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식물이 병원균의 공격을 기억하고 강력하게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의 유전적 비밀을 밝혀냈다.
한국연구재단은 포항공과대학교 황일두, 황대희(서울대), 노태영(이화여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식물이 병원균의 침입을 기억하여 빠르고 강한 병저항성 반응을 갖는 과정을 규명해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개발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식물은 고정된 장소에서 생애를 마치기 때문에 다양한 스트레스에 저항성을 갖는 것이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식물은 이전의 병원균 공격을 기억하고 이후 더 빠르고 강력한 방어 반응을 일으키도록 진화하였다.
병원균 공격을 기억하기 위해 식물은 후성유전학적 방법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어 반응에서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의 역할은 명확하게 규명된 바가 없었다. 후천적 환경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후성유전학'에서 대표 기전은 'DNA 메틸화'이다. DNA의 염기에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대사물질인 ‘메틸기’가 달라붙는 현상으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화학적 변형의 하나이다.
연구팀은 병원균 공격의 기억과 방어 반응에서 식물이 DNA 메틸화를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DNA 메틸화와 식물 병저항성 사이의 연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식물 돌연변이체에서 병저항성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가 감소해 있는 식물의 경우, 병원균에 대해 높은 저항성을 갖고 있었다. 이처럼 DNA 메틸화가 변화된 유전자군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유전자들을 포함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 (gene body DNA methylation)를 통한 식물 병저항성 기억 모델
또한, 위 유전자들은 다른 유전자들과는 차별화된 염색질 특성이 있었는데,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가 감소한 유전자의 경우 병원균 침입 시 유전자 발현이 크게 증가함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같은 DNA 메틸화가 여러 식물 개체군에서 DNA 메틸화 수준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황일두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기존에는 그 기능이 불분명하고 가설로 존재하던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가 유전자의 발현조절과 연관되어 있음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하고, “후성유전학적 조절을 이용한 병저항성 향상을 통해 친환경·무농약 및 수확량이 증대된 작물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 그리고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 창의·도전연구 기반지원 사업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지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에 5월 5일 게재되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