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수행으로 마음을 닦는 뇌신경과학자 문일수 교수(동국대 의대 명예교수)가 불교의 가르침을 뇌과학의 관점에서 설명한 책 『뇌과학자가 본 붓다의 마음』을 펴냈다.
불교를 뇌과학과 연결해서 생각한다는 것은 넘어야 할 큰 산을 두 개나 앞두고 있는 것처럼 막막한 느낌이다. 둘 다 너무 어려운 주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기 위해 저자는 초기불교부터 유식불교까지 교학 책을 모조리 읽고, 그것을 자신이 평생 공부한 뇌과학 및 생명과학 지식창고와 연결한 다음, ‘중학생도 이해할 만한’ 언어로 다듬고 다듬어 한 권의 책에 담은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일찍이 현대물리학의 중요한 개념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붓다의 가르침인 연기법과 공사상(空思想)으로 설명하며 “부처님이 깨달은 연기법 그 자체가 과학”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뇌과학자인 문일수 교수에게 불교는 뇌과학 그 자체였다.
불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마음공부이고, 이 마음을 다루는 것이 바로 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은 왜 끊임없이 번뇌에 휩싸여 괴로워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뇌의 작동 원리에서 찾아내 설명하고, 마음공간의 구조와 뇌에서 일어나는 인식과정을 파헤침으로써 괴로움의 원인을 차단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이 모든 과정은 인간 고타마가 깨달은 자 ‘부처’가 되는 과정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불교에 대해 잘 몰라도, 뇌과학에 문외한이어도 이 책을 읽다 보면 불교에서 말하는 괴로움의 발생 원인과 소멸 방법이 하나하나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과정에 자신도 모르게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마음의 작동원리를 알면 누구나 번뇌를 열반으로 바꿀 수 있다!
인간이 괴로운 이유는 마음이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대략 10초마다 마음이 바뀐다고 한다. 하루 16시간 깨어 있다고 한다면 대략 6,240번 바뀌는 셈이다.
변화하는 바탕이 되는 마음의 정체는 무엇이며 붓다는 어떻게 이 변화하는 마음을 잠재웠을까? 우리는 왜 그것이 잘 안 될까? <제1부 왜 인간의 마음은 배회할까>에서는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붓다의 설명을 뇌과학적 측면에서 설명한다.
<제2부 마음공간의 구조>에서는 오온과 마음을 만드는 6가지 알음알이(六識, 육식)를 뇌과학으로 알아본다. 또한 알음알이가 일어나는 마음공간의 거울(意根, mano), 거기에 맺히는 상, 떠오르는 의식, 그리고 마음공간 전체를 알아차림하는 싸띠(sati)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을 뇌과학으로 설명한다.
불교는 ‘대상을 아는 것’이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지금의 마음’이 생성되는 과정을 인식과정이라고 하는데, <제3부 인식과정을 해부하다>에서는 이 과정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인식대상을 받아들이는 오감문(五感門)과 의문(意門), 대상을 인식하기 위하여 차례로 지나가는 17가지의 마음(17찰나설), 인식과정을 벗어난 존재지속심(바왕가, bhava?ga)을 뇌과학 관점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제4부 뇌과학은 수행을 어떻게 돕는가>에서는 불안하고 괴로운 마음을 맑고 평온한 마음으로 바꾸는 방법, 싸띠 수행이 뇌과학적으로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식학에서는 마음을 8가지(八識)로 세분한다.
6식(六識)에 제7 말나식(末那識)과 제8 아뢰야식(阿賴耶識)을 더했다. 4부에서는 말나식과 아뢰야식을 만드는 뇌 부위, 상분(보이는 자)과 견분(보는 자)을 설명한다. 더불어 존재양식(存在樣式, Being Mode)의 삶인 수행은 어떻게 ‘맑은 행복’을 가져다주는지를 설명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