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기능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전기적 활동뿐 아니라 행동, 동기, 정서, 질환 상태를 조절하는 신경화학적 신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기존 신경 인터페이스 기술은 대부분 전기 신호에 집중해 있어, 회로 수준에서 신경화학물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서울대학교 첨단융합학부 및 의과대학 소속 박성준 교수와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김예지 연구원은 뇌 회로가 전기 신호뿐 아니라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신경조절물질의 화학적 신호를 통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규명하기 위한 차세대 신경화학 인터페이스 기술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향후 뇌·질환 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연구 성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연구는 뇌의 ‘화학적 언어’를 읽어내기 위한 도구들의 발전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각각의 기술이 어떤 신경과학적 질문을 해결해 왔는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최근 신경과학은 단순한 전기신호 분석만으로는 보상, 동기, 스트레스, 정서와 같이 복합적·전신적 회로 상태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도파민, 세로토닌, 아세틸콜린 등 신경조절물질은 수백 밀리초 단위의 빠른 변화부터 장기적인 만성 변화까지 매우 다양한 시간·공간 스케일에서 회로의 이득 조절, 감정 상태, 의사결정, 학습을 관장한다.
그러나 기존 도구의 한계로 인해 이러한 화학적 신호를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데에는 기술적·개념적 제약이 존재해 왔다.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세투석 기반 초기 샘플링 기술, 전기화학 기반 실시간 측정(FSCV 등), 유전학적 표적화가 가능한 광학 기반 센서, 그리고 전기·광학·화학을 통합한 하이브리드 플랫폼 등 신경화학 인터페이스의 전 발전 흐름을 폭넓게 분석하였다.
특히 도파민 반응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전기화학 기술, 세로토닌 동역학을 시각화하는 유전자 기반 광센서, 단일 삽입체에서 화학·전기·광학 신호를 동시에 수집하는 다중모달 센서 등은 회로 기반 행동 연구를 정량적으로 재정의한 기술로 다뤄졌다.
더불어 신경전달물질·신경조절물질 신호는 신경세포뿐 아니라 교세포, 내피세포, 미세혈관, 장–뇌 축까지 관여하기 때문에, 분자·전기·광학 신호의 다중 스케일 융합 분석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 차세대 신경화학 실시간 모니터링 플랫폼의 핵심 기능 [사진=서울대학교]
한편 연구진은 뇌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장기간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비파괴적·실시간 분석 기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기존의 고정·절편 기반 분석은 시간 정보가 소실되고 동일 조직을 반복 관찰할 수 없었으나, 실시간 측정이 가능한 전기화학 센서, 광센서, 근적외선(NIR) 기반 무선 인터페이스 등은 동물의 행동 중에도 뇌 깊은 구조에서 화학 신호를 안정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신경화학 인터페이스 분야의 발전 방향이 단일 기술의 고도화뿐만 아니라, 전기·광학·화학 신호를 결합한 다중모달(multimodal) 통합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예를 들어, 화학 신호와 전기적 스파이크 데이터를 동시에 수집하거나, 광유전학적 자극과 화학 센싱을 결합해 인과적 회로 분석을 수행하는 방식은 기존 접근을 넘어선 새로운 차원의 회로 지도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
박성준 교수는 “뇌는 단순히 전기 신호만으로 작동하는 기관이 아니라 복잡한 화학 신호 흐름이 결합된 통합 시스템”이라고 말하며, “향후 신경화학 인터페이스 분야는 △다중분자 동시 측정, △뇌 전역 접근성이 높은 구조 설계, △무선·저침습 센서 개발, △질환 특이적 폐쇄루프 기반 치료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러한 기술은 파킨슨병, 우울증, 알츠하이머병 등 주요 뇌 질환의 화학적 지표를 장기간 모니터링하여 개인 맞춤형 뇌 치료 플랫폼으로 확장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 학술지 Nature Reviews Neuroscience에 게재 되었으며, 한국연구재단(NRF)와 보스턴코리아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