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을 겪어도 유독 더 불안해하거나 후유증이 심한 사람이 있다. 뇌 특정 부분 연결이 약한 사람은 재난을 겪고 난 뒤 불안을 호소하거나 외상후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일본에서 나왔다.
일본 도호쿠 대학 연구진은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 전과 후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연구했다. 연구를 위해 대지진 전에 두뇌 이미지를 촬영했던 10대 청소년 30명의 뇌를 재촬영해 비교했다.
도호쿠 대학의 아츠시 세기구치 박사팀은 두뇌 속 '백색 물질'에 나타난 변화를 특히 주목했다. 백색 물질은 일종의 케이블 역할을 하는 곳으로 뇌의 다른 부분끼리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게 돕는 부위다. 오른쪽 백색 물질 연결이 약한 청소년일수록 PTSD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지진을 겪고 난 뒤 불안장애를 겪는 청소년은 두뇌 앞 왼쪽 부위의 백색 물질 연결이 강화되었다.
두뇌의 앞부분은 두려움 같은 감정 조절을 하는 부위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재난을 겪은 뒤 기억이 자꾸 떠올라 이 부분에 연결이 강화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군인을 재배치하기 전, PTSD 발병 여부를 예견하는 데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 받고 있다. 하지만 세기쿠치 박사는 "PTSD 예측에 뇌 스캔 사진을 쓸 수 있는지, 혹은 재난을 겪고 난 뒤 PTSD 증세를 보이는 사람을 가려내는 데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연례 신경과학회 회의에서 발표되었고, 현지시각 22일 폭스방송에서 보도했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