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뿌리, 생명의 근원 뇌간 - 01

의식의 뿌리, 생명의 근원 뇌간 - 01

뇌과학 리포트

브레인 44호
2014년 02월 21일 (금)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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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뇌수두증(hydranencephaly)을 가지고 있는 한 여자아이가 태어났을 때 의사들은 그녀가 길어야 2년 남짓의 여생을 식물인간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뇌의 80% 이상이 손상돼 뇌의 바깥쪽인 대뇌피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세 살이 된 이 아이는 갓 태어난 동생을 안겨주면 입을 크게 벌리며 기쁨과 흥분에 찬 표정을 지을 줄 안다.

의식의 중심이라고 여겼던 대뇌피질 없이도 어떻게 이처럼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이런 특이한 사례와 관련해서 최근 생명 활동의 중심으로만 생각되던 뇌간이 기존의 생각과는 다르게 기초적인 인간의 의식을 형성하는 역할도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생명의 줄기이자 의식의 뿌리로도 주목받고 있는 뇌간의 역할과 의식과의 관계, 뇌간을 통해 생명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없이는 못 사는 생명의 핵심 포인트, 뇌간

호흡을 잠시 멈춰보자. 멈추자마자 답답한 느낌이 들고 숨을 참는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를 느끼게 된다. 산소 농도가 낮아지고 탄산가스의 농도가 높아지는 것이 감지되면 뇌간에서 가슴과 배 사이의 횡격막과 가슴의 근육을 움직여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숨을 쉬게 만든다.

격렬한 운동을 한 후 호흡을 조절하려 해도 잘되지 않는 것은 뇌간이 산소 섭취를 위해 강제적으로 가쁜 숨을 쉬게 만들기 때문이다.

뇌간은 호흡뿐만 아니라 잠시도 멈추지 않는 심장의 박동도 조절한다. 또 혈관의 수축과 이완, 내장 운동, 하품, 기침, 재채기, 딸꾹질, 구토와 같은 생명 활동의 기초적인 반사작용을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생명 활동과 관련된 여러 중추가 모인 뇌간을 ‘생명 중추’라고 부른다.

대뇌나 소뇌 부위에 있는 뇌혈관이 터지는 경우에는 비록 장애가 있더라도 살아날 수 있지만 뇌간에 출혈이 생기면 살아남기 힘들다. 평소엔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적지만 생명을 지탱하는 근본적인 작용을 하는 곳이 바로 뇌간인 것이다.

생명의 파수꾼, 뇌간 트리오

뇌간은 뇌의 가장 아랫부분에 위치해서 대뇌반구와 척수를 연결한다. 척추를 따라 내려오는 척수와 말초신경들을 뿌리로 보고, 대뇌를 꽃으로 본다면 뇌간은 대뇌를 받치를 동시에 척수와 연결시켜주는 줄기라고 할 수 있다.

뇌간은 중뇌midbrain, 뇌교pons, 연수Medulla oblongata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호흡중추와 더불어 심장을 비롯해 각종 불수의 운동과 내장 운동을 주로 조절하는 회로들이 뇌교와 연수에 위치한다.

중뇌는 뇌간의 가장 위쪽에 있는데 시각과 청각의 반사작용을 처리한다. 특히 중뇌의 윗둔덕superior colliculus은 원시 포유류뿐만 아니라 시각 피질을 따로 갖는 인간에게도 중요한 시각 처리 영역이다. 눈이 목표물을 향해 제대로 움직이고 빛의 세기에 따라 조절되는 등의 기능은 모두 중뇌에서 처리된다. 또 뇌간은 척수를 통해 뇌간으로 전달되는 몸 전체의 정보를 대뇌와 소뇌로 전달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감정과 의식의 제1주자

기본적인 반사 외에도 뇌간은 스트레스와 공포, 욕구, 쾌락과도 관련이 깊다. 좀 더 복잡한 감정 반응을 처리하기 위해 전문화된 변연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감정을 처리한다.

뇌간의 청반locus ceruleus은 뇌 전체로 뻗어나가는 노르에피네프린성 뉴런들이 모인 곳으로 만성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REM 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과잉행동장애(ADHD) 등과 관련해 뇌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부위다.

중뇌에 있는 복피개부ventral tegmental area는 쾌락의 호르몬인 도파민을 통해 욕구와 성취의 기쁨을 느끼고 동기를 부여하는 보상 회로의 일부를 이룬다. 이 때문에 향정신성약품을 비롯한 중독의 직접적인 표적이 되는 부위이기도 한다.

동물들의 전형적인 행동인 보행, 수면, 식사, 배설, 성행위를 조절하는 망상체reticular formation는 망상활성화 시스템Reticular activating system과 더불어 깨어 있는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감각의 종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만약 이 부분이 손상되면 의식이 없는 혼수상태coma에 빠지게 된다. 또 어떤 학자들은 외향적, 내향적 성격의 구분도 망상체의 자극 특성에 따라 구분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글·브레인 편집부

2편으로 계속 (의식의 뿌리, 생명의 근원 뇌간 - 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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