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개봉한 영화 ‘인턴(The Intern)’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30대의 열정적 사업가인 앤 해서웨이가 시니어 인턴제도를 통해 70대 인턴 로버트 드 니로를 만나면서 열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70대 인턴의 경험과 연륜으로 도움을 받고 해결한다는 이야기다.
▲ 영화<인턴> 스틸컷.
우리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크게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70대의 풍부한 경험이 30대 풋내기 사업가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연륜은 인간의 최대수명 120세를 준비하는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지표로 인식된다.
이쯤 되면 간단한 의문이 든다. 흔히들 뇌기능은 20~30대에서 정점을 찍고 점차 감퇴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연륜은 평생을 걸쳐 축척될 수 있는 걸까?
1963년 심리학자 커텔Cattell은 보편적 지능을 두 가지로 나누어 정의하였다. 하나는 ‘유동성 지능(Fluid Intelligence)’이며 다른 하나는 ‘결정성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이다. 이 두 지표는 IQ(지능지수) 검사에 사용되고 있다. 유동성 지능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는 지능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다르게 결정성지능은 과거 자신이 경험한 지식과 문제해결 방법 등을 이야기하며, 앞서 이야기한 연륜과 밀접한 관련을 보이는 지능이라 하겠다.
뇌기능이 20~30대를 기점으로 감퇴한다는 이야기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1966년 <Journal of Psychoeducational Assessment>에 발표된 징젠왕Jing-Jen Wang 그룹의 20대에서 90대까지의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을 분석한 논문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결과를 알 수 있다. 논문의 저자는 유동성 지능의 경우 20~30대에 정점을 찍은 뒤 현저하게 감소하지만, 결정성 지능의 경우 그 이후에도 증가세를 보이면 그 지능이 90세까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결정성 지능은 노화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뇌기능이 20~30대를 기점으로 감퇴한다는 이야기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것을 알려준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유동성 지능의 경우 전전두엽이 크게 활성화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결정성 지능의 경우는 뇌의 활성이 크게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결정성 지능의 경우 왜 뇌 활성화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지에 대한 정확한 매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단지 결정성지능과 관련된 뇌신경들은 뇌 전체에 고루 퍼져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가설만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현상을 통해 결정성 지능은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어쩌면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노화가 진행되어도 그 기능이 유지 발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본다.
▲ 연륜은 본래 나무의 나이테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우리는 흔히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지혜쯤으로 널리 사용한다. <사진=Pixabay 이미지>
운동은 결정성 지능이 향상 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우리는 40~50대 그리고 60대 이후에도 어떻게 결정성 지능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발달시킬 수 있을까? 이미 많은 뇌과학자들은 결정성 지능은 장기기억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밝혀냈다. 다양한 경험과 문제해결 방법을 기억해야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겠다. 즉, 기억력을 향상시켜야 노화를 이겨내고 삶의 지혜를 지속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뇌에는 신경망을 조직하는 역할을 하는 ‘뇌신경 성장인자(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BDNF)’가 있는데 운동을 하면 뇌신경성장인자 분비가 증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는 장기기억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당연히 운동은 결정성 지능이 향상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실 연륜이라는 단어는 나무의 나이테를 의미하는 단어지만 우리는 흔히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지혜쯤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나이테는 다들 알고 있듯이 나무가 혹독한 추위와 더위를 견대내면서 만들어 진다. 연륜도 마찬가지이다. 무작정 시간을 보낸다고 우리에게 삶의 지혜가 쌓이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잘 준비한다면 평생을 거처 더 큰 연륜을 쌓을 수 있다. 120세 시대가 펼쳐진 지금 세월이라는 풍파에 맞서 이겨내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삶의 설계가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해본다.
글. 한국뇌과학연구원 강호중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