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은 다른 예술에 비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만큼, 화가는 자신의 생각을 색으로 표현하게 된다. 공간 루의 신간, 『붉음의 화두』는 화가 김영옥이 네 번째 개인전의 화두, 붉음에 대해 천착하는 자신의 내면을 기록한 명상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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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음의 화두』 저자인 김영옥은 붉은 색이 희열, 열정, 힘, 생명. 욕구, 분노, 탄생, 부활, 깨어남, 활력소 등으로 이뤄진 복합적 이미지를 가진 색채인 만큼, 붉음을 화두로 삼은 작품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고 전한다. 이 지난한 과정을 창작의 위치에서 벗어나 명상의 관점으로 서술한 것이 바로 『붉음의 화두』 다.
“체험 과정은 자신을 바라보는 반복적인 행위에서 이루어진다. 무의식을 알려고 처음 시도 할 때는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럴 때 마음이 요구하는 것을 잘 살펴서 그 원인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반복적으로 체험들을 끊임없이 잘 관찰하여야 한다. 수시로 명상을 통해서 내면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자. 내면의 구심점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설 때마다 체험의 강도는 점점 강력해진다. 이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게 되면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확장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일단 자아가 확장되면 활동 무대의 폭은 넓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온다.” (본문 64p중에서)
『붉음의 화두』 속에서 저자는 예술가의 정신이 거듭되는 정련의 과정을 수없이 거쳐서 마침내 작품으로 탄생되기까지, 무의식을 일깨우는 선(禪)과 같은 긴 작업의 여정을 세밀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작가가 책 속에서 오랫동안 안고 있었던 상처나 좌절로 인해 생긴 일들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자신의 내면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상징들을 깨우기 위해 선승의 참선 같은 자세로 일관하며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상징의 퍼즐 한 조각을 찾을 때마다 의미를 풀어서 정체성을 심어주어 생명력을 갖게 하였다.
저자는 작업을 하면서 가끔 신비롭게 느껴지는 일들을 체험했다고 한다. 그것은 무의식에서 발현된 창조적인 행위였다고 한다. 그 순간 창작의 에너지가 솟구침을 느꼈다고 했다. 저자의 글 속에는 내적 에너지가 도도히 흐르고 있다.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면을 통해 얻어낸 순수의 에너지가 흐르고 있다. 저자의 ‘붉음의 화두’는 잠언적이며 명상적이다. 시로 표현한 행이 짧은 글 속에도 깊이와 울림이 있다. 글쓰기의 기교를 벗어나 내면의 소리를 충실히 기록한 결과물이기에 그 파장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글. 김효정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