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명상의 특징(5) - 기감과 영성(2)

한국식 명상의 특징(5) - 기감과 영성(2)

이승호 교수의 국학과 명상 6편

선도명상 즉 한국식 명상에 있어 기감 회복은 중요하다. 한국식 명상의 대표적인 수련법 중의 하나는 ‘운기단법(運氣丹法)’이다. 선도수련을 담고 있는 서적들에는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비유적 표현이 많고, 현대인의 생리에 맞지 않는 입산하고 생식하면서 수련하는 방식들로 구성되어 있다. 운기단법(이승헌, 2012)은 이러한 고전적인 선도수련을 현대인도 쉽게 수련할 수 있도록 임상을 통해 현대화하고 과학화한 수련법이라 할 수 있다.

운기단법은 총 1단계에서 3단계로 나누어져 있고, 수련 방법은 1진법에서 5진법으로 구분되어 있어 일반인도 체계적으로 수련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1단계에서는 내쉬는 숨을 통해 임맥(任脈)을 풀어주고 단전(丹田)에 축기하여 정(精)을 단련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15주 한 학기 동안 운기단법의 이론 공부와 함께 1단계에 해당하는 1진법과 2진법 수련을 했다. 필자는 운기단법 수련 시 나타나는 기의 느낌(기감)을 정리하여 자체 개발한 기감 설문지와 기존의 영성 척도를 바탕으로 동양적 사고를 가진 한국인에 게 맞게 개발한 영성 척도를 활용하여, 수련 전․후의 기감과 영성의 상관관계를 연구하였다.

영성 척도는 초월성, 삶의 의미와 목적, 자비심, 내적자원, 자각, 연결성이라는 6개의 하위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운기단법을 수련한 학생들은 영성 척도의 6개 하위 요인 모두에서 평균적으로 증가하였다. 기감의 평균값도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기감과 영성은 뚜렷한 양(+)의 비례하는 관계가 있었다.

대부분 학생들은 운기단법 수련 전에 이미 선도명상을 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평균 수련기간이 약 7.3년으로 다소 긴 명상 수련 경험을 갖고 있었으며, 운기단법 수련 전 평균 기감 점수가 2.3점(4점 만점)이고 평균 영성 점수는 3.25점(4점 만점)으로 일반인들보다 높은 기감과 영성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기단법 수련 후 측정한 기감과 영성 점수가 유의미하게 높아졌다는 것은 운기단법 수련이 오랜 수련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기감과 영성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감과 영성의 상관관계가 뚜렷한 양의 선형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기감을 높여주는 운기단법 수련이 영성 계발에 유용함을 보여준다.

기감이라는 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내적인 능력이다. 선도 명상은 자신의 기를 느끼면서 짧은 시간 안에 잡념을 없애고 주의 집중 상태로 들어간다. 인간을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고 그 내재적 능력을 최대한 계발하고자 하는 것이 동양의 심리치료의 특징이라면, 선도명상에서의 기감을 높여주는 운기단법 수련은 심리 치료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이런 관점의 새로운 연구 시도가 필요하다.

영성지수가 높은 사람이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다른 사람에게 높은 이상과 가치를 불러일으키고,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지도자라고 한다면, 향후 영성의 문제를 특정 종교적인 차원에만 국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최근 정신건강통합(Integrated Mental Health)의 새로운 건강 모델이 등장하고 있으며, 경쟁과 갈등의 현대사회에서 신체-심리-사회-영적(Bio-Psycho-Spiritual) 차원의 건강이 중요시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건강 모델에 부응하여, 기감과 함께 영성을 높여주는 선도명상인 운기단법 수련은 평화 지도자 양성뿐만 아니라 개인을 비롯한 사회, 국가, 인류의 건강 문제 해결에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승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
magoshi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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