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인체에 관한 모든 과학

[브레인 북스] 인체에 관한 모든 과학


이제 아기들은 일상적으로 체외수정을 통해 태어나고, 장기 이식이 보편화하며, 암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성과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인간생물학의 발전이 전례 없는 속도로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는 사실상 인간생물학의 모든 측면에서 혁명의 정점에 있다.

자연에 대한 생물학적 조작으로 말미암은 세계적 격변은 이전에도 일어난 적이 있다. 인류가 농작물·가축·반려동물을 길들이기 시작했을 때, 이는 결국 도시의 발전, 복잡한 경제적·정치적 위계질서로 이어졌다. 그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고, 처음의 목적도 아니었다. 이러한 변화는 전염병의 확산, 돈과 권력 같은 다른 문제들로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인간생물학의 새로운 발전이 100년 또는 1000년 뒤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행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우리가 다음에 어디로 갈지 알려줄 지도도 없다. 그러나 이런 과학 혁명이 이전 혁명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거라는 건 분명하다.

이 책은 우리의 미래에 필수적인 인간생물학의 최근 돌파구를 탐구한다. 여러 최첨단 연구 분야가 중요하지만, 저자는 특히 영향력이 큰 6개 영역, 즉 개별 세포·배아·인체의 기관과 시스템·뇌·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인체내 미생물 생태계)·유전체 등을 다룬다. 이 주제 중 일부는 이미 접했다.

여기서는 최근 우리의 이해와 능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새로운 세부 사항이 어떻게 밝혀졌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각 최첨단 연구 분야에서 이뤄진 새로운 발견이 우리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또는 어떻게 변화시킬지 보여준다. 각각의 설명을 이런 방식으로 모아서 우리가 거대하고 전면적인 상전벽해의 여명을 마주하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저자는 예측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은 자율주행 자동차나 로봇이 아니라 새로운 ‘인간생물학’이라고 단언한다.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화를 경계한다

신체 세포의 광대한 다양성을 조사하는 것과 같은 발전이 좋은 소식일 수 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의학 영역을 훨씬 뛰어넘는다. 많은 사람의 신체 세포 구성과 상태에 대해 알게 되면, 우리의 건강을 측정하는 새로운 지표의 흐름을 확립할 수 있다. 이는 많은 게 불안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의료계는 이러한 세포의 유병률과 특성에 대해 ‘정상’ 범위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해야 하고, 이는 해당 범위를 벗어난 세포를 가진 사람을 ‘비정상’으로 분류하도록 이끈다. 

우리는 이미 이런 사실에 익숙하다. 사람의 체중과 키로 계산한 값인 체질량지수를 통해 저체중, 정상 체중,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분류하지 않는가. 그러나 개인의 건강 상태를 정의하는 새로운 지표의 출현으로, 우리를 정상 또는 비정상으로 분류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이 등장할 것이다. 필요한 만큼 측정한다면 모든 사람이 어떤 면에서든 건강하지 않을 테고, 이는 우리의 심리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범주화는 개인의 자아의식과 인간 다양성에 대한 사회의 관점 모두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잘 살펴보기를 원한다. 즉, 그 모든 것의 화려함에 몰두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달성한 방법을 이해하는 동시에 이 모든 새로운 발견이 의미하는 바를 깊이 생각하길 바란다.
 

인체의 새로운 과학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의 중요성

농업·산업·디지털 혁명이 우리의 환경과 사회에 영향을 끼쳤지만, 새로운 인간생물학은 우리 각자에게 개별적·육체적·심리적으로 새로운 힘을 부여한다. 우리 개개인은 그것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그리고 언제 배치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가까운 장래에 우리는 우리 자신의 대변과 혈액 성분을 분석한 알고리즘을 통해 영양학적 조언을 받을지 결정해야 한다. 우리 몸의 세포는 특히 면역 체계와 관련해 자세히 조사될 테고, 그 결과는 우리가 이런저런 특정한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는 걸 보여줄 것이다. 그런 다음 우리는 어떤 예방 조치를 취할지 선택해야 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명명된 어떤 위험에 처해 있다는 걸 아는 지식으로부터 우리의 자아의식이 바뀔 거라는 점이다.

머지않아 우리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킬 기회에 직면할 것이다. 이는 확실히 우리의 자아의식에 변화를 줄 것이다. 또 우울증을 완화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감정을 다독일 약물을 사용할지 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결정이 그리 어려운 게 아닌 것처럼, 우리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을 포함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딜레마는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테고, 우리 각자는 그것들을 탐색하기 위해 과학과 직접 접촉해야 할 것이다. 그래프와 데이터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과학적 아이디어, 특히 인체의 새로운 과학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사회와 우리 개개인에게 지금보다 더 중요한 적은 없었다. 

과학은 때때로 정확성과 정밀함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인식된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인체를 더 깊이 연구할수록 우리 자신이 그렇게 정밀하게 정의되지 않는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역동적이고 가소적이며 인간도 아닌 세포의 우주와 얽혀 있다. 이러한 사실은 역사적으로 분열을 조장하고 독단적이던 견해를 무효화한다. 예를 들어, 인종적 순수성은 말도 안 된다. 전 세계에 걸쳐 유전자 변이의 대략적인 지리적 분포가 있지만, 경계가 모호하고 모든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 과학은 이러한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제대로 인식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과학이 이 새로운 시대로 인도함에 따라, 우리는 이런 지식과 그 적용이 새로운 세계 분열의 원천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수십억 개의 세포가 함께 작용해 우리를 만드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은 고귀한 탐구이며, 우리가 발견한 많은 게 인간 질병의 새로운 치유와 치료법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의료에 대한 세계적 접근 문제를 놓칠 정도로 현혹돼서는 안 된다. 과학은 더 많은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지만 소수를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 각자는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한 우주에서 점 하나보다 작은 존재이지만, 우리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장엄함을 지니고 있다. 우리 자신의 신체 내부를 여행하는 것은 우리가 시작한 모험 중 가장 위대하고, 가장 감동적이며, 아마도 가장 중요할 것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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