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뇌 전문 채널의 뉴스 시간. 밤마다 도심을 누비고 다니는 노인 오토바이족들이 화면에 잡힌다. 이어 오토바이족 젊은이들과 어울려 댄스를 즐기고 있는 한 노인 인터뷰.
“다시 젊음을 찾았습니다. 기쁩니다, 기쁘고요.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서 약화된 뼈와 근육을 삼십대로 강화시켰죠. 얼굴에는 주름 방지 크림을 발라 주름을 폈고, 눈에는 망막칩을 심어 돋보기가 필요 없어요. 귀에도 청각칩을 넣어 보청기를 끼지 않게 되었답니다. 내 나이 육십이지만 다들 삼십 대 후반으로 봅니다.”
노인들이 사춘기 청소년처럼 심야에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는 현상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 김정신 씨는 “노화 방지 신기술과 신약의 발달로 갑작스럽게 신체 나이가 30~40대로 돌아간 노인들이 정신적으로 흥분하여 일시적 퇴행 현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과학자들은 뇌의 시각정보처리 방식을 알아내, 소형의 인공망막칩을 만들어 컴퓨터와 시각신경을 직접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기술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Brain Computer Interface)’ 이라고 한다. 뇌의 정보처리 메커니즘을 밝혀내면, 생각하는 즉시 전자장치와 통신하거나 정보기기를 움직이는 게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생물의 신경계와 컴퓨터를 연결해 쌍방향으로 통신시키는 연구나 뇌파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생각이나 감정을 파악하려는 연구를 활발히 수행중이다.
서울대 초미세 생체전자연구센터에서는 미세한 신경 전자칩을 기능이 퇴화한 기관 가까이에 심어 눈이나 귀, 코의 기능을 회복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젠 보청기를 끼거나 돋보기를 눈 가까이에 들이대지 않고도 간단하게 피부 표면에 칩을 심는 방식으로 퇴화된 기능이 보완될 날이 머지않았다.
눈, 코, 귀 모두 가짜?
인공망막은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전자소자이다. 인공망막을 눈의 망막 앞에 이식하여 신경절세포를 전기적으로 직접 자극하면 시각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다. 또 반도체 칩으로 인공망막이 개발되어 이것을 눈에 이식하여 망막에 고정시키는 기술까지 개발되었다.
인공망막 이식은 노화 방지뿐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서는 어둠의 장막을 걷는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2050년 개정판 국어사전에 정의된 ‘장님’이란 단어는 다음과 같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장님: 본래는 눈이 멀거나 어두워 보지 못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맹인이라고도 했음. 그러나 망막이식 기술의 발달로 시각기능 회복이 가능해지자 장님이란 단어는 사리에 어둡고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깜깜한 사람이라는 비유적인 표현으로만 쓰임.’
청각장애는 대부분 유모세포의 결손에서 비롯되는데, 유모세포는 망막과 유사한 와우각에 늘어서 있는 털이 연결된 세포이다. 이 세포는 와우각의 철통같은 보호를 받지만 노화, 항생제 같은 약물, 각종 소음에 의하여 쉽게 죽는다. 야구장의 함성소리에 유모세포의 털이 수십여 개씩 파괴될 정도. 요컨대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유모세포를 잃게 된다. 청각장애일 경우, 유모세포가 없더라도 청신경은 대개 살아 있다. 따라서 청신경을 인위적으로 자극하면 뇌가 소리를 지각할 수 있다. 청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신경보철 장치가 바로 인공 와우각.
귀에 설치해 놓은 마이크로폰이 소리를 모아서 허리에 휴대한 음향처리 장치로 보내면 소리가 전기적 신호로 바뀐다. 이 신호는 두개골에 이식된 수신기로 전해지고, 수신기에서 받은 신호는 전선을 따라서 와우각의 오목한 부분에 박혀 있는 미세전극으로 보내진다. 미세전극이 전기적 자극을 청신경으로 전달하면 뇌가 소리를 듣게 된다.
인공 와우각 연구는 1980년대에 결실을 맺어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은 1984년에 처음으로 성인용 인공 와우각의 상용화를 승인했으며 1990년에는 그 용도를 어린이까지 확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에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이식수술에 성공했다.
또 최근 센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인간의 후각 작용을 모방하는 센서로 전자코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전자코는 실제 인간의 후각에 비해 감지도와 구별 능력이 낮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극히 낮은 농도의 냄새 분자들을 감지하고 냄새 분자들에 대한 구별 능력이 뛰어난 생물학적 센서의 개발이 요청된다.
변치 않는 노화방지 명약은 ‘일+사랑’
지난 1993년에 캐나다의 한 TV방송에 소개되어 시청자를 경악하게 한 뉴스가 있다. 2천 개의 안구, 1천4백 개의 간, 3천 쌍의 고환. 이는 어느 러시아 회사가 인간의 장기를 암거래한 내용의 일부이다. 사람의 장기는 러시아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불법적인 돈벌이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질병과 기능장애를 극복하여 수명을 연장하려는 인간의 욕망 때문에 그 수요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공 망막칩, 전자코, 인공 청각칩 등에 그치지 않고 신경보철로 만들어진 인공 장기까지 개발되고 있다.
인체의 노화된 부분을 기계 부속품 갈아 끼우듯 인공 심장, 인공 간, 인공 고환, 인공 망막, 전자코 등으로 대체 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그때를 대비해 노후자금을 더 넉넉히 준비해둘 계획을 세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우선 실천해야 할 사항이 있다. ‘꿈의 해석’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일과 사랑’을 꼽았다. 노년에도 활기차게 일하고 사랑하는 것이 행복과 장수의 비결.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노년까지 지속하기 어렵다면 당장 일과 사랑에 대한 인생의 장기 계획부터 세울 일이다.
글│곽문주 joojoo@powerbr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