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기계공학과 장경인 교수 연구팀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한국뇌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과 함께 뇌 속 신경전달물질을 감지하는 무선 이식형 신경칩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칩은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아세틸콜린'을 실시간 측정할 뿐만 아니라 빛 자극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 장경인 교수, 손지은 박사과정, 오세혁 박사 후 연구원, 하정대 박사 후 연구원 [사진=KAIST 제공]
아세틸콜린은 신경세포 사이에서 정보를 전달하며 기억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대표적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도네페질'은 아세틸콜린이 분해되는 것을 막아 뇌 속에 더 오래 머물도록 돕는다. 따라서 약물을 투여한 뒤 뇌 특정 부위에서 아세틸콜린의 농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면 약의 효과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연구팀은 개발한 신경칩을 미니돼지의 전전두피질에 심은 뒤 도네페질을 투여하고 아세틸콜린 신호를 무선으로 측정했다. 전전두피질은 판단, 주의력, 기억 등 핵심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다. 실험 결과 약물 투여 후 아세틸콜린 신호가 증가했다가 서서히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과정이 관찰됐다. 뇌 속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화학 반응을 몸 밖에서 연속해서 확인한 것이다.
▲ 손끝에 올린 이식형 신경 프로브 [그림=KAIST]
연구팀은 정밀한 측정을 위해 미세한 구멍이 많은 키토산 소재에 은과 백금으로 만든 나노선을 결합한 감지층을 적용했다. 다공성 구조는 효소가 넓게 붙도록 돕고, 나노선은 화학 반응을 전기 신호로 바꾼다. 또한 다른 물질에 의한 신호 간섭을 줄이기 위해 탐침 양쪽에 효소가 있는 전극과 없는 전극을 각각 배치해 아세틸콜린만의 변화를 정확히 구분해냈다. 측정된 데이터는 소형 회로를 거쳐 블루투스로 외부 기기에 전달된다.
이 신경칩은 뇌 속 변화를 읽는 동시에 빛으로 신경세포를 자극할 수도 있다. 생쥐 실험 결과, 칩에 탑재된 초소형 LED로 빛을 가하자 아세틸콜린 신호가 실제로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번 동물실험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미니돼지 수술과 공급을, 한국뇌연구원이 생쥐 실험을 지원하며 전문성을 더했다.
이번 기술은 치료제의 투여량이나 간격에 따른 뇌 속 반응 변화를 비교 분석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나아가 뇌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그에 맞는 자극을 전달하는 '폐회로형 신경 인터페이스' 기술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연구는 동물의 뇌에서 화학적 변화를 측정한 것으로,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장기적인 인체 안전성과 측정 안정성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KAIST 장경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 속 변화를 실시간으로 읽고 그에 맞춰 자극을 조절하는 맞춤형 치료 기술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뇌 질환 치료제의 작용 방식을 밝히고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찾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구진은 교원창업기업인 엔사이드 주식회사를 통해 해당 기술의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디바이스(Device)'에 게재됐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