학연구센터 수장, 이상민 제4세대 뇌연구 R&D 방향 연구 책임자 등 전국의 뇌연구 석학들이 참가했다.
 
대구시 신기술산업본부는 작년에 국내 최초로 섬유산업과 정보통신, 의료산업을 결합시킨 웨어러블 패션쇼를 열어 섬유, 안경, 메카트로닉스, 전자 등 기존의 지역산업을 첨단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두뇌정보산업화에 접근하는 방법도 이러한 노력의 연장이다. 우선적으로 기존의 산업과 브레인 연구의 요소와 기술들을 연계한 아이템 발굴로 진행하는 방법이 좋다는 것이 시와 전략회의의 생각이다.

전자와 의학 분야에 뛰어난 지역 대학들, 경북지역의 전자·기계·자동차 공업 도시들, 건설되고 있는 테크노폴리스 연구개발 단지 등이 두뇌산업 도시로서 발전할 수 있는 대구의 강점이라고 대구시는 밝힌다. 현재 대구에서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을 중심으로 과학 연구와 산업연구센터 를 한데 모을 수 있도록 주거와 교육, 편의시설까지 고려한 테크노폴리스가 건설되고 있다.

지자체, 뇌를 쓰다

물론 단기간에 두뇌산업이 본격적인 결과물을 내고 규모가 확대되는 성과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몇몇 분야에서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의 기술단계로서는 제품화가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략회의와 분야별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박학정 대구시 정보서비스 담당은 “지금으로서는 앞으로의 가능성과 여러 가지 지역에 맞는 사업 아이템들을 찾아보고 있는 단계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자체만으로도 국내에서 미약했던 두뇌산업 논의가 점차 활발해질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 단계에 맞는 적절한 아이템들을 찾아 시와 연구기관, 업계가 공동으로 협력해 성공을 이뤄낸다면 한국형 두뇌산업, 지역에 맞는 두뇌산업도 꿈은 아닐 것이다. 박광길 대구시 신기술산업본부장은 지역산업의 하나인 안경을 예로 들며 두뇌산업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안경만 봐도 머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지납니다. 안경과 뇌파측정을 연결해서 제품화할 수는 없을까요?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많은 가능성과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반도체나 모바일에서 항상 다른 나라의 기술을 따라잡아왔습니다. 이제 이처럼 뛰어난 두뇌를 활용해 새로운 영역으로 앞서 움직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의 말대로 기업뿐 아니라 지자체에도 경쟁력이 필요한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두뇌과학의 적극적 산업화, 새로운 영역의 개척이 필요할 때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 사진·강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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