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인사이트] 우리는 모두 다시 만난다

[뇌과학 인사이트] 우리는 모두 다시 만난다

미래는 저절로 생성되지 않는다

브레인 107호
2024년 10월 14일 (월) 19:34
조회수126
인쇄 링크복사 작게 크게
복사되었습니다.
▲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_게티이미지 코리아


흔히 우리는 위대한 과학자, 위대한 예술가 들을 그들의 제일 유명한 업적과 작품으로만 알고 있지만, 그런 겉모습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빛나고 있는 그들의 꿈과 소망이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이 하나의 연속체를 이루고 있음을 밝혀서 우주의 근원을 알게 해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사람보다 수천만 배 더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컴퓨터를 발명한 수학자 앨런 튜링, 세상이 얕보던 상업적 미술 기법으로 예술계와 세상을 뒤흔든 앤디 워홀처럼 때로는 단 한 사람의 꿈과 소망이 씨앗이 되어 인류의 문명이라는 거대한 숲이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상상만 해도 머릿속이 아찔해질 정도로 광활한 우주에 비할 바 없이 작디작은 사람의 몸으로부터 어떻게 그렇게 큰일을 해내는 힘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우리의 몸은 아무리 작아 보여도 엄청난 수의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 

맨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원자와 분자 알갱이들이 끊임없이 서로에게 붙고 떨어짐을 반복한 결과 우리는 자의식, 욕망, 언어처럼 그 알갱이 한 알 한 알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신비한 특성을 가진 ‘복합계’라는 존재가 되었다. 
 

종말에 대처하는 예술적이고 과학적인 방법

“다른 물리학자와 두뇌를 바꿀 수 있다면 누구의 두뇌를 갖고 싶은지 묻는다면 파인먼이라고 대답하는 물리학자들이 제일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리처드 파인먼은 누구보다 비상한 물리학적 두뇌를 지닌 사람이었다. 

유한한 인간과 무한한 우주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병들어 간 파스칼과 달리, 20세기 초 양자역학 혁명에 따른 과학의 위력을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란 파인먼은 평생 과학에 대한 깊은 믿음과 낙관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다. 

“대재앙으로 인해 인류 문명이 파괴되고 모든 과학적 지식이 사라져 버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파인만은 곧바로 다음과 같은 낙관적 희망이 담긴 대답을 했다고 한다.

“나는 우주의 모든 사물이 서로의 주위를 돌면서 적당히 떨어져 있으면 서로를 끌어당기지만, 너무 가까워지면 서로를 밀어내는 원자라는 작은 알갱이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이야기해 줄 것이다. 여기에 아주 조금의 상상력과 사고력만 더한다면 자연과 우주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탄생한 이후 30만 년 동안 이루어 온 발전의 흔적이 사라져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파스칼처럼 절망하거나 ‘세상에 그만큼 번거로운 일이 또 있을까?’라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파인먼은 인간의 상상력과 사고력만 남아 있다면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당신이 그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대답을 들려주겠는가?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인류는 새로운 발견이나 가치 있는 창작 행위를 대단히 중요시한다. 그것들이 사회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토대라는 것을 대부분이 인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새롭고 좋은 것을 찾아내거나 만들어 내는 능력을 우리는 창의성이라고 부르면서 남다른 창의성을 지닌 사람들과 그들의 업적을 칭송하고, 미래 세대의 창의성을 길러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창의성이 있다고 말하려면 다음의 두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새로움 : 이전의 창작물에서 보지 못한 특징을 갖고 있어야 한다.
둘째, 영향력 : 이후의 창작물에서도 유사한 특징이 발견되어야 한다. 

우리가 베토벤, 미켈란젤로 같은 창의적인 인물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그들의 뛰어난 창의성 자체가 아니라, 과거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려는 삶의 자세다. 창의성은 아직 에너지만큼 과학적으로 충분히 이해되지 못했기 때문에 발전소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듯이 창의적인 작품을 마음대로 만들어 낼 방법은 없지만, 베토벤과 미켈란젤로가 남긴 말들을 되새기면 우리도 조금은 더 창의적인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음악은 영적인 삶과 감각적인 삶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다.”_루트비히 판 베토벤

“화가는 손이 아니라 머리로 그림을 그린다.”_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단 한 사람의 꿈과 소망이 위대한 문명의 씨앗이 된다

우주에는 약 2조(100만의 100만의 2배) 개의 별(항성)이 자리 잡고 있고, 우리가 사는 지구의 맑은 밤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약 8천 개라고 한다. 그 수많은 별을 이루고 있는 물질은 137억 년 전 우주 탄생의 순간에 함께 생겨난 별가루다. 그런데 똑같은 별가루로 만들어진 존재가 우리 주변에도 있다. 바로 우리 자신이다. 

이렇게 꽤나 낭만적인 이름의 별가루는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흔하디흔한 원자 알갱이에 지나지 않지만, 엄청난 수의 별가루가 뭉쳐 밤하늘을 한 폭의 그림으로 만들어 주는 별들이 되기도 하고, 그 별들을 바라보며 꿈을 꾸는 우리가 되기도 한 것이다.

단 한 사람의 꿈과 소망이 위대한 문명의 씨앗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씨앗은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처럼 수천 년의 ‘시간’을 살아남아 아주 머나먼 ‘공간’에서 꽃을 피우기도 한다. 공간은 어떠한 물체가 크기를 갖고 존재할 수 있게 해주고, 시간은 그 물체가 변화하고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현대물리학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체를 이루고 있다고 이해한다. 즉, 우리 모두는 시공간 연속체라는 하나의 무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똑같은 별가루로 이루어져 있고, 시공간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며 한순간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지금 우리라는 존재를 이루고 있는 별가루들도 언젠가 시공간을 타고 어딘가로 날아가 다른 생명체로 태어나고, 더 먼 곳에서는 새로운 별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다시 만난다. 

우리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존재들이니까.


- 인간의 창의성이 만들어 가는 과학과 문화의 미래를 연구하는 문화물리학자,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주용 교수의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중에서


 ※ 인사이트는 《브레인》에서 선정한 뇌과학 도서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인간의 뇌에 대한 아포리즘 및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