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의 뇌이야기] 생각하는 세포 뉴런

[김승환의 뇌이야기] 생각하는 세포 뉴런

김승환의 뇌 이야기

브레인 2호
2013년 01월 11일 (금)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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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린 시절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우주의 광대함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호기심과 탐구 정신은 과학기술의 혁명적 발전으로 이어졌고 오늘날 찬란한 인류문명의 원동력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막상 우리 몸 속 내적우주로의 탐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그 중 뇌brain는 우리 몸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이자 마음의 집으로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존재이다. 이 신비로운 뇌를 탐구하는 인류의 본격적인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뇌는 과연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뇌의 단면을 현미경으로 확대하여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마치 나무뿌리와 같은 기묘한 모양의 세포들이 서로 엉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머리카락 두께정도의 생체 세포들은 뉴런neuron이라고 불리며, 뇌가 정보 처리를 수행하는 최소의 구성단위이다. 우리의 뇌 속에는 세계 인구의 15배가 넘는 무려 천억 개나 되는 뉴런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용선으로 연결된 뉴런

뉴런은 주위에서 자극을 받으면 이에 능동적으로 반응한다. 예를 들어 독자들이 이 칼럼을 읽는 동안 뇌의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부위에 있는 많은 뉴런들이 동시에 활성화된다. 뉴런은 하나의 살아있는 세포이며, 뉴런의 반응신호는 기본적으로 세포 안팎을 넘나드는 정교한 생화학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뉴런은 그 기능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대개 세 부위로 나뉘어 신호처리의 역할을 분담한다. 뉴런은 나무뿌리 모양의 수상돌기에서 주위의 신호를 받아들이고, 중심부를 이루는 세포체에서 신호를 다시 만들어내고, 그리고 가늘고 긴 축삭을 통해 신호를 멀리 전달한다.

뉴런의 신호는 생화학적 엔진으로 만들어지지만 그 결과는 전기신호로 나타난다. 왜냐하면 전기 신호야 말로 생체 내에서 가장 빨리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런들은 뇌 뿐 아니라 몸 전체에 퍼져 있어 우리가 감각을 느끼고 반응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뜨거운 물체를 만지면 위험을 알리는 감각뉴런의 신호가 고속철보다 더 빠른 속도로 뇌로 전달되고, 다시 뇌의 명령이 운동뉴런으로 전달되어 스스로를 보호하게 된다. 온 몸 구석구석에 있는 뉴런들은 신경망이라는 ‘전용선’을 통해 거미줄같이 연결되어 있어, 이 전기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정보를 빠르게 교류하고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

최근 첨단 정보기술은 점차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뉴런의 기본 전기신호도 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 ‘활성전위’라고 불리는 신경신호의 기본 단위는 AA건전지 전압의 1/150인 0.1V정도의 크기로, 1/1000초라는 매우 짧은 기간동안 지속되는 펄스이다. 이 전기펄스는 뉴런 세포의 중심부인 세포체에서 생화학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활성전위는 마치 파도가 전달되는 것처럼 축삭이라고 불리는 긴 전용선을 따라 그 크기와 모양을 유지한 채 주변부와 인접 뉴런 쪽으로 전달된다.

뉴런 사이의 신호의 전달은 마치 릴레이 경주와 비슷하다. 활성전위 신호가 ‘시냅스 synapse’라고 불리는 전용선의 끝에 다다르면 ‘신경전달물질’이 세포 밖으로 분비되어 그 주위로 확산된다. 이 물질이 마치 릴레이 바통처럼 인접 뉴런들의 수상돌기의 표면에 있는 ‘수용체receptor’와 결합하면 인접 뉴런에 작은 펄스신호가 만들어지고, 신호 릴레이가 완료되는 것이다.

한 개의 뉴런은 만개 정도의 시냅스를 통해 주위 뉴런에 신호를 보낼 수 있고, 인접 뉴런의 수상돌기에도 수많은 수용체가 자리하여 신호를 받을 수 있다. 매 릴레이 주자마다 바통을 만개씩 써서 병렬로 신호를 전달하는 셈이다. 또한 시냅스에서는 신호 전달을 할 때 변조와 증폭이 가능하여 신호의 정교한 튜닝을 할 수 있으며, 뉴런 사이의 상호 연결의 강도도 바꿀 수 있어 뇌 하드웨어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뉴런의 펄스 신호는 디지털방식으로 생성되지만, 이들 펄스로 이루어진 뇌 정보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처리된다. 뉴런의 신호는 자극에 따라 한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만들어진다. 즉 여러 개의 펄스가 서로 다른 시간에 만들어지며, 이 펄스들이 만들어지는 횟수와 시간적 배열의 패턴에 뇌의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게 된다. 이러한 펄스신호 패턴이 만들어질 수 있는 조합의 수는 무한하며, 기존 컴퓨터와는 다른 아날로그 형식의 뇌 정보처리가 가능해진다.

뇌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거미줄 같은 신호망으로 채워진 우리의 뇌. 이 복잡한 전기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펄스의 생성과 신호전달 활동이 뇌와 신경 정보처리의 밑바탕이 된다. 최근 뇌 연구는 이러한 뉴런들의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복잡한 펄스신호 패턴과 다양한 뇌 정보과의 연결 고리를 이해하고, 뉴런의 활동이 어떻게 뇌의 하드웨어 변화와 연동되는가를 탐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뉴런과 그 연결망이 과연 21세기의 화두 ‘뇌’를 해결할 비밀의 열쇠를 제공할 것인가?

글. 김승환 (포항공대 뇌연구센터장 / 포항공대 물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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