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두엽과 유전자가 승자와 패자를 나눈다

전전두엽과 유전자가 승자와 패자를 나눈다

한국뇌연구원, 사회적 경쟁할 때 나타나는 승자와 패자 특이적 뇌지도 규명

경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승자의 뇌와 포기하는 패자의 뇌는 어떻게 다를까?

한국뇌연구원은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 구자욱 박사 연구팀과 최무림 서울대 의대 교수 연구팀이 전전두엽에 있는 특정 신경세포가 승자와 패자의 뇌를 구분하고, 특정 유전자가 사회적 서열 형성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2일 밝혔다. 
 

▲ 구자욱 책임연구원, 최태용 연구원 (한국뇌연구원 제공)


대뇌의 전전두엽(medial prefrontal cortex, mPFC)은 생존본능이나 성격과 같은 사회적 서열 형성에 관여하는 주요 뇌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전전두엽 내 특정 신경세포들이 사회적 경쟁의 승패에 선택적으로 활성화된다는 기존 연구결과들은 있지만, 아직 분자 및 해부학적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구자욱 박사 연구팀은 실험동물 모델들이 사회적 경쟁할 때 활성화되는 전전두엽 신경세포의 연결을 전뇌(forebrain) 수준에서 추적하여 승자와 패자 특이적 뇌지도를 규명하였다. 연구팀은 먼저 경쟁 상황일 때 전전두엽에서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튜브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승자에서는 전전두엽에서 중격의지핵(nucleus accumbens, NAc)으로 출력 신호를 보내는 신경세포들이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 반면, 패자에서는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 VTA)으로 출력신호를 보내는 신경세포들이 선택적으로 활성화되었다. 

회로의 활성 조절에 따라 사회적 경쟁과 서열 행동에서도 상반된 변화를 보였다. 상대방을 밀어내거나 상대방의 힘을 버티는 등 이기려는 행동을 할 때에는 중격의지핵 신경회로망의 활성이 증가했지만, 뒷걸음질 치거나 도망가는 것과 같이 지는 행동을 할 때에는 복측피개영역 신경회로망의 활성이 증가하였다. 
 

▲ 연구 결과 정리 모식도 (한국뇌연구원 제공)


또한, 유전자 전달 기법을 활용해 전전두엽-중격의지핵 신경회로의 활성을 억제하면 사회적 경쟁에서 더 많이 지는 반면, 전전두엽-복측피개영역 신경회로의 활성을 억제하면 사회적 경쟁에서 더 많이 이겼다. 이는, 전전두엽에서 갈라진 두 신경회로망이 사회적 서열 형성에 반대로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회적 서열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도 서열이 높고 낮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서열이 높은 개체와 낮은 개체의 전전두엽 뇌조직을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한 결과, 전전두엽-복측피개영역 신경세포에서 Pou3f1 유전자가 사회적 서열에 따라 차별적으로 발현되면 사회적 서열도 변하였다. 사회적 서열이 낮은 개체의 전전두엽-복측피개영역 신경세포에서 Pou3f1 발현을 낮추면 서열이 올라갔고, 발현을 증가시키면 서열이 낮아졌다. 

구자욱 박사는 “이번 연구는 사회적 경쟁 행동에 대한 뇌지도 및 회로망 특이적 분자 기전 규명을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이해를 높이는데 기여했다”며, 향후 사회적 불안, 우울증 및 갑질과 같은 사회적 경쟁과 서열에 따른 병리적 현상의 신경생물학적 원인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뇌연구원 최태용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신경과학 분야 최고수준의 국제학술지인 ‘Neuron (IF:16.2)’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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