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심장 판막은 사람에게 이식 수술을 할 정도로 인간과 유전자가 비슷하다. 최근 한국 연구팀이 돼지의 후각을 구성하는 수용체 유전자 1,301개를 규명했다.
건국대학교는 동물생명과학대학 박찬규 교수(동물생명공학) 연구팀이 돼지의 뛰어난 후각을 형성하는 후각 수용체 유전자 1,301개를 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돼지 유전체해독 국제컨소시엄 연구에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 영국, 프랑스, 덴마크, 네덜란드,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 8개국이 참여했다.
후각기능은 포유동물의 생리기능 중 관여하는 유전자 수가 가장 많은 시스템이다. 박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돼지가 가진 후각수용체 유전자 수가 사람보다는 매우 많고 쥐나 개(1,094개)보다도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전정보 차원에서 돼지가 매우 뛰어난 후각 기능을 가졌다는 뜻이다. 종특이적 후각수용체 유전자도 돼지가 동물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팀은 돼지유전체해독 국제컨소시엄 참여를 통하여 후각수용체 유전자 외에도 항미생물단백질인 ‘베타디펜신’ 유전자를 총 29개 발굴하였다. 이 유전자는 선천성 면역계의 하나로 포유동물의 체내에서 외부 병원균에 대한 방어를 위해 분비된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국제저명학술지인 BMC Genomics와 BMC Genetics에 별도의 논문으로 채택되었으며 곧 발표될 예정이다.
건국대 박찬규 교수팀의 연구는 2004년부터 농촌진흥청의 바이오그린21연구 사업비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돼지유전체해독 국제컨소시엄에는 국내연구팀으로 건국대 박교수팀 이외에도 국립축산과학원, 서울대, 경상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과학자들이 참여하였다.
이번 돼지유전체해독 국제컨소시엄 연구는 2006년 ‘듀록’ 암컷돼지를 대상으로 시작됐으며 19개의 염색체에서 총 29억 염기쌍을 해독해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
연구팀은 “돼지의 장기와 조직 모양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인간과 거의 비슷했다”면서 “돼지를 바이오 장기용 동물로 키울 길이 활짝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 돼지 유전체와 이미 유전체 해독이 완료된 소·말·개 등의 포유동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장기와 조직 모양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인간과 돼지, 개가 서로 비슷해 돼지를 바이오 장기용 동물로 활용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번 국제 연구에 참여한 농진청과 경상대, 건국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한국 연구진이 전체 2.60Gb 분량의 염기서열 중 306Mb의 해독을 담당했다.
이 연구결과는 농촌진흥청(청장 박현출)이 15일 발표한 돼지유전체 해독 국제컨소시엄 연구내용의 주요 결과 가운데 하나다. 국내연구자 15명을 포함한 총 132명의 과학자가 도출한 연구결과와 함께 ‘유전체 해독을 통한 돼지의 집단통계학적 및 진화학적 분석’이란 제목으로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지에 표지논문으로 발표되었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