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뇌는 최고의 절정기

중년의 뇌는 최고의 절정기

[뇌 기획 특집] 중년기 뇌의 특성

요즘 뜨고 있는 화제의 개그가 있다. ‘끝사랑’. 늦은 나이에 불타오르는 중년의 사랑을 코믹하게 풀어낸 개그이다. 중년의 삶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가 뜨고 있고, 중년을 타켓으로 한 상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40, 50대에 혼자서 해외여행을 즐기는 활기찬 중년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줌마 혼자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게다가 아이들 다 키워놓고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는 중년의 대학생들도 많다.

그들은 내면에서 다시 샘솟는 열정과 에너지를 살려서 가슴 뛰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 ‘중년’ 하면 청년기를 지나 노년을 준비하는 시기 정도로 인식했지만, 지금 중년은 다시 새롭게 피어나는 ‘꽃중년’이다. 

▲ 중년의 뇌는 놀라운 직관과 통찰력으로 더 빨리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낸다

중년의 뇌가 뛰어난 이유

중년에 들어 갖게 되는 가장 최대의 고민은 계속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뭘 하려고 분명히 문을 열고 나왔는데 도대체 뭐 때문에 나왔는지 떠오르질 않는다. 칫솔을 가방에 넣어놓고선 한참 칫솔을 찾아서 온 방 안을 뒤진다. 결국, 가방에 있는 칫솔을 발견하고는 허망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자신의 머리를 자책한다. 실로 뇌세포가 나날이 죽어가고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뇌 과학 연구자들은 지난 몇 년간, 중년의 뇌가 깜빡깜빡해도 가장 뛰어나고 똑똑하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드는 것처럼 뇌도 함께 늙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중년의 뇌는 연결망의 패턴을 탄탄하게 형성하는 덕분에 더 영리하게 판단하고 종합적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놀라운 직관과 통찰력을 발휘한다.

또한, 복잡한 인지기술을 측정하는 검사에서 평균적으로 40세에서 65세 사이의 중년이 ‘지각 속도’와 ‘계산 능력’을 제외하고 ‘어휘’ ‘언어 기억’ ‘공간 정향’ ‘귀납적 추리’에서 최고의 수행력을 보였다. 나이가 들면서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패턴을 인지하고 핵심을 꿰뚫어보는 능력은 중년의 뇌가 탁월한 것으로 나왔다.

또한, 49~69세의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3년에 걸쳐 모의 비행장치 조종 실험을 진행한 결과, 나이 든 조종사들이 처음에는 모의 장치를 잘 다루지 못했지만, 시험이 반복되면서 ‘다른 비행기와 충돌 피하기’ 면에서는 젊은 조종사들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이처럼 중년의 뇌가 뛰어난 문제 해결력과 판단력을 보여주는 것은 중년 뇌의 특성에 기인한다.

뇌과학자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뉴런의 긴 팔을 덮고 있는 미엘린myelin(수초, 뉴런을 통해 전달되는 전기신호의 누출을 막아주는 보호막이 중년이 될 때까지 계속 증가해 평균 50세 무렵에 절정에 달하는 것을 발견했다. 뇌는 뉴런의 세포체인 회색질, 그리고 뉴런의 긴 팔인 백색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백색질을 구성하는 미엘린이 계속 증가했다. 미엘린이 더 많다는 것은 뇌 신호전달이 더 훌륭하다는 것을 뜻한다.

중년 뇌의 또 다른 특징은, 편도가 긍정적인 자극에 더 반응한다는 것이다. 뇌의 안쪽에 위치한 편도는 공포감을 비롯한 부정적인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뇌 실험 결과, 중년의 편도는 다른 세대보다 부정적인 것에 덜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중년은 더 긍정적이고 쾌활하고 낙관적이다.

중년 뇌의 특징 가운데 또 하나는 ‘양측편재화’이다. 젊었을 때는 좌뇌, 우뇌 중 한쪽을 주로 사용했지만 중년이 되면 좌뇌와 우뇌를 모두 사용한다. 양쪽 뇌를 같이 사용한다는 것은 더 활발하게 뇌를 써서 과제를 수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속하게 문제를 인식해서 더 빨리 해결책을 찾아내는 중년의 뇌는 그래서 더 침착하고 뛰어나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중년기

그러나 중년이 되면 처리속도가 느려지고, 주위가 쉽게 흩어지며,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대부분 중년은 이름을 알긴 아는데 혀끝에서 맴도는 ‘설단 현상’을 겪게 된다. 그리고 약간만 건드려도 주의력이 흩어지는 현상 때문에 가끔 멍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젊은 시절의 패턴에서 나이 든 시기의 패턴으로 이동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생의 전환기를 준비하면서 뇌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뇌를 나무에 비유하자면, 나이를 먹으면서 신경세포가 손실되는 것은 불필요한 가지를 쳐내는 것과 같다. 그러나 신경세포가 줄어드는 대신 그들 사이의 연결 고리는 증대된다. 이 연결 작용은 나이를 먹을수록 증가해 사물을 종합하는 능력이 점점 향상된다. 나이를 먹고 경험이 풍부해지면 뇌는 더욱 정교해지고 능률적으로 변해간다,

중년의 뇌는 노화의 늪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재조직되고 있다. 게다가 여러 가지 면에서 젊은이들에 비해 무르익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에 중년이라면 30대부터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이제는 평균 연령이 길어져서 중년은 거의 40대에서 60대까지 이른다. 중년 이후의 삶은 이제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중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 자신의 뇌를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나머지 반평생의 삶이 결정된다.

자신의 안과 밖의 에너지를 키우는 것은 중년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필수 과정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그 저장고에서 에너지를 꺼내서 쓰느냐 잠자게 내버려두느냐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글. 김보숙 기자 bbosook70@hanmail.net ㅣ 참고.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해나무)>, <다시 태어나는 중년(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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