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본 성(性), 유전자의 본능과 의식의 조절 사이

[기획연재] 인성의 시작, 성性을 말하다 - 뇌Brain와 성性

인류과학의 정점이라는 뇌과학의 발달에 따른 가장 대중적 관심을 끄는 주제는 무엇일까? 답은 ‘사랑’과 '섹스(sex)'이다. 대중적 관심은 과학자, 의학자들의 실제적 연구로 이어지기 마련. 뇌과학의 발달은 그 이전까지 철학과 심리학 관점에서 접근했던 방식을 뇌신경의 작용, 호르몬 분비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시키며 많은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긍정적 영향, 적절한 섹스는 보약보다 낫다

우선 섹스가 건강 유지에 좋다는 연구는 속속 발표되고 있다. 실제 적절한 섹스는 심폐기능을 향상시키며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 성관계 시에는 호흡이 평상시보다 4배 정도 빨라져 폐 운동이 활발해지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몸속 노폐물 제거에도 큰 도움이 되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사랑을 나누는 과정에서의 ‘상상’도 변화를 가져온다. 남성은 ‘섹스하게 될 것이다’는 기대만으로도 혈액 속 바소프레신 농도가 5~10배 정도 높아지고, 바소프레신은 다시 성욕을 촉진하는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게 한다. 여성도 성적 자극을 받으면 바소프레신을 분비하지만, 소량에 불과하다. 그 대신 옥시토신이라는 전달물질을 분비하게 된다. ‘천연 환각제’인 도파민과 엔도르핀 농도도 짙어진다. 

쾌락 이상의 효과에 대한 연구도 있다. 미국의 베벌리 휘플Beverly Whipple 교수는 “과격하지 않은 부드러운 섹스는 통증을 참아내는 한계를 높여 두통, 관절통, 치통 등 각종 통증을 완화한다”고 얘기한다. 또한 오르가슴은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액순환과 혈액 내 화학물질의 양을 최적의 균형상태로 조절하여 자연 수면제 역할도 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우울증 및 무기력증 치료 효과도 있다. 섹스할 때 엔도르핀이 분비돼 평온하고 안정된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에 성행위에 적극적인 사람이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에 휘말린 사례는 드물다. 이만하면 적절한 섹스가 보약보다 낫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부정적 영향, 과도한 섹스는 면역력 떨어뜨리고 중독까지도

인간이 가진 ‘성性’, 사랑과 섹스에 대한 감정은 정확히 말하면 하나의 생명현상이자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적 욕구로부터 출발한다. 욕구는 고양되려는 속성을 가진다. 쾌감중추에 대한 연구는 그래서 결국 ‘중독’과 연관이 많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과도한 섹스는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미국 필라델피아 VA 의학센터의 정신과 프랜시스 브레넌Francis Brennan 박사는 “주 1,2회의 정기적인 섹스를 하는 커플의 면역력이 가장 높다”는 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도 있다. 너무 적은 횟수도, 너무 많은 횟수도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쾌감은 인간을 고양시키는 중요한 감각이고, 쾌감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쾌감 자체에만 빠져들면 뇌감각의 균형을 상실하게 된다. 성, 담배, 술, 마약, 도박 등 지나쳤을 때 뇌의 중독을 불러일으키는 건 마찬가지다.

여기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도파민’이다. 사랑을 시작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특징들, 잘 웃고, 부쩍 활기를 띠며, 의욕적인 삶을 살아간다. 도파민은 이렇게 들뜬 상태를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연애 초기에 많이 분비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분비량은 차츰 줄어들고, 대신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이 증가한다. 뇌의 입장에서 보자면 뇌를 좀 더 안정화시키고자 하는 속성이다. 

반면, 뇌에서 도파민 분비량이 과도해지면 조증(燥症)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충동을 조절하는 뇌의 전두엽을 계속 자극하게 돼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다양한 중독증상을 나타낼 수도 있다. 중독되는 사람들의 경우 도파민의 과도한 분비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성(性),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과 의식적 조절

앞서 ‘성(性)’에 대한 뇌과학적 연구로 나타난 긍정과 부정적 영향을 살펴보았다. '성'이라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보면 결국 정자와 난자의 만남을 위한 과정이다. 정자는 난자를, 난자를 정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은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다. 하나의 생명의 법칙이자 창조의 상징이며 개체의 생존문제이다. 그 자체에 선과 악을 들이댈 수는 없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지느냐, 극복하고 참아야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더 높은 차원에서 바라보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미래교육대안으로 주목받는 뇌교육에서는 인체를 세 가지 몸으로 나눈다. 육체(physical body), 에너지체(energy body), 정보체(spiritual body)가 그것이다. 눈에 보이는 몸으로 갈수록 유전자의 본능이 강하다. 욕망이 고양되면 질병에 감염될 위험 속에서도 성욕을 거두지 않는다. 뇌가 쾌감만 얻을 수 있다면 몸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행동을 보인다. 쾌감 자체의 정보가 뇌를 지배하면서, 육체의 본능에 이끌린 행동과 사고를 하게 되는 형태이다.

뇌가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뇌의 주인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정보를 입력받고, 처리하고, 출력하는 이른바 정보처리기관이다. 의식의 명료함과 의식적 고양이 없이는, 정보의 노예가 되기 십상이다. 정보를 선택하는 기준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주인자리가 상실됨으로 인해, 뇌는 유전자에 새겨진 속성대로 움직이게 된다.

중요한 것은 ‘조화’이고 ‘조절’이다. 조화롭다는 것은 세 가지 몸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감정과 욕망의 상태를 인식하고, 뇌 속에 담긴 정보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섹스를 포함해 담배, 술, 마약, 도박을 비롯해 크고 작은 모든 중독의 치료방법의 근원은 결국 한가지 이다. 자기 뇌의 주인자리를 찾는 것이다. 인간 뇌의 활용과 가치를 담은 ‘뇌선언문(Brain Declaration)'의 첫 번째 문항으로 ’성‘에 대한 중요함을 갈무리하고자 한다.

‘나는 나의 뇌의 주인임을 선언 합니다 (I declare that I am the master of my brain)’

글. 장래혁 한국뇌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브레인 편집장 cybermir@kib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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