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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다가 공존하는 구채구, 절로 명상이 되다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 하이라이트인 구채구를 보러 나섰다. 대륙에서도 관광지로 사람이 모이는 곳이기에 가이드는 바로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새벽부터 우리를 깨워 불러 모았다. 덕분에 인구 구경이 아니라 계곡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구채구는 9개의 장족(藏族) 마을이 있는 골이다. 벌목하던 사람들이 오화해를 보고 너무나 아름다워 나라에 신고해서 정식으로 알려지게 되었는데, 그 중 3개 마을만 개발했다. 시간차를 두고 개발한다는 것에 중국의 전략성도 엿보였다.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록된 곳이라는 말만 듣고 갔는데, 아! 정말 신비로운 곳이었다.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는 선명한 에머럴드 색 물이라니.
▲ 탄산칼슘 성분 때문에 물이 다섯 가지 영롱한 색을 띄는 곳으로 여신이 찾아와 목욕을 한다는 구채구의 오채지
정말 '구채구의 물을 보고나면 다른 물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처럼 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곳의 호수는 빙하가 녹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바다를 닮았다고 하여 이름에 해(海)가 붙는다. 저 투명한 물 아래로, 낮게 깔린 바위 속에 지구의 역사가 스며들어 있는 것 같았다. 물 속에는 오래 전 가라앉은 듯한 긴 나무가 투명하게 낯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 표면에는 하늘과 산 그림자가 드리워 하늘과 바다가 접혀진 듯 보였다.
다섯 송이 꽃‘오화해’, 알알이 부서지는 물방울이 진주와 같다는 ‘진주탄 폭포’, 거울처럼 물이 비치는 '경해', 바다와 같은 큰 호수 ‘장해’, 탄산칼슘 성분 때문에 물이 다섯 가지 영롱한 색을 띄는 곳으로 여신이 찾아와 목욕을 한다는‘오채지’, 그리고 '낙일랑 폭포'와 '수정 폭포'... 사방 천지를 둘러싼 산에 눈앞에 펼쳐진 비현실적인 물. 그야말로 나의 뇌는 사고를 멈추었다. 절로 명상이 되었다.
▲ 물안개로 더욱 신비로운 구채구의 풍경
명상을 할 때, 뇌 속 깊숙한 곳의 신경전달물질이 작용하여 '나'라는 자아상(self-image, 自我像)을 만드는 두정엽의 활동을 억제시킨다. 그 덕분에 자신의 몸에 대한 정보가 차단되므로, 존재감이 사라지고 시공간에 대한 인식 역시 없어진다. 흔히 명상가들이 '우주와 나의 구분이 사라지고 하나 되는 우아일체(宇我一體)의 느낌을 느낀다'라고 하는 것의 원리이다. 저명한 신경학자 앤드류 뉴버그는 이를 '절대적인 일체감(absolute unitary being)'이라고 표현했다. 구채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함께 걷던 어머니의 얼굴을 볼 때서야, '아, 내가 사람이지'라며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언제 또 이런 곳을 볼 수 있을까'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구채구를 떠났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가 깃든 성도 무후사
우리는 또 다시 긴 버스 여행 끝에 성도 시내로 들어섰다. 도로에는 자동차 만큼이나 배터리를 단 자전거가 많았다. 그리고 재밌게도 공원 곳곳에 함께 춤추는 사람들의 무리가 눈에 띄었었다. 클럽만큼이나 신나게 춤을 추며 운동을 한단다. 앞에 선생님이 있지만, 조금 비슷하면서도 각자의 흥에 맞춰 다른 동작을 하고 있었다. 북경에서 사천으로 오신 후 부모님도 종종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즐기신다고 했다. 중국에서도 특히 성도에 하루 종일 춤과 마작을 하며 노는 사람이 많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이곳 사람들은 천재지변을 겪고 나서, '꾸준히 일을 한 것이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덕분에 생활을 즐기는 문화가 커졌다.
행선지는 유비와 제갈공명을 비롯, 역사적 인물들을 모신 사당이자 삼국지의 역사를 상징하는 '무후사'였다. 위, 촉, 오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삼국지에 대한 중국인의 큰 자부심과 도교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의 삼국지 내용이 조금 달라서 미묘하기도 하였다. 대나무가 길게 늘어선 길과 한국과는 또 다른 기와지붕, 그리고 도심에 오래된 느낌이 살도록 잘 보존하였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삼국시대 거리를 재현한 금리거리를 걸었다. 성도의 마스코트인 팬더와 비녀, 도자기 등 전통과 스타벅스 같은 세계화 이미지가 겹쳐있었다.
며칠 간 새로운 시공간에서 충전된 뇌 덕분에 나는 다시 씩씩한 일상을 달릴 수 있었다. ‘내맘대로 뇌맘대로’ 떠난 여행. 앞으로도 즐거운 지구별 여행자가 되리라.
글. 조해리 뇌과학 전문기자 habit0411@daum.net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위해, 뇌를 보다 잘 활용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KAIST 학사 졸업,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박사 과정,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취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