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나는 모르지만 '뇌'는 안다

술 한잔! 나는 모르지만 '뇌'는 안다

국내연구팀, 술 한잔도 의사결정에 영향 미쳐 '뇌파'로 증명

12월 연말 송년회로 술자리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술을 한잔 마실 때마다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최근 국내 연구팀이 음주량에 따른 뇌파 변화를 측정하는 분석방법을 개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1일 강남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재원 교수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계산신경시스템학과 윤경식 박사는 아주 적은 양의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른 미세한 뇌파 변화도 잡아낼 수 있는 고감도 뇌활성도 측정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공동연구팀의 이러한 연구성과는 약물중독분야 국제학술지 '알코올 중독'(Alcoholism : Clinical and Experimental Research)에도 소개됐다.

지금까지는 술을 한 잔 정도 마셨을 때의 뇌파를 구별할 수 있는 분석방법이 없었다. 알코올 양이 매우 적어 인지능력저하를 측정하기도 어려웠다.뇌파의 크기를 평균해 정량화하는 방식이나 뇌파를 주파수 성분으로 분리하여 정량화하는 기존 방법은 복잡한 뇌파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정상인 21명을 대상으로 오렌지 주스를 마신 경우와 술이 섞인 오렌지주스를 마시게 하고, 전후 뇌파 변화를 측정했다. 실험 참가자의  '세타-감마 교차주파수 동기화'(cross-frequency theta-phase gamma-amplitude coupling) 정도를 확인했다.

▲ 술을 마시고 뇌활성도가 줄어든 모습. 파란색이 짙을수록 세타파-감마파 동기화가 줄어든다는 의미다.(한국연구재단 제공)

인간의 두뇌활동에 따라 나타나는 주파수의 크기는 델타(1~4Hz), 세타(4~8Hz), 알파(8~12Hz), 베타(12~30Hz), 감마(30~80Hz)로 구분되는데 이들 중 세타파의 위상과 감마파의 크기가 동시에 같이 움직이는 동기화 현상이 사람의 인지과정과 깊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험 결과 술을 마셨을 때 두뇌의 세타파와 감마파가 박자를 맞춰 동시에 박수를 치는 것에 비유되는 세타-감마 교차주파수 동기화 정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는 술 한잔이 이성적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활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재원 교수와 윤경식 박사는 "최근 증가하는 주폭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기술을 이용해 알코올에 의한 충동성향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술로 이성억제정도를 정량화해 알코올뿐만 아니라 각종 중독, 의사결정장애, ADHD 등 다양한 정신질환 평가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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