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뿌리, 생명의 근원 뇌간 - 02

의식의 뿌리, 생명의 근원 뇌간 - 02

뇌과학 리포트

브레인 44호
2014년 02월 21일 (금)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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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피질이 없어도 존재하는 의식

지난해 스웨덴의 뇌과학자 비에른 메르케르Björn Merker의 연구 논문 발표 이후 뇌간과 의식의 관계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들은 그간 대뇌피질이 없으면 생각할 수도 없고 인간적인 행동을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그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뇌간만 남은 무뇌수두증 환자도 사람을 알아보고 감정을 표현한다. 비록 시각에 결함이 있고 말은 못하지만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아채고 웃음을 지으며, 즐거운 노래에는 행복해 하고 슬픈 노래에는 우울해 한다. 주목할 점은 그들의 행동이 동물적이기보다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보여주는 웃음과 슬픔, 행복, 흥분의 반응은 영장류를 비롯한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행동들이다. 즉, 우리의 뇌간은 오래전에 진화를 멈추고 자동적인 반응만을 처리하는 ‘파충류의 뇌’가 아니라 인간에게 맞춰 진화된 ‘인간만의 뇌간’이라는 것이다.

메르케르의 결론은 인간의 뇌간과 다른 하위 기관들은 대뇌피질 없이도 주변 환경에서 감각을 종합하고 동기, 정서, 행동을 연결하는 ‘일차적인 의식’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물론 자기 인식과 같은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대뇌피질의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물을 인지하고 동기와 감정을 느끼고 행동하는 이상, 나를 ‘나’라고 인식하고 사과를 ‘사과’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해서 의식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뇌간과 마음

이처럼 생명의 중추이자 의식과 감정 처리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뇌간은 대뇌와 변연계를 비롯한 다른 뇌 영역과 어떻게 작용하는 것일까? 우리가 ‘심장아 느려져라’라고 주문을 한다고 해서 심장박동이 느려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해녀나 세계적인 다이버들은 다년간의 실행과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심장박동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동작하는 뇌간이라도 생각과 감정에 의해 영향을 받고 회로의 특성이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간은 뇌의 내·외부 신호들과 신경 전달 물질을 통해 두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동시에 대뇌와 변연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하품 같은 단순한 생리 현상부터 고차원적인 의식 활동 전반에 이르기까지 뇌간은 다른 영역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 하나의 영역이 아니라 여러 영역들이 다양한 수준에서 병렬적인 처리를 해내어 나의 마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생명과 의식의 뇌간 깨우기

이러한 뇌간과 의식의 메커니즘을 생각하면 뇌간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약물뿐만 아니라 의식적인 노력과 행동을 통해서 조절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해서는 뇌도 건강해야 한다. 건강한 뇌는 단순히 충분한 산소와 영양, 질병의 예방 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와 정신 활동을 충분히 효율적이면서도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 처리해낼 수 있는 회로를 갖춘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건강한 뇌간은 그 자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적절한 정보처리 회로를 갖추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다양한 수준에서 연결되어 있는 전체 두뇌의 정보처리 회로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얕은 호흡, 긴장된 어깨와 목의 근육, 불규칙한 수면, 욕구와 감정의 처리 방식, 사물의 관계를 생각하는 사고 과정. 이 모두가 뇌로 공급되는 혈류 상태와 같은 직접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결국에는 뇌간의 회로 특성도 좌우할 수 있다.

걷기와 달리기처럼 뇌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심혈관계를 튼튼하게 만들어 뇌간에 전달되는 정보를 바꿀 수도 있다. 또한 명상이나 인간 본래의 안정된 에너지 파동을 회복하는 뇌간 운동도 뇌간의 활동을 의식적으로 변화시키는 노력 중 하나다.

좀 더 간단하게 천천히 숨을 쉬어보자. 깊은 한숨 한 번에도 뇌간에 전달되는 정보가 달라진다. 의식을 자신의 내부에 둔다고 상상하면 더욱 좋다. 심장박동이 편안해지고 감정과 생각도 가라앉는다. 이처럼 의식적인 선택 하나가 뇌간의 생명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뇌간의 상태에 따라 편안한 감정과 생각이 만들어지고 다시 뇌간에 영향을 미친다. 뇌간을 조용히 깨워보자. 그러면 생명과 감정, 의식이 함께 건강해질 것이다.

글·브레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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